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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정도의 이야기다.



봄 날씨가 좋은날의 아침 10시경, 늦었지만 소변이 마려워서 일어났다.


그러자 아래층에서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또 시작이구나, 생각하면서 잠시 침대에서 기다렸다.


어머니는 알콜 중독이라서 아침이고 낮이고 밤이고 상관없이 취한 상태로 울거나 화내거나 하면서 아무렇게나 잠들었기 때문에,


사춘기인 나에게는 정신적으로 힘들고 귀찮아서, (차갑게 대하는 것도 죄책감이 들었다)


잠시 울음이 멈출 때까지 기다렸다.



목소리는 가늘어서 잘 들리지 않았기 때문에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귀를 붙이고 들었는데 잘 들리지 않았다.


드디어 화장실이 참을 수 없게 되어, 결심을 하고 1층에 내려 갔더니 이상하게도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화장실을 마치고 어머니를 찾아보니 어머니는 밖에서 건강하게 물을 뿌리고 있었다.


어라 잘 못 들었나.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에 황급히(잔소리 듣는게 싫어서) 밖으로 나오셨다고 해도, 정원에 물을 오래 뿌리고 있었던 흔적이 있다.


잠에 취해서 그랬구나, 어머니가 멀쩡하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는 울음 소리에 대해서는 잠시 잊었다.



어느 날 시집을 간 누나와 쇼핑을 나갔을 때, 어머니의 상태는 어때? 라는 대화가,


여전하시다고 말하려고 하다보니 그 날 아침이 떠올라서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말했더니, 누나가 굉장히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예전에 누나가 어떤 일로 어머니와 상담하게 되었는데.


그날 아침, 2층에서 내 울음 소리가 오랫동안 들려왔고,


뭔가 힘들어 하는 게 아닐까 하는 마음에, 내려와서 나에게 물어보려 했더니 태연한 모습이었다.


잘못 들은 줄 알고 있었다고.


왠지 누나도 나도 오싹해서 (집에서 이상한 일이 자주 일어났다)


기분 탓일거라고, 아니면 누군가 근처에서 울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하지만 궁금했다. 그래서 집 밖에서 어머니에게 넌지시 물었다. (속으로는 무서웠다 때문에)


그러자 그날 아침, 여자의 울음 소리가 2층에서 들렸다고.



나는 소름이 끼쳤다.


내 침대 밑에는 서랍처럼 수납공간이 있는데, 그 날은 그걸 등지고 소리를 듣고 있었으니까,


만약 뒤돌아서 들었다면, 거기에서 울음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까.


게다가 어머니는 옛날에 누나가 (내가 태어나기 전에) 지금의 내 방을 사용하던 때에도,


밤에 우는 소리가 들려서 알아보러 방에 갔지만, 누나는 새근새근 자고 있었다고 한다.


그 때와 같은 일이 아닐까 했다.




당연히 잠시 동안은 우리의 집과 내 방이 무서워져서 어쩔 줄 몰랐다.


왜냐하면 우리 집은 소금이 녹아내리고 집 울림도 심하고, 무언가 기척도 자주 있으니까.


아마 고양이를 기르지 않았다면, 더 무섭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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