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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325th] 할머니의 인형

레무이 2023. 3. 22. 22:11

143 :정말로 있었던 무서운 무명: 2006/08/03(목) 00:08:14 ID:C5KNLqsy0
실화라고 할까,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친척의 이야기니까 거짓말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어머니의 옛날 기억이라 다소 애매한 부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어머니가 아직 어렸을 때인데, 놀다가 집에 돌아왔더니 거실의 분위기가 평소와 달랐다.
그때는 집에 아무도 없고 어머니만 계셨다.
그래서 뭐가 다른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장식되어 있던 인형의 위치가 바뀐 것이었다.
평소에는 사이드보드? (찬장 같은 것) 안에 넣어 장식하고 있을 텐데,
어째선지 바닥에 엎드린 채로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어머니의 어머니(우리 할머니)가 워낙 꼼꼼한 분이라 인형을 내팽개치고 어딘가로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생각했고, 처음에는 도둑이 들어온 게 아닌가 의심했다고 한다.
하지만 방 안의 다른 물건들은 전혀 움직인 흔적도 없고,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인형을 원래 있던 자리에 돌려놓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할머니가 집에 오셨고, 어머니가 물어보셨다고 한다.
"인형이 바닥에 떨어졌는데, 건드렸어?" 그런 식으로.
그러자 할머니는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면서 "정말인거니!" 하고 당황하셨다고 한다.
당황하는 모습이 심상치 않으니 엄마도 무서워졌는데,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물어봤지만, '알려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한다.
일단 어머니의 아버지(내 할아버지)가 퇴근하는 것을 기다렸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할머니가 그 사실을 바로 알렸다고,
할아버지가 갑자기 할머니를 몰아붙이면서 "그래서 버리라고 한 거잖아!" 라고 화를 냈다.
그 날로 차로 1시간 이상 걸리는 거리의 절에 가겠다며 할아버지는 그 자리에서 나가버렸다고 한다.

어머니는 혼자 남겨져 불안한 마음에도 잠을 잤다고 한다.
그런데 꿈속에서 그 인형이 나와서 거실을 뛰어다니는 꿈을 꾸셨다고 한다.
어머니는 "평소 보던 인형의 모습이 아니라 좀 더 인간적인 질감으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고 하는데,
옛날 이야기이고, 꿈속의 일이라서 나는 알 수 없다.

아침에 어머니가 일어나니 할머니가 피곤한 얼굴로 아침밥을 먹고 계셨다.
어제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어머니가 물어도,
"너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답하지 않았고, 어머니는 어색해하며 학교로 갔다고 한다.

학교에서 돌아오니 할머니가 그 인형을 정성껏 닦아주고 있었다.
특히 발바닥을 꼼꼼하게 닦고 있어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만 할머니는 알려주지 않았다.
얼핏 본 인형의 발바닥은 진흙이 묻은 것처럼 새까맣게 변해 있었는데,
할머니가 그것을 닦고 있는 것처럼 보였고, 역시 어머니도 기분이 나빠서 할머니에게 끈질기게 물어봤다.


