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내가 중학교때에 경험한 일.



내가 있던 반은 그날의 마지막인 영어 수업을 받고 있었다.


여름이 오기 직전이었던 무렵이라, 에어컨이 없는 우리 학교는 몹시 무더웠다.


게다가 그 날은 비가 내리고 있었고, 바깥은 이상하게 어두워서 언제 천둥이 쳐도 이상하지 않은 날씨였다.


그 때문인지 반 전체가 기묘한 분위기 였던 것을 기억하고있다.



그날의 영어 수업은 자기 소개를 하는 것이었다.


단상에는 마침 친구 K가 서 있었고,


우리들이 야유를 받으며, 그 녀석은 서툰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연설의 중반, 갑자기 K가 말하는 것을 그만 두었다.


반 모두가 의문을 품은 분위기가 되었을 때, 멍하니 서있던 K가,



"목이 떠있어"



라고 나직하게 말했다.




모두가 K의 시선의 끝을 보고, 일부 학생들이 비명을 질렀다.


나도 그 중 한 사람이었다.




교실 한가운데쯤의 공중에 머리카락 덩어리가 떠있었다.




눈 앞에, 절대 있을 수 없어야 할 그 물체의 기분 나쁨에, 교실은 보이는 녀석과 보이지 않는 녀석들이 뒤섞인 패닉상태가 되었다.


게다가 '그 것'은 좀처럼 모습이 사라지지 않았고, 선생님들이 모여들기 직전까지 공중에 머물러 있었다.



결국 그날은 집단 하교를 하게 되었고, 나중에는 그 '무언가'가 보이지 않았던 영어 교사의 증언으로, 단순히 집단 히스테리 같은 것으로 깔끔하게 치부되어 버렸다.




다만, 십 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공중에 떠 있던 머리카락과 순식간에 광기에 휩싸인 교실의 분위기가 잊혀지지 않는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558th] 학원이 있는 빌딩  (0) 2018.02.15
[557th] 마주하고 있던 것  (0) 2018.02.14
[555th] 당겨졌다!  (0) 2018.02.13
[554th] 화장실 갈래?  (0) 2018.02.11
[553rd] 분실물  (0) 2018.02.1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