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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57th] 배달 아르바이트

레무이 2017. 5. 11. 18:57

대학생 시절의 이야기.



나는 하숙집 근처에 있는 정식 가게에서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었다.


적당히 본업의 여가시간에 틈틈이 배달 서비스하는 느낌으로,


전화 응대, 검색, 포장, 배달까지 조리 이외의 거의 모든 것을 나 혼자 해내는 느낌이었다.


손님의 대부분은 나처럼 대학 근처에서 하숙하는 학생이므로,


1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하면 기숙사의 이름과 위치는 물론, 어떤 사람이 살고있는지 까지도이 대략 알 수 있게 된다.


그날도 평소와 같이 몇 개의 배달을 하고 슬슬 일단락 되던 때에 가게의 전화가 울렸다.


다음은 그 때의 대화.


"매번 감사합니다, ○○ (정식 가게 이름)입니다."


"배달 부탁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이름과 주소, 전화 번호를 부탁드립니다."


목소리의 주인의 대답은 없었다.


자신의 주소를 정확하게 알고있지 못하는 사람들은 경험상 자주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아마도 확인하는 중일 것이라고, 그 때의 나는 특별히 신경 쓰지 않고는 답변을 기다리기로 했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에,


"이름은 A, ○○ 길, △△ □□ 번지, 080-~"


라는 답변이 돌아와서 나도 일단은 안심.


그 후 평소대로 주문을 받았다.


젠린 (※지도 서비스)에서 확인하자 이름부터 시작해서 주문 받은 모든 것이 학생 아파트의 위치와 일치했다.



상품을 화물칸에 싣고 오토바이로 달려서 5분 정도 논길을 조금 들어간 곳에 그 아파트는 있었다.


상당히 큰 건물 이었기 때문에 멀리서 본 적이 몇 번 있었지만, 근처에 간 것은 그날이 처음이다.


철골 구조의 4층, 꽤 오래된 들어간 풍취, 겉으로만 보더라도 상당히 낡아있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었다.


21시가 지나서 적당히 늦은 시간인데, 등불 하나도 켜져 있지 않다.


솔직히 집세 10만원이라도 여기에서는 살고 싶지 않다는 것이 나의 감상.



여기에서 나는 초보적인 실수를 깨달았다. 방 번호를 듣는 것을 잊었다.


이런 실수가 생긴 경우에는 대개, 내 휴대폰으로 고객에게 직접 전화하는데,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특히 휴대폰에서 걸려온 전화를 바로 받는 사람은 보통은 없다.


약간 실망하면서도 일단 메모된 번호로 전화했다.


상대가 받은 것은 놀라울 정도로 빨랐다.


"여보세요."


"관리인실 입니다."


그 예상치 못한 응답에 기분이 나빴지만, 일단 인사를 하고,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이는 문을 열고 입구로 들어갔다.



어둡다. 먼 길을 달리는 자동차 소리가 들릴 정도의 고요함. 인기척이 전혀 없다.


미닫이 문이 좌우로 늘어선 복도가 이어진다.


복도의 형광등은 켜지지 않는다.


스위치를 찾는 시간보다 빨리 배달하고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그대로 안쪽으로 이동, 관리인 실의 문을 노크했다.


딸랑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방에서 비춰진 빛이 복도로 증발한다.


소리의 이미지 그대로의 껑충한 풍모의 남자가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라고 맞이해 주었다.


나는 방의 불빛과 정중한 대응에 안심하고는,


"어두워서 여기까지 오는거 무서웠네요,"


같은 농담 영업 토크가 가능할 정도의 여유를 되찾았다.


그 후, 전달 및 지불이 지체없이 끝나고, 나는 귀로에 올랐다.



그리고 폐점 22시까지는 점장과 두서없이 수다를 떨면서 청소와 정리를 하고


오늘 매출의 정산을 하는 평소의 흐름으로 돌아왔다.


주문을 받은 전표를 대조하면서 계산기로 계산했는데 2만원 이상 매상이 부족했다.


100원 단위의 차액은 가끔 있고, 내 지갑에서 몰래 더할 수 있었지만, 이 차액은 너무 컸다.


옆에서 정산을 보고 있던 점장도


"짐작 가는 곳은?" 하며 고개를 갸웃했다.


지폐 한장이 어딘가에서 떨어졌다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요금이 너무 어중간하기 때문에, 오늘 배달했던 전표의 금액 및 차액을 기준으로 다시 찾아보았다.


