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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663rd] 사요

레무이 2018. 6. 7. 07:30

나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히로시마의 시골에서 살았다.


그 때 알게 된 (친하지는 않았던) "사요"라는 아이에 대한 이야기.



내 어머니의 친가는 끝없이 펼쳐진 밭 뿐, 그야말로 시골이었고 유치원도 보육원도 없다.


나는 어머니와 할머니와 함께 집에서 놀면서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는 지루한 매일을 보내고 있었다.


근처 마을에 나가는 것만이 즐거움이었고, 자주 언제나 가는 공원에 가서는 쇼핑을 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놀고 있던 것이다.



어느 날 공원에 비슷한 나이의 귀여운 여자아이가 있었고, 함께 놀게 되었다.


그 아이는 "사요"라고 하는데, 이 마을에 살고 있는 모양이었고, 혼자서 놀러왔다고 한다.


검은 치마와 흰 셔츠를 입은 단발머리의 귀여운 아이로, 나는 금새 친해져서 모래 장난을 시작했다.




마른 모래를 삽으로 파내 큰 모래 산을 만들고, 둘이서 양쪽에서 구멍을 파들어 간다.


손으로 모래를 헤치며 굴을 파고, 그러다가 산의 내부에서 서로의 손이 맞닿으면 터널 개통이다.


내가 '슬슬 사요의 손이 닿으려나?' 하는 중간 쯤까지 파들어갔을 때,



···뭔가가 내 손을 잡았다.




그대로 나는 굉장한 힘으로 당겨져 머리부터 모래에 쳐박혔다.


단단히 눌러 다져진 모래는 무너지지 않았고, 나는 모래에 짓눌리는 모양으로 질식할 것 같았다.


"그만해! 사요!"


그러자,


"어? 왜~애~?"


라고 말하는 사요가 모래 산 저편에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사요는 엉거주춤한 자세로 손을 모래에 받힌 채 나를 보면서 히죽 웃고 있었다.


그것은 어떻게 봐도 5, 6 세 소녀의 팔 길이가 아니었고, 나는 영문을 모르고 "그만! 그만!"이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타이밍 좋게 어머니가 돌아오셨고, 나는 사요의 손에서 풀려났다.


사요는, 딸꾹질을 하는 내 옆을 빠져나가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달려서 돌아갔다.


아이이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이야기해도 믿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나는,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로 아무래도 나는 그녀에게 찍힌 모양이다.


어머니는 마을에 나갈 때마다 나를 공원에 내버려두셨고, 나는 그 때마다 사요와 놀아야만 했다.


그녀는 항상 검은 치마와 흰 셔츠의 단벌 나들이 옷이었고, 부모가 데리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정확하게 어머니가 공원에서 나가는 것을 보는 듯, 엇갈리며 나타났다.


공원에는 다른 아이가 먼저 놀고있을 때도 많이 있었지만,


사요가 공원에 들어오면, 나와 비슷한 또래는 물론이고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아이들도 몰래 도망갔다.


나는 사요를 거스를 수 없었고, 사요가 원하는대로 할 뿐이었다.


공원 한구석에 떨어진 라이터를 사요가 툭하고, 만지는 것만으로 갑자기 불이 붙은 적이 있었고,


담 위를 걷는 고양이를 향해 사요가 마른 나뭇잎을 돌돌말아 던지자, 고양이가 낙법도 하지 않고 등으로 떨어지는 일도 있었다.


사요를 만날 때마다 믿을 수 없는 일이 자꾸 일어났고, 난 그녀를 만나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게 되었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다.




미안하지만. 세세한 부분까지 모두 떠올리면 우울해지기 때문에, 마지막만 쓰도록 할게.



나는 공원에서 매번 무서운 꼴을 당했다.


그러던 중 자연스럽게 집에 틀어박히게 되었고, 어머니의 쇼핑에도 따라가지 않게 되었다.


아이답게, 사요에게서 도망치려 한 것이다.



공원에 가지 않게 된지 한 달 정도 후, 오래간만에 온 가족이 모여 쇼핑을 가게 되었다.


아버지가 운전한다면 사요를 보지 않을거라고 생각한 나는 흔쾌히 수락했다.



백화점을 돌아다니며 즐거운 한때를 보낸 후, 내가 탄 자동차는 돌아가는 길에 공원 앞에 접어들었다.


공원 입구는 이쪽 차선에 가까웠는데, 타이밍 나쁘게도, 자동차는 정확하게 그 입구 근처에서 신호등에 멈추어졌다.


나는 내심 사요에게 발견되지 않기를 조마조마 하면서, 창문으로 몰래 공원을 엿보고 있었다.


거기에 그녀는 있었다.


혼자서.


뭔가를 가리키며 깔깔 웃고 있었다.


상당히 우스웠는지 마치 괴로워 뒹구는 듯이 땅에 달라붙어서 웃고 있었다.


나는 아연실색했지만, 그때 신호등이 녹색으로 바뀌어 차가 출발했다.


사요의 모습이 흘러 갔다.


그러나 사요의 손가락의 끝이 내가 탄 차가 움직이는 방향으로 미끄러졌다.



그녀는 내가 탄 차를 가리키며 웃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어떻게 내가 타고있다는 것을 알았을까, 하는 생각보다도 먼저 무서워했다.



다음날 아버지는 운전 중에 심각한 추돌 사고로 경추에 손상. 거의 평생 입원 생활이 결정되어 큐슈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엄마와 나는 함께 큐슈에 가서 할아버지 댁에서 신세를 지게 되었고, 그쪽에서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사요와 만나는 일은 이제 없었다.



나는, 아버지의 사고는 그녀의 탓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다.


내 책임으로 느껴져 버리는데다가, 무엇보다 그 여자의 소행일지 모른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섭고 분하다.


지금도 화가 치밀어 오른다.



거짓말이라고 생각 한다면 좀 서운하다.


정말로 있었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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