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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33rd] 흰 옷을 입은 여자

레무이 2018. 1. 22. 23:56

먼저, 어머니에게 들은 이야기.


내가 태어나기 직전 하얀 옷을 입은 옛날 풍의 여자가 나를 안고 대나무 숲 속을 달려가는 꿈을 자주 꿨다고 합니다.


아직 내가 태어나기 전이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본인의 아이라고 알고 있어서,


"돌려줘! 돌려줘!"라면서 꿈 속에서 필사적으로 쫓아가고 있었다고.


이것 뿐이라면 출산 전의 노이로제였겠지,하면서 끝나겠지만


여기부터가 나의 체험. 꿈이 아닙니다. 



어릴 때 집 계단에서 자주 놀았습니다.


우리집 계단은 굉장히 가파라서 지금 생각하면 엉뚱하게 놀았었는데요 ㅋㅋ


계단 맨 위에서 아래로부터 두번째 단을 노리고 뛰어내리는 등.


닌자를 동경해서 계속 계단 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도 이건 위험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만은 괜찮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몇번이나 몸의 균형을 잃고 실패다!!라고 생각해도, 나는 상처 없이 계단 맨 아래에 설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균형을 잃었을 때 몸이 두둥실 떠서 누군가에게 옮겨지고 있는 느낌으로 착지할 수 있었습니다.


모습을 똑똑히 볼 수는 없었지만 누군가가 나를 지켜준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나를 좋아하는구나···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혼자서 집을 보는데다가 이웃에 친구들도 없었고, 외로웠기에 누군가가 같은 집에 있다는 것이 그저 기뻤습니다.


착지한 뒤 "고맙습니다" 라고 자주 말했어요 ㅋㅋ


하지만, 그 누군가는 언제까지나 같이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처음 모습을 봤을 때. 그리고 그것이 이별이었어요.


언제나처럼 계단에서 놀고 있다가 종종 있었던 일처럼 균형을 잃은 내 몸은 다시 허공에 떴습니다.


그때 내가 누군가의 팔에 안긴 것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흰 옷을 입고 검은 머리를 사극에 잘 나오는 모양으로 묶은, 매우 쓸쓸한 듯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는 여자.


예쁜 사람이었습니다.


가까이에서 순간 겨우 보였습니다.


이 사람에게 항상 도움을 받았던거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


그 사람이 그 얼굴 그대로 나를 떼어놓았습니다. 





그때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내가 눈 앞의 계단에서 있을 수 없는 각도로 떨어지는 것을 발견.


어머니는 황급히 손을 뻗어 나를 받아내고 허리를 부딪히고 말았습니다.


지금은 나으셨지만 정말 죄송합니다.


나는 멀쩡했지만 무서워서 울었습니다.


그 때 분명히 소리가 들렸습니다.


"이제 안녕. 건강하세요."


그리고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려움과는 별개로 너무나 슬퍼졌습니다.


저 사람은 어딘가로 가버린다, 이제 다시 나는 외톨이가 된다는 사실에 너무 외로워져서···


이제는 무서움보다도 외로움으로 울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 계단에서 노는 것은 그만 두었습니다.


그 사람이 마지막으로 나를 옮겨 주었던 것은


나를 데려가려 했던 것인지 어머니에게 돌려주려고 했던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평소 같으면 돌아올 시간이 아니었던 어머니가, 그 시간에 마침 돌아온 것도 꽤 신기한 일입니다.



그 체험이 있고 어느정도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조금 컸을 때에 어머니께 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쩐지 그 사람이다!라고 생각했지만 두려움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어머니에게는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건 꿈이 아닙니다. 지금도 확실히 기억 납니다.




그 사람의 쓸쓸한 듯한 얼굴도, 마지막 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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