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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703rd] 할머니 이야기

레무이 2018. 7. 17. 07:30

별로 무섭지 않지만, 우리 할머니의 이야기.



우리 시골은 상당히 산속인데, 땅이 메말라서 농작물이 별로 나오지 않는다.


옛날부터 주민끼리 서로 너무 가난해서 훔칠 것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집을 잠그고 다니지 않는다.


애초에 키도 빗장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열악한 환경인 탓도 있어서, 나이가 먹을 때 특히 여자가 나이를 먹으면 허리가 새우처럼 굽어져 버린다.


하지만 도시와 달리 공기나 음식이 오염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니면 정년 퇴직이 없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잔병도 없고 장수하는 사람이 많다.


그리고, 우리 할머니도 병은 앓지 않고 장수하셨다.


그래도 하반신은 약해지는 것이고, 새우 등 때문에 앉아서 생활하게 되어 버린 것.


머리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매일 돌봐주는 아들 부부에게 "미안하다", "내가 한심하다"고 반복했고,


그러다가 "죽여 달라"고 까지 말하게 되었다.


 


당시는 노인성 우울증이라는 마음의 병은 별로 알려지지 않았고, 아들 부부는 할머니를 진정시키는 정도 밖에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아들 부부가 농작 일을 마치고 돌아오니 드물게도 할머니가 작은 의자에 앉아있었다,


'어라 일어나신건가?'라고 생각했는데, 앉아서 목을 매단 상태였다고 한다.


집에서 돌아가셨더라도 의사의 입회가 없으면 변사 취급된다거나 해서 경찰이 와서 조사했는데, 거기에서 알게된 사실이 있다.


 


· 할머니의 방부터 마루방까지 할머니의 손자국이 몇 번이나 왕복한 모양으로 남아 있었다.


· 마루방에는 짚 더미가 있었다.


· 목을 매단 밧줄은 할머니가 마루방의 짚 더미를 이용해 만들어서 이불 밑에 숨겨 놓았던 것.


· 밧줄을 걸었던 들보에도 할머니의 지문이 남아 있었다.


· 이정도 노인이라면, 목을 매달기 전에 심장이 멈춰 있었을 것이므로 자연사로 인정한다.


(경찰이 일을 적당적당히 한다.)





시골집이라 마루방이 낮기 때문에, 내려가려 해도 높이차이가 상당하다.


하반신이 나쁜 할머니가 마루방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떨어졌다면 일어서지 않으면 올라올 수 없다.


할머니는 설 수 없는데도.



의자에 앉아서 들보에 밧줄을 매달려고 하더라도 할머니 혼자서는 할 수 없다.




우리 친척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있어도 죽어야만 한다는 고집으로, 할머니가 허리를 편것이 아니냐고 결론을 지었는데,


만일 설 수 있다 하더라도 애초부터 키가 작은 할머니의 손은 닿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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