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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74th] 체육관의 뒷문

레무이 2017. 11. 24. 01:08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수업시간에 무서운 이야기가 크게 유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를 모은 것은 학교의 불가사의였는데, 흔해빠졌지만, "밤이되면 움직이기 시작하는 해골 모형"이나 "화장실의 하나코 씨"의 이야기도 인기있었습니다.



그 중 하나는 "체육관의 뒷문"이라는 것이있었습니다.


목조 체육관의 무대 뒤쪽 통로에 있는 큰 문이 설치되어 있는데, 문을 열면 다른 차원의 세계로 빨려들어간다는 것이었습니다.


"체육관 뒤의 통로라니, 들어간적은 없네"라고 내가 말하자, "한번 보러 갈래?"라고 친구 미나가 말했습니다.


호기심에 사로 잡힌 우리는 그날 방과후에 그 문을 보러 가기로 약속했습니다.



무대 뒤의 통로에 기어들기 위해서는 먼저, 용구실을 지나가야 합니다.


그러나 문 앞에는 뜀틀이나 매트라거나, 평균대 같은 용구가 놓여져 있었고, 그것들을 치워내야 안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둘이서 그것들을 밀어내고는, 나는 먼저 낡은 문의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


손잡이 아래에 작은 무언가가 붙어있었습니다.




순간 뭔가 종이같은건가? 생각했는데, 자세히 보니 그것은,



낡아빠진 부적이었습니다.



나는 순간적으로 등골이 오싹해졌고, 2, 3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미나가 웃기 시작했습니다.


"뭐야? 무서워? 여기서 기다려도 괜찮다니까? 나는 가볼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미나는 소심한 나를 밀쳐내고는 힘차게 문을 열었습니다.



안을 들여다 보니, 폭 60센티미터 정도 높이 150센티미터 정도의 좁은 통로가 있었습니다.


불빛이 없었기 때문에 얼마나 길게 뻗어있는지는 몰랐는데, 굉장히 먼지냄새가 났습니다.


오랫동안 아무도 손질하지 않는 것 정도는 알 수있었습니다.



미나는 아까 수위 실에서 마음대로 가지고 온 손전등을 켜고는 용감하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혼자 남겨지는 것도 무서웠기에, 그래서 미나의 뒤를 따라 들어갔습니다.




"!"



갑자기 미나가 멈춰섰습니다.


깜짝 놀라서 미나의 시선 끝을 눈으로 따라가보니, 손전등으로 비추어진 작은 빛의 원 안에 오래된 나무재질의 여닫이 문이 비춰지고 있었습니다.



"방이라니, 이거 아니야?" 라고 미나가 말했습니다.



나는 섬뜩한 느낌을 억누를 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여닫이 문에는 부적이 잔뜩 붙어있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자!"


난 너무 무서워져서, 미나를 설득하려고 했지만


"왜? 모처럼이니까 열어보자"


라고, 미나는 어쩐지 즐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미나는 겁이 없었도, 지금까지도 몇 번이나 이런 상황을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도 그녀는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이기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미나는 나의 만류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문 손잡이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문을 당겼습니다.




"아하하하하! 그냥 거울이잖아"



라고 미나가 웃었습니다.


완전히 열린 문의 안쪽에는 거울이 있었고, 웃고 있는 미나와 맥이 빠진 내 얼굴이 비치고 있었습니다.


"뭐야~ 방 따위는 없네, 뭐, 괜히 놀랐잖아~"


우리는 왠지 안심되어서, 거울 앞에서 이상한 포즈를 취하거나 하고 있었습니다.



"이제 나가볼까"


내가 말하자, 미나도 이젠 질렸는지 동의하고는 원래 온 방향으로 되돌아갔습니다.


내 뒤에는 미나가 이어서 아까의 용구실로 나왔습니다.


"자, 이 용구들을 처음대로 해놔야지, 우리가 여기에 들어간 걸 발각되지 않으려면."


그렇게 말하며 내가 뒤돌아 보자 미나가 따라오지 않았습니다.


"미나야?!"


나는 당황해서 어두운 통로에 다시 발을 들였습니다.


그러나 미나는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나는 나쁜 예감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말을 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미나의 이름을 외치며 아까의 거울 앞에까지 왔습니다.


미나가 닫아놓지 않은 탓에 문은 열린채로 있었습니다.


나는 손전등으로, 거울을 비추었습니다.




그 때···


나도 미나도 아닌, 다른 인간의 얼굴이 명확하게 거울에 비쳤습니다.




그것은 중년의 남성이었습니다.


어디에나 있을 듯한 아저씨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는 당황해서 주위를 둘러봤습니다. 그러나 거기에 있는 것은 나 혼자 뿐이었습니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있을리가 없었습니다.


다시 거울로 눈을 돌리자, 이번에는 그 아저씨가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비명을 지르며 쏜살같이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양호실 침대에서 흐느껴 울고 있었고 선생님이 돌봐주고 있었습니다.



그 후, 결국 미나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미나의 부모님이 실종신고를 하여 경찰과 학교전체가 총력을 기울여 수색했습니다만, 단서 하나 나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솔직하게 거울에 대해서 말할 수 없었습니다.


두려워서 말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미나는 그 거울에 비친 아저씨에게 끌려가 버린 걸까요.




그로부터 12 년, 건물의 개축과 함께 체육관도 철거되었고 새로운 콘크리트 건물이 되었습니다.


미나의 부모님은 이제 딸은 살아있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장례식까지 치뤘다고 합니다.



나는 그 사건을 아직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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