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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28th] 근데, 어디있어?

레무이 2017. 10. 5. 20:48

어느 날 밤, 문득 어떤 기척을 느끼고 깨어났다.


천장 가까이에 하얗게 희미하게 빛같은 것이 떠올라 있었다.


집중해서 보니 하얀 얼굴을 한 여자의 머리가, 둥둥 떠 있었다.


기겁을 하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움직여지지 않는다.


눈을 감고 싶어도 어째서인지 감을 수가 없다.


겨울인데도, 진땀이 배어나왔다.



그 여자는 무표정한 채로 눈만 움직여 방을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고 있었다.


이쪽을 보지 않는다는것 만이 유일한 구원이었다.


굳어진 채로 어쩔도리 없이 여자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쪽을보고 중얼 거렸다.




"어디?"




뭐가 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언가를 찾고 있는건가.


내 방에 뭔가가 있나?


전혀 단서가 없다.


떨고있는데 떠있는 얼굴이 스윽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로 눈 앞에,


숨이 닿을 정도의 거리까지.






"근데, 어디있어?"






눈을 부릅뜨고는 입을 돌연히 열었는데, 그 표정에 의한 공포감 때문에, 나도 모르게,



"지금은 없어!"



라고 대답 한 순간, 의식을 잃은 모양이다. 정신을 차렸을 때는 아침이었다.




꿈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감각에 전율은 멈추지 않았고, 바로 집을 나와 친구 A의 집에 갔다.


그대로 A의 집에서 자고가는게 좋을까 생각했지만,


그 날은 그렇게 지나가더라도, 다음 날 집에 돌아와서 똑같이 그게 나온다면 어쩌나 불안했다.


결국 A에게, 집에서 같이 자달라고 했다.




밤 늦게까지 이야기를 하면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고 있었지만, 수마에 이기지 못하고 어느새 잠이 들어 버렸다.






또다시 그 기척에 눈이 떠졌다.









있었다.





나에게가 아니라 A에게.


A의 얼굴을 감나히 들여다보고 있었다.


A는 전혀 모르는 채로 잠들어 있는 것 같았다.


덜덜 떨면서도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했지만 쳐다볼 수 밖에 없었고, 휙- 하고 이쪽으로 다가와서는,




눈앞에서.





"아니잖아. 근데, 어디있어?"




숨이 턱 막혔다.




"지금은 없어!"




이번에도 실신 한 모양인지, A가 깨워서야 일어나 눈을 떴다.


밤 중에 있었던 이야기를 해도 A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며, 꿈이라도 꾼 것이냐고 웃었다.


내게는 그렇게 생각되지 않았다.



짐작 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방에는 별다른 짐도 없었기에, 무엇을 찾고 있는지 전혀 짚이는 데가 없었다.



오늘도 자고가달라고 A에게 부탁했지만, 일이 있다면서 거절 당했다.


어쩔 수 없었으니까, 다른 친구 B에게 묵으러 와달라고 전화를 걸었다.


B가 온 날도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B의 얼굴을 들여다보고는,



"아니잖아. 근데, 어디있어?"


"지금은 없어"



나는 의식을 잃었다.





공포감에 휩싸인 나는, 친구 C의 집으로 자러갔다.


방을 바꾸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친구 C는 흔쾌히 묵게 해 주었다.




그러나 C 방에서도 녀석은 나타났다.




잠든 C의 얼굴을 들여다 보면서,



"아니잖아. 근데, 어디있어?"



조금 익숙해졌는지, 무심코,


"모른다구!"


라고 대답 한 순간, 얼굴이 부와아아앗 하고 시야에 가득히 퍼지며 쏘아지듯 사라졌다.


다행이다. 사라졌어···


그렇게 안도하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달콤한 기분이었다.




그날 밤에 또다시,



"근데, 어디있어?"




지금까지와 다른 것은 얼굴에 분노의 표정이 보이는 것이다.


나를 힐난하듯 묻는다.




"근데, 어디있어?"





"너, 알고있는거지? 어디있는거야?"





정신이 뒤죽박죽이 되는 느낌이었다.


저 녀석은 분명히 누군가를 찾고 있는거다.


나랑 관계있는 것인가?


아무것도 모르겠다.





그때부터 나는 친구들을 닥치는대로 내 방에서 자고가도록 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그 여자는 매일 밤 나에게 물어왔다.




"근데, 어디있어?"



그런 매일이 이어졌다.


난 미칠 것 같았다.






얼마 후, 친구 H가 자러 왔을 때의 일이다.



눈을 뜨자 언제나의 여자.


이제는 많이 익숙해져 버린 나는, 여자를 보았다.



H의 얼굴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내쪽으로 얼굴을 돌리는데, 무언가 단호함이 느껴졌다.


잠시 내 얼굴을 쳐다보다가,






"찾~았다."







하면서 히죽 하고 웃었다.



뒤틀린 미소는 뭐라 표현하기 어려운 섬뜩함으로 다가왔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지르며 몸이 움직여졌고, 무심코 밖으로 튀어 나왔다.


가까운 친구가 사는 곳까지 뛰어가서는 벌벌 떨면서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했다.


일단 집에 가보리고 해서 함께 방에 돌아와 보니,



자고있어야 할 H의 모습이 없었다.





이후 H의 행방은 모른다.



H의 가족에게 여러가지 질문을 당했지만, 솔직히 얘기했기 때문에 머리가 이상한 놈이라고 생각된 모양이다.


내가 죽여서 묻어버린게 아니냐는 소문도 있었다.



당시의 친구들도 떠나가고 말았다.



내 탓인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H와 그 여자의 관계는 알 수 없는 채.


H는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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