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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589th] 그건 뭐였던거지?

레무이 2018. 3. 17. 18:30

그건 뭐였던거지? 라는 이야기.



내가 다니던 중학교는 사찰 근처에 있었는데, 3층 교실에서 도로를 사이에 둔 맞은 편에 그 사찰에 있는 무덤이 보였다.


소문으로는 유령이 나온다는 말도 있었지만 나는 그런 것은 믿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의 일.


나는 수업이 끝나고 청소 구역인 3층 미술실로 향했다.


청소 당번이긴 하지만 실제로는 빗자루를 휘두르며 놀 뿐, 그래도 담당인 S선생님이 있을 때 정도는 제대로 하는 척은 하고 있었다.



미술실에 들어가자 벌써 반 애들이 세명이 빗자루를 방망이로 야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 놀이를 꽤나 좋아해서, 나도 넣어달라며 청소용품 함에서 빗자루를 꺼내 타석에 들어갔다.


타석이라고해도 실제로는 따로 없었지만.



투수 역할 녀석은 걸레로 만든 공을 과장된 폼으로 던졌다.



나는 그것을 역시 과장된 폼으로 타격.



"오옷쌰아앗!"



생각보다 제대로 맞춰버려서 공이 창문 밖으로 나가 버렸다.



"너 뭐하는거야ㅋㅋ"



라며 투수 녀석이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 또 걸레로 만들면"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일단은 공의 행방을 찾아 창문에서 몸을 내밀어 보았다.


걸레 공은 자전거 주차장을 넘어 도로 한가운데에 떨어져 있었다.



아아, 이거 가지러 가기 귀찮네~ 생각하면서 시선을 조금 돌리자, 무덤 안에 있는 전봇대에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무언가 인간 형태의 털이었다.


하지만 흐릿흐릿해서 전체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것이 전봇대에 매달려 있었다.



"어 저거 원숭이 아냐??"



나는 외쳤다.


털이 난 사람 형태니까 그렇게 말했다.


어디 어디? 하면서 다른 세 사람도 달려왔다.



"그래 어! 전봇대 쪽에! 저봐 움직였다."



다른 세 사람은 아무래도 못찾는 모양이었는데,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찾지 못했다.



"저기!"



라고 손가락을 가리키는 순간, 그것은 이쪽을 돌아 보았다.






그건, S 선생님의 얼굴이었다.







그 사람 형태의 부스스한 것은 S 선생님의 얼굴을 하고 있던 것이었다.


다만, 그 얼굴은 창백했고 눈까지 어두워져 음푹 들어가있었다.


어째서인지 얼굴을 억지로 떼어내어 붙여넣은 듯한 얼굴이 거기에 있었다.



"에, 앗"



나는 뭐라고 할 수 없는 소리를 내었다.


그 사이에 그 녀석은 이미 사라져서 보이지 않았다.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는데.



그날 밤의 일이었다.


S 선생님이 죽었다는 연락이 들어온 것은.


나는 일단 반장를 대신하여 그 장례식에 참여를 했다.



아무튼 장례식은 아무 일도 없이 끝났는데, 신경이 쓰이는 것이 하나가 있었다.



보통 장례식에서는 관에 죽은 사람의 얼굴을 볼 수 있게 되어있어야 하는데,


한번도 보여주지 않았다는 것.



S 선생님의 얼굴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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