그래서, 할머니가 털어놓은 내용이,
인형은 옛날부터 할머니가 소중히 여기고 있었다. (할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너무 소중해서 할아버지와 결혼할 때도 버릴 수 없어서 가져왔다.
예전에 인형의 위치가 바뀌거나 더러워진 적이 있어 절에 상담하러 간 적이 있다.
절의 주지스님의 말에 따르면, 할머니가 인형을 너무 소중히 여기다 보니 인형 자체에 사념 같은 것이 옮겨졌다고 하는데,
 영적인 것이 들어가는 그릇이 되었다고 한다.
그때는 주지스님이 경을 외워주셔서 얌전해졌다고 한다.
 주지스님은 "이대로 집에 두면 또 안 좋은 기운이 들어올 수 있으니 절에 맡기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소중한 물건이라 거절했다.
어제도 그 절에 인형을 가지고 갔어야 했는데, 절에 도착하니 인형이 어디에도 없었다고,
 어쩔 수 없이 돌아와 보니 현관 앞에 인형이 쓰러져 있었는데, 발바닥이 새까맣게 변해 있었다.
상자에 넣어 가지고 갔기 때문에 나갈 때 현관에 떨어뜨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 이야기를 하는 내내 할머니는 인형의 발바닥을 계속 닦고 계셨고,
어머니는 어린 마음에 할머니가 그 인형을 정말 소중히 여기고 있구나, 라는 것과,
그 인형에 아직도 어떤 영혼이 깃들어 있구나, 라는 생각을 했고,
이제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퇴근하고 돌아와서 엄마가 할아버지에게 상담을 했다.
할아버지께서도 지난번 인형이 이상해졌을 때 큰 일을 당하셨다고 하셨다(자세한 내용은 말씀해주지 않으셨지만).
이번에는 꼭 인형을 처분하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할머니에게 말하면 할머니가 반대할 것 같아서,
할머니가 잠든 후, 몰래 인형을 절에 가져가기로 했다.
어머니도 인형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에 동의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날 밤, 할아버지는 인형을 들고 나가서 그대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인형은 다음 날 아침 현관 앞에 떨어져 있는 것을 할머니가 발견했다.
할머니는 그 후로 누구에게도 인형을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

할머니는 그 이후로 어딘가 이상해진 것 같았다고 한다.
(할아버지가 실종 된 것도 있었던 것 같다.)
결국 어머니는 삼촌 집에서 지내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그런 생활을 하는 동안 엄마도 커서 결혼을 했고, 내가 태어나기 조금 전에 할머니는 병으로 입원하셨다고 한다.
어머니가 할머니의 방을 정리하다가 장롱에서 상자에 소중히 담겨 있던 그 인형이 나왔다고 한다.
그걸 보고 어머니는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인형의 얼굴에는 무언가를 뒤집어 쓴 듯한 검은 얼룩이 있었고,
인형 곳곳에 부적이 붙어 있거나 경문이 적혀 있는 등 상태가 심각했다고 한다.

어머니는 급히 절에 가서 주지스님(당시에는 전 주지스님도 돌아가시고 다음 주지인 것 같았다)을 집까지 모셔왔다고 한다,
경을 올리고 나서 절에 맡겼다고 한다.
그래서 경을 다 올리고 어머니가 '고맙습니다'라고 말하고 주지스님을 보내드리려고 할 때,
병원에서 연락이 와서 "할머니가 위독하다"고.


어머니가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더니 할머니는 이미 숨 쉬기도 힘든 상태였다고 하는데,
잠시 후 그대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할머니의 유골은 어머니의 뜻에 따라 절에서 굿을 하고 난 후 인형과 함께 묻었다고 한다.

인형과 할머니의 인과관계라든가, 할아버지가 결국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전에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다.
어머니의 해석은 할아버지는 인형을 절에 맡기러 가는 길에 무슨 일이 생겨서 아마 이미 죽었을 거라는 것이다.
(당시 실종 신고도 했지만, 수상한 목격담만 있었다고 한다.)
인형에 묻은 얼룩은 피가 묻은 거 아니냐. 할머니는 그걸 이해하고 미쳐버린 거 아니야.
라는 부분에서는 무서워 죽을뻔 했다.
할아버지도 할머니도 '병으로 돌아가셨다'라는 말만 들었기 때문에 충격이었다........
게다가 나, 다음 주에 할머니의 묘소에 참배하러 가는데........





150 : 정말 있었던 무서운 무명: 2006/08/03(목) 00:23:29 ID:w72PQDMi0
143이 성묘 갔을 때, 만약 그 묻어둔 줄 알았던 인형이 방 구석에 살짝 놓여있거나 하면...
어떻게 할거야 (´ω`;)





152 :143: 2006/08/03(목) 00:28:50 ID:C5KNLqsy0
>>150
무서운 말 하지 말아줘...
나도 방금 전에 들었고, 본인의 아버지가 실종된 이야기인데도 어머니는 아주 평범하게 이야기하고...
인형의 종류를 잊어버렸지만 이치마츠 인형이라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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