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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37th] 금고

레무이 2018. 1. 27. 00:27

내가 초등학교 3학년 때의 이야기.



나는 도쿄 출생, 도쿄 출신의 에도 토박이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시마네현 출신이라서 여름 방학의 어느 날에 외갓집에 갔다.


오랜만에 만나는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손자가 귀여워서 어쩔 줄을 모르셨고, 나와 동생을 매우 귀여워 해주셨다.



그 집은 특별하지는 않은 조금 큰 단독 주택이었는데, 한가지 이상한 것이 있었다.


(당시의 내 눈에는 이상하게 보였다)


그것은 거실에 있는 금고였다.


대략 전자레인지 정도의 크기의 일반 다이얼 금고였는데, 신단 아래에 요란하게 놓아두었다.


마치 금고를 모시고 있는 것처럼.





아이들은 아무거나 만져대는 것이라, 나도 예외없이 그 금고를 열려고 애를 쓰고 있었다.


그 모습을 만류하지도 않고, 할아버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보고 있었다.


거실에 들어온 할머니가 "잠깐만, 할아버지! ○○가···" 라면서 할아버지에게 말했지만,


"어차피 열리지 않아."같은 느낌으로, 할아버지는 방임했다.


할아버지에게 "열어봐요- 한 십억정도 들어있어요?" 라고 말해 보았는데,


"이건 부셔야만 열 수 있어. 할아버지도 열지 못한단다."라고 말을 돌리셨다.



나도 점점 질려서 다른 놀이를 하게 되었다.


할아버지가 "내일 오징어 낚시에 데려가 줄게"라고 말씀했다.



그날 밤 신선한 생선을 듬뿍 사용한 요리가 식탁에 차려져서, 도쿄에서 파는 생선보다도 각별하게 맛있는 생선 요리를 먹었다.


어른들은 술을 마시기 시작했고 다 먹은 나와 동생은 함께 또다시 집안 탐험을 시작했다.





그리고 다시 예의 금고를 만지기 시작했다.


동생이 지켜 보는 가운데 얼마 지나지 않아 금고에서 찰칵···하는 소리가 들렸다.


"열린건가···?"


그렇게 생각하고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전신의 털이 곤두섰다.


무려, 전자레인지만한 크기의 금고 안에는 조금 큰 여자의 얼굴이 들어 있었다.


그리고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아지랑이처럼.


목 아래에는 부적같은 것이 잔뜩 깔려 있었다고 기억한다.


나는 엄청난 비명을 질렀고 동생도 엄청난 기세로 울기 시작했다.



그 비명을 듣고 부모와 조부모들이 달려왔다.


금고를 앞에 두고 울부짖는 우리들을 보고 할아버지가 "설마 열었느냐?"라고 물었다.


금고가 열려 있는거야 바로 보면 알 것이라 생각 했는데, 어째서인지 금고는 닫혀 있었다.


닫았던 기억은 없는데도.


할머니가 몇 번 빙글 빙글 해보셨지만, 이제 열리지 않았다.


할아버지는 오열을 계속하는 나를 윽박지르지 않으시고 부드럽게 타이르며,


"○○야, 뭘 보았느냐? 응?"라고 상냥하게 물어보셨다.


그러나 그 표정은 곁눈질로도 알 정도로 격해보였다.


"우와, 여자··· 여자!"라고 반복하는 나에게 '어떤 표정이었어?"라고 묻는다.


"모르겠어. 그렇지만 왠지 화난 것 같았어··· 화난 것 같았어···"


그래, 확실히 내가 본 여자의 얼굴은 분명히 분노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였다)





할아버지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할머니에게 무엇인가 지시를 내렸다.


할머니는 서둘러 현관으로 나갔다.


나는 식탁까지 끌려가 술로 생각되는 것들을 한 컵 먹게되었다.


그 느낌이 가장 강렬했다. 죽는 줄 알았다. 동생도 즉시 토하고 있었다.


그러나 할아버지는 "□□야 착한 아이니까"라고 필사적으로 먹이고 있었다.



그 후, 돌아온 할머니에게 목욕탕에 끌려가 왠지 동생과 함께 빡빡머리가 되었다.


그 때의 동생은 이미 의식이 혼탁해 있었지만···.



그 후, 술의 영향도 있어서인지 (아마도 술 때문에 겠지만) 곧바로 잠들었다.



다음날 할아버지는 "오늘은 오징어 낚시는 안되겠구나. 파도가 거칠고 위험하다"고 말씀하셨다.


맑고 바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젯밤에 대해서 묻고 싶었지만, 뭔가 어처구니없는 일을 저질러 버린 것 같아서, 결국 누구에게도 묻지 못했다.





결국 성장하여 대학생이 된 나는, 몇년 만에 그 사건을 떠올렸고 먼저 동생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동생은 기억하지 못했다. 무리도 아니다. 동생은 그 때 초등학교 1학년이었으니까.


그래서 부모님에게 물어 보았다. 그러자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빡빡머리 됐잖아 라거나, 술 먹였잖아 라든가 물고 늘어졌는데,


빡빡머리가 된 것은 지역 야구 팀에 들어가서였고, 술은 네가 호기심에 제멋대로 마시고 쓰러졌던 거라고 설득하시는 것이다.



물론 초등학교 3학년부터 야구를 시작했지만 그것 때문에 면도한 기억은 없다.


지금 와서 떠올리면, 그 기억은 꿈이었던 것일까, 그렇게도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도 눈꺼풀을 닫으면 그 때의 무서운 여자의 표정이 희미하게 떠오른다.


그 여름의 사건은 대체 뭐였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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