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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16th] 밋밋한 것들

레무이 2018. 1. 3. 12:05

내가 아직 유치원생일 적에, 할머니랑 함께 자던 시절의 이야기.



그날 밤, 나는 평소처럼 할머니의 방에 가서 옛날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잤다.


그 때는 아직 평소와 아무것도 다르지 않았다.



심야, 나는 어째서인지 깨어 버렸다.


화장실에 가고싶은 것도 아닌데 잠이 꺠어서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때 할머니가 시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궁금해서 그쪽을 보았다.




···누군가가 서있어!



할머니의 이불의 주위를 둘러싸는 모양으로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것은 얼굴이 없고, 단발 머리에 기모노를 입은 모두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왜일까? 뭔가 슬픈 느낌이 들었다.


얼굴은 없는데,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무서운 얼굴로 웃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겁이 나, 머리까지 이불을 덮고는 그대로 아침이 되었다.



밝아져서는, 내가 조심조심 얼굴을 내밀자, '밋밋한 것들'은 사라져있었다.


나는 곧 할머니를 일으켜 심야에 있었던 일을 전했다.



그러자 할머니는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은, 할머니에게는 어렸을 때 죽은 동생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말이다. 그때는 전쟁 중이라서 제대로 향도 올리지 못했단다. 그래서 말이다, 지난번에 작은 지장을 세워서, 스님에게 계명(*)을 달아달라고 하고, 경도 올려달라고 했단다. 그래서··· 인사를 하러 왔을게야···."


(*계명: 불문에 입문한 사람에게 주는 이름, 법호)


그리고 할머니은 눈을 찌푸렸다.


내가 "할머니를 괴롭혔어?"라고 묻자, 할머니은 의아한 얼굴을 하고


"밤에 할아버지가 전사한 꿈을 꿨는데, 무서운 꿈이었단다. 할아버지에게 아무일도 없으면 좋겠는데···"


라고 말했다.



사실 할아버지는 이때 감기가 악화되어 입원해있었다.


나는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아침 식사 중에 병원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할아버지의 용태가 급변했기 때문에 빨리와달라는 것이었다.


집안 어른들은 병원에 갔는데, 나는 유치원에 가게 되었다.



그리고 할아버지는 그대로 돌아가셨다.


나는 슬프기보다 무서웠다.


무서웠던 것은, 그 '밋밋한 것들'이 무엇을 하러 왔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할아버지의 죽음을 알리러 온 것일까?


그냥 인사를 하러 왔을 뿐일까?


아니면··· 정말로 할머니의 동생이었던 것일까?


물론 이러한 수수께끼는 답이 나올리 없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만 고향에 돌아가 성묘할 때, 그 지장을 보면 무척이나 섬뜩함을 느낀다.


그래··· 이 지장의 웃는 모습···


그 '밋밋한 것들'에게서 느꼈던 미소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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