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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저주하면 구멍 두개"


사람을 저주하는 것은 옛날부터 많이 행해였다. 옛날에는 짚인형에 못을 박았고, 내가 중학교 시절에는 콧쿠리 씨와 같은 느낌의 저주가 유행하고 있었다.



처음엔 어린 시절의 주술같은 건 가벼운 생각에 하듯이, 나도 별 생각 없이 그랬던 것 같다.


그러나 사람을 저주하는 것은 가벼운 마음으로 해서는 안된다.


사람을 저주하는 것은 변덕스러운 효과와 그에 상응하는 벌이 되돌아온다.





나에게는 2명의 소꿉 친구가 있었다.


A는 밝은 성격으로 사교적인 사람이었다. 이에 대해 B는 사람을 사귀는데 서투르고 언제나 학급 구석에 있는 듯한 사람이었다.



우리는 살고있는 단지가 같아서 유치원에 들어가기 전부터 놀다가 그대로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까지 같은 학교에 다니고 매일 같이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셋은 언제나 함께, 형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런 관계도 중학교 3학년 때 끝났다.


B가 죽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은 항상 셋이서 돌아갔다. 하지만 B가 죽은 그날 그는 우리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했고, 우리는 둘이서 돌아가게 되었다.


그날 하교 길에 B는 다리에서 떨어진 것이다.


경찰의 판단으로는 자살이라고 했다.


그러나 나는 자살이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우선 자살 할 이유가 없다.


당일도 우울한 눈치도 아니었고, 그렇게 고민할 일이 있었다면 먼저 우리와 상담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B의 장례식 날, A를 멀리서 보았는데, 심상치 않을 정도로 파랗게 질린 얼굴로 무언가를 중얼대고 있었다. 나는 말을 걸려고 했지만 울고 있던 상황이라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아서, A를 불러 세우지 못하고 그만 놓쳐버렸다.


그날부터 A는 나에게 전혀 말을 걸지 않게 되었다.


다른 고등학교에 진학한 뒤에는 A를 보지 못했다.


나는 서운하게 생각했지만 서서히 그 마음도 사라져 갔다.




그리고 대학 2학년의 겨울, 성인식 날.


나는 5년 만에 A를 만났다. 오랜만에 만났기 때문인지 말하지 않게 되었던 사실도 잊고 이야기가 달아 올랐다.


모처럼 만났으니 B의 성묘를 하러 가자고 A에게 권유했다.


A는 B의 성묘에 흔쾌하지는 않았지만 나의 설득으로 가게되었다.





그 성묘가는 길에서 생긴 일이다.


무덤으로 가는 후미진 길을 따라 A가 운전하는 차 안에서 나는 창 밖을 아무 생각없이 보고 있었다.


그 길을 빠져나와도 주변에는 민가가 없어서 가로등도 적다.


나는 문득 쓸쓸해져서 운전하는 A에게 "B가 살아있었다면 지금 쯤 뭘 하고 있었을까?"라고 물었다.


그러자 A에게서는 대답이 없었다.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생각해서 다시금,


"A? B가 살아 있으면 뭘 했을까?"


라고 물었다···.



그러나 역시 반응이 없었다.


"A?"


나는 옆에있는 A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거기에는 A가 아닌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아니, 정확하게는 A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무표정하고 밋밋한 표정이었다. 마치 A의 가면을 쓰고있는 사람이 앉아있는 것 같았다.


정신이 빠져있는 얼굴을 자동차 미터기의 불빛이 희미하게 비추고 있었다.



"A? A군? 괜찮아??"



나는 A의 어깨를 가볍게 치면서 서서히 목소리를 높여갔다.


그러나 A의 대답은 없었고, A는 무엇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안돼! 안돼! 안돼! 안돼!"




그러자 그 중얼거림에 호응하듯, 차량의 속도가 점점 올라갔다.


시골의 차없는 길을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었다.



"야! A군!"



A의 반응은 없었고, 차량은 중학교 시절의 통학로에 접어들었다.



"저기 차를 세워! 정신차리라고!"



나는 A의 어깨를 잡고 크게 흔들었다.



"아갓, 아, 가아아가갓으가아아아으갓!!"



그러나 A는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는 괴성을 질렀고, 차는 더욱 속도가 올라갔다.



그리고 차에서 기억에 남아있는 장소가 보이기 시작했다.


B가 뛰어 내린 곳이다.


그 다리에는 가로등도 없고, 자동차 불빛 만이 어둡고 쓸쓸한 길을 비추고 있었다.


나는 차 안에서의 영문도 모른채 울부 짖었다.


나의 머리속에는 과거의 추억이 주마등처럼 흘러지나갔다.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일을하려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힘껏 당겼다.


자동차는 폭음과 격렬한 진동과 함께 스핀했다.


타이어가 노면을 미끄러지며 차체가 회전했다.





A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괴성을 지르며 악셀을 밟았다.


자동차는 크게 신음하며 다리에 올라가지 않고 하천쪽으로 회전하면서 떨어져내렸다.




자동차는 꾸깃꾸깃하게 꺾였고, 어떤 부품인지 모르는 쇠막대가 A의 배에 꽂혔다.



그 고통으로 겨우 A는 제정신이 든 모양이었다.


몇 초동안 침묵한 뒤, 언제나와 같은 얼굴로 다시 이렇게 말했다.




"B가 있었어. 계속 내 옆에."




그렇게 말하고 바로 기절했다.





결국 곧바로 구조대가 도착했고 우리는 목숨을 건졌다.


나는 거의 부상은 없었지만, A는 척수에 손상이 와서 남은 평생을 침대에서 보내게 되었다.


자신의 치료가 끝난 나는 A의 병실로 향했다.




"그 때 B를 봤다고? 나는 그 때 B가 도와 준 거였어?"



이렇게 내가 말하자 A는,



"아니야."



그렇게 부정하며 후회로 얼룩진 얼굴로 이렇게 덧붙였다.





"내가 그 녀석을 저주해서 죽였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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