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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52nd] 유키는···

레무이 2018. 2. 10. 06:30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이런 게시판이기에 말할 수 있달까···


긴 내용이지만, 어쨌든 들어보세요.



나는 대학시절 마지막 여름에 서클 친구들과 이즈의 오오시마라는 섬에 갔습니다.


친구 한 명의 집이 민박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 연줄 덕을 봤습니다.



첫 날과 이틀 째에는 '왕의 해변'과 '코우보우 해변'에서 수영을 잔뜩했고, 사흘 째는 미하라 산을 메인으로 섬의 관광 명소를 돌았습니다.


그 날 밤입니다.


상당히 피곤했지만 괴담 대회를 하게 되었습니다.


중심은 물론 현지인 U입니다.



U를 포함 6명이서 빌린 큰 방에 둘러앉아서, 밤 10시가 넘어서부터 시작했는데 12시 무렵에는 U의 이야기에 빠져들어 버렸습니다.


현지의 소재라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도 교활합니다.


"어떤 사람이 화장실에 들어가 있었는데···"같은 괴담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지만, 그만큼 파괴력이 부족합니다.


반면에 지금 와있는 섬의 괴담이라니··· 완전히 분위기가 다릅니다.



그런 이유로 오싹함을 느끼며 U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한참 달아오른 분위기에서 "수박이라도 먹고있어"하면서 U는 자리를 떴습니다.



30 분 정도 후 한지를 가지고 돌아와서는,


"다음 이야기는 진짜로 위험한거야"


라면서 불을 끄고, 책상 위에 놓았던 한지를 손전등으로 비추었습니다.


"이 이야기는 말이야, 옛날부터 이 근방에서 입에 내면 안된다고 알려져 있는거라서, 이렇게 종이에 쓰면서 진행하는거야. 근데 귀찮으니까 한꺼번에 써왔어."


[이건 진짜 구나] 라는 걸 직감했습니다.


그러나 6명으로 둘러싸면 종이의 뒤쪽에서 읽어야 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읽기가 어렵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괜찮으니까 입으로 이야기해"라고 한 사람이 말했습니다.


"아니, 이거 진짜 위험한건데"라는 U를 부추겨서 무서운 일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걸 당부받게되었습니다.


나는 조금 무서웠던 쪽이라 솔직히 피하고 싶었습니다.


"정말로 책임 안질거니까"라고 말하고는, U는 띄엄띄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옛날 이 섬의 북쪽 항구쪽에, 유키라는 이름의 딸이 살고 있었다.


아버지는 어부이며 어머니는 유키가 어렸을 때 바다에 빠져 죽었다.


유키는 엿을 팔면서 아버지의 일을 돕는 부지런한 아이였지만 18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무거운 가슴의 병에 걸려 버렸다.


의사가 살아날 가망이 없다고 하여, 결혼이 가까웠던 유키는 일방적으로 파혼되어 마침내 미쳐 버렸다."




"잠깐 기다려봐, 그건 언제 있었던 이야기?" 라고 누군가가 끼어들었습니다.


"아마. 분명히 메이지시대(*)에 들어온 뒤라고 했던가.


(*메이지 시대: 1868년부터 1912년)


어쨌든, 미쳐버린 유키는 하루 종일 뜻 모를 소리를 중얼중얼 대면서, 배회하기 시작했다.


불쌍하게 생각했던 주위의 사람들도 점차 혐오하게 되면서 아버지를 탓하게되었다.


아버지와 딸, 두 명 살림으로는 고기 잡이에 나가있는 동안 돌볼 수가 없다. 요양원에 데려갈 돈도 없다.


아버지도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유키는 사라졌다 "




"다음날 동료 어부가, 전날 밤에 아버지의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는 유키를 봤다고 말한다.


[달 밝은 밤이라서 똑똑히 봤다구, 옆모습이 명확하게 보였어]


[어째서 말리지 않은거야] 라고 하는 아버지에게 동료 어부는


[또 한명이 타고 있었는데, 그건 네가 아니었어?]


