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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719th] 감시 오두막

레무이 2018. 8. 3. 07:30

내가 다니던 고등학교는 설립 120년이라는 전통이 있습니다.


개축이 몇번이나 이루저인 건물은 아마추어의 눈으로도 이상해보이는 형태가 되어있습니다.


지금은 드문 단층 건물인데도 불구하고 계단이 있는데, 복도의 막다른 곳의 벽에서 천장을 향해 뻗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현관을 들어가자마자 있는 음악실과 문이 막혀서 들어갈 수 없게 된 교실.


(밖에서 보면 합판으로 막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상하기 짝이 없는 것은, "감시 오두막"이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멀리서 통학했기 때문에, 가끔씩 친구의 집이나 선생님의 사택에서 자는 경우가 있었는데,


우연히 잘 곳이 없었던 그날 "감시 오두막"에서 묵게 되었습니다.


감시 오두막은 그냥 봐서는 단순한 민가 같습니다. 다다미 여덟조의 방 한개에, 구식 전화기와 작은 부엌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가 왜 "감시 오두막"이라고 하는지를, 나는 그날 밤 몸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오두막에 나 말고도 또 한 사람의 친구가 함께 머무르게 되었는데, 우리는 수학여행 분위기를 내며 떠들석하게 이불을 깔고 놀았습니다.



저녁 식사를 하면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 갑자기 전화가 울렸습니다.


무슨 전화 일까하고 두려웠지만 전화를 받아보니 청소부 아저씨가 여학생 둘이라서 걱정을 해주는 모양입니다.


심한 장난은 치지 않도록 여러가지 주의를 받은 뒤에, 전화를 끊으려고 할 때,


"아, 잊고있었는데··· 서쪽 창문의 커튼은 반드시 치고 자도록 해."


라는 것.


그 때 "네에~"하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어째서 그런 말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학교 뒷편에 있는 묘지는 그 방향이 아닌데,


"이상하네."


라고 말하면서, 친구는 아무 생각없이 그 커튼을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삼으로 꼬은 밧줄로 불길하게 놓여진 오래된 우물이 있었습니다.





마치 U자 모양의 건물과 창고에 가려져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것인데, 순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어쩐지 기분 나쁘네."


라고 말하면서, 우리는 하나의 이불에 서로 달라 붙는 모양으로 잠들었습니다.



얼마나 자고 있었을까요··· 나는 어깨의 추위에 몸을 떨며 깨어났습니다.


문득 보니 친구의 모습이 없습니다.


오두막에는 화장실이 없었기 때문에, 교직원실로 갔겠지 생각을 잠시했지만, 돌아오지 않는 것입니다.


문을 열어 밖의 상황을 살펴봤지만, 학교 건물쪽도 교직원 기숙사쪽에서도 돌아올 기미가 없었습니다.


"어디에 간거지···"


불안해하면서도 방으로 돌아온 나는, 정말 아무렇지도 않은 마음으로 앞쪽 창문의 커튼을 열어 보았습니다.




속옷 차림의 친구가 우물 옆에 있었습니다.




그리고 허리 근처에 손을 모아서, 무언가 바스락 바스락하고 있습니다.


"왜 저러지, 저기서 볼 일을 보려는건가."


라고 어이없어 하면서 커튼을 닫은 나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혀 다시 우물로 눈을 돌리고는 소리를 지를뻔 했습니다.


바스락 바스락 하던 것은 허리에 줄을 감는 것이라는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쭈그리고 앉아, 끈의 끝에 큰 돌을 묶고 있었습니다.



나는 소리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이번에는 우물에서 미끈한 흰 손이 뻗어 나왔습니다.


손은 뭔가를 찾는 듯이 꿈틀거리다가 곧 가까운 밧줄을 잡았습니다.


친구는 깊이 고개를 숙이고,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줄을 잡은 손은 주르륵 주르륵 돌을 끌어 올려갑니다.


나는 정신없이 비명을 질렀다고 생각했는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아··· A양이 끌려가···!!'


그렇게 생각했을때, 어둠을 뚫고 요란하게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나는 그 소리와 동시에 깔아놓은 이불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그 순간에, 가위에 눌린 듯한 몸이 문득 가벼워지는 느낌, 깨닫지도 못한 사이에 정신없이 맨발로 밖으로 뛰어나가 우물 옆의 친구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정신이 빠진 친구를 어떻게든 오두막까지 끌고와서, 몇번이나 불러보았습니다.


잠시 후 친구는 정신을 차리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공포에서 해방된 나도 함께 울면서 일단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하고자 전화기를 들었습니다.


그 순간, 나는 달라붙어있는 친구와 함께, 또다시 이불에 엉덩방아를 찧었습니다.


수화기를 잡은 전화기는 겉으로만 전화선이 연결되어있었고, 안쪽 기계부분을 텅비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에 따르면,


개교 당시 어째서인지 이 우물에 몸을 던져 자살을 기도하는 학생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에, 우물을 메우려고 시도했지만, 관계자들이 잇따라 사망하는 등의 불운이 이어져 결국 매립을 포기.


개축을 거듭하여, 우물을 눈에 띄지 않게 했다고 합니다.


그래도 어디선가없이 투신하는 사람이 나타났고, 그것을 감시하기 위해, 사람이 지켜보는 "감시 오두막"이 설치되었다고···.


하지만 오두막을 지키는 감시원인 남자도 우물에 몸을 투신하고, 오두막과 우물은 그대로 방치되었다고 합니다.



"커튼을 열지 말라."고 충고했던 전화는 도대체 어떻게 걸려온 걸까요?


그리고 그는 역시나 그 감시역이었던 남자였던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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