대답은 바로 나왔다.


그 아파트에 택배로 갔던 때의 전표에 써 있던 금액이 정확히 빠져 있었다.


아마도 ○○ 학생 아파트를 방문하고 돌아오는 길에 돈을 어딘가에 왔을거라고 설명하자,


점장은 더욱 고개를 갸웃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이름이 잘못되어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한번 잘 살펴 봐라."


말하는 의도를 이해하지 못하고 다시 젠린를 켜서 주소의 위치를 확인하고 있는데


점장은 안쪽에서 가져온 기숙사의 주소와 집주인의 전화번호가 기록되어 있는 노트를 넘기면서 더욱 끙끙거리며 신음했다.


나는 차액에 대해 특별히 꾸중을 듣지도 않고 식사를 먹고 그날은 하숙집으로 돌아갔다.



평소에는 상당히 입에 신물이 나도록 잔소리하는 유형의 점장인데,


이 날따라 유독 '이런이런이런···.' 하는 대응이었던 이유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며칠 후의 일이었다.



다음의 알바에 들어갔을 때 점장,


"만약 그떄의 A씨에게 주문이 오면 부드럽게-"라는 지시가 있었다.


그것은 이유를 붙여서 부드럽게 거절하라는 뜻이다.


장난 전화이거나 악의적인 크레이머에게 가게가 이 조치를 취한다는 것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나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라고 질문했다.


점장은 "글쎄 조금, 너에게도 무서울만한 이야기라서 미안한데···"라고 서론을 띄우고는 담배를 태우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 학생 아파트는 5, 6년 정도 전까지는 가게의 단골이었던 사람이 경영하고 있었다고 하는데,


그 친분덕분에 상당히 입주민들에게도 인기가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그 단골 손님이 병사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없어지면서 기숙사는 폐쇄.


뭐 기숙사 폐쇄 자체는 최근 몇 년간의 흐름을 봐도 그렇게까지 드문 일이 아니라는게 점장의 말이다.


그런 사정이 있었기에 얼마 전 그 아파트에 배달 갔다는 내 이야기를 듣고,


어쩌면 친척이라던가 다시 경영하기 시작한게 아닐까 생각,


어제 낮에 인사할 겸, 예비 조사도 할 겸 해서 기숙사까지 다녀왔다고 한다.



하지만 기숙사는 황량한 상태라서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이 살고있는 느낌은 없었다고 한다.


역시 내 실수였다는 결론으로 그대로 돌아 가려고 했을 때,


관리인 실에서 '부탁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목소리가 갑자기 들렸다고 한다.


상당히 놀라서 그 자리에서 굳어 있었다고 하는데,


"부탁합니다."라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문을 열자,


안쪽은 엉망진창으로 낡아있었고, 여러 번 불러봤는데 그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점장은 기숙사를 뛰쳐 나와 대낮인데도 불구하고 쏜살같이 도망쳤다.


발밑을 봤던 점장은 깨달았다고 한다.


최근 내가 배달했던 요리가 바닥에 쏟아져 있었다는 것.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유령이든 무엇이든, 나는 그 이유를 알 수 없는 기숙사에서 알 수 없는 것과 담소를 나눠버렸다는 것이다.


나는 받아두었던 전화번호에 전화 한 것 같았는데, 연결되지 않았던 것 같다.


물론 나는 발신 이력을 삭제했다.



몇 달 후, 나는 가게를 그만 두었다.


1년 반 근무했기 때문에 이제 환경을 바꿔보고 싶다는 것은 그저 명분,


일을 하면서 계속해서 그 때의 일이 뇌리에 떠올랐다.


그만 둘 것을 결정지은 것은 그 사건에서 1개월 조금 지났을 무렵.


또다시 그 A씨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일부러 점장에게 들리도록 "A씨 이군요?"라고, 목소리가 떨리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면서 복창하고


그것을 헤아린 점장이 "바꿔줘"라는 제스쳐.


배달 서비스는 잠시 보류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했다.


전화를 끊기 직전, 점장의 얼굴에는 분명하게 동요하고 있는 표정이 떠올라있었다.



점장이 나를보고 한마디.



"이제부터는 가게에 오겠다는 모양이다···."



이제 한계였다.


그 날은 결국 A씨를 자칭하는 사람은 오지 않았다.



나는 도시로 이사했고, 아르바이트를 그만 둔 다음에 가게과 멀어졌고, 그 이후의 일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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