술렁이게 되었고, 동료 어부들도 찾는 것을 도와주게 되었다.


이윽고 고기 잡이에 나가있던 동료로 부터, 먼 바다쪽으로 유키가 탄 배를 발견했다.


견인되어 온 배에는 유키의 창백한 모습이 나뒹굴고 있었다.


유키 혼자 였지만, 아마 유키를 데리고 나간 사람이 한 짓일거라고 말했다.


그 사람은 유키와 동반 자살하려고 바다에 나갔던 것이었는지, 어쩌면 다투고 바다에 떨어져 버린 것인가.


어쨌든 살아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라 이야기는 조심스러웠지만, 내심 모두가 생각하고 있었다.


'사람의 짓이 아니다'라는 것을.


유키의 목은 ···되어 있었다.


···그 이후 ㅇ키는 ㅇㅇ키와 ㄴ나는 ㅁㅁ했던 대로 ㅁㅁㅏㄹ했던 대로 고대하던 바다로 나갔다.


잔잔한 바다에 손이 떠올라왔다.


아주 아주 깊은바다, 거기서 하얀 손이 몇개나 올라왔다···"





우리는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소리도 낼 수 없었습니다.


U의 목소리가 아니었습니다.


굴러간 손전등이 창을 비추고 있었지만 아무도 그곳을 보지 않았습니다.


U가 말하는 듯한, 그러나 다른 어디라고 말할 수 없는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거기서부터 다음은 자음만이 연이어 있는 듯한 소리가 들릴 뿐, 내용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똑똑히 이렇게 들렸습니다.


"후지의 그림자가 예뻤어."


그 목소리에 반응 한 것처럼, 한 사람이 U 어깨를 격렬히 흔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괴담의 도중에 이어지는 문맥이 이상했습니다.


나도 반쯤 울음이 섞이면서 U를 흔들었습니다.


U는 곧바로 제정신으로 돌아온 것 같았지만, 마구 "졸려"를 연발하다가, 기절하듯이 잠 들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어쩐지 모르게 어색해진 괴담 대회를 끝내기로 했습니다.



아무래도 마음에 걸려자기 전에 U가 준비해 놓았던 한지의 마지막 대목을 봤는데,


"그 이후 유키는 이 이야기를 하는 인간을 바탕으로,"


여기까지 읽고, 나는 한지를 찢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U는 어제 일을 기억하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농담하지마. 내가 그걸 이야기 했다고-? 우와, 뭐 상관없잖아 아무래도."


계속해서 묻는 것도 뒷맛이 나빠서 우리는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것만은 왠지 신경이 쓰이고 있었으므로, 돌아가기 전에 "후지의 그림자는 뭐야?"라고 물었는데,


"후지산의 그림자? 그게 뭐야?"


"아니, 아무것도 아냐"






어쩐지 U에게는 물어보기 찜찜했기 때문에 신세를 진 U의 부모님께 몰래 물었습니다.



"아아, 보름달이 뜬 밤에는 가끔씩 보여요. 밝고 공기가 맑고, 해수면의 온도라든지의 조건이 충족되면, 한밤중에도 여기에서."



그 사건 이후, 이 이야기는 누구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입으로 말하는 것이 아무래도 이제 생리적으로 안됩니다. 그때의 U의 목소리가 머리에 맺혀 있어요.



재작년 할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장례때에 할아버지 시신의 곁에서 자고 있는데, 한밤중에 그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소리를 듣고는 뭔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때의 U의 목소리가 여성의 목소리였다면, 아마도 우리는 곧바로 패닉에 휩싸여, U를 두드려 흔들었을 것입니다.




U의 목소리는 할아버지의 목소리처럼 여성이라고도 남성이라고도 우리가 직관할 수 없는,



죽은자의 목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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