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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788th] 큰아버지는 카운슬러

레무이 2018. 10. 15. 18:00

큰아버지는 지역 병원에서 정신과 의사··· 같은,


"약이나 치료로 고칠 수 있는 환자와 상담을 하며 증상을 정신적인 면에서 개선시킨다"같은 일을하고 있었다.


카운슬러라고 하면 알려나.


아버지와 단 둘만이 형제이기 때문이겠지만 사이가 좋아서, 자주 집에 놀러와서는 초등학교 1, 2학년 정도였던 나와 놀아주거나, 역시 의사 선생님이니까 위세가 좋았던 것인지, 용돈도 주셔서 좋아하는 큰아버지였다.



그리고, 그 큰아버지를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의 일.


지금부터 4년 전의 겨울 방학. 그래서 그냥 시기적으로는 지금 쯤이었다.


그해 4월부터 지역을 떠나 삿포로의 고등학교에 가 있던 나는,


엄마가 "××씨(큰아버지)도 올거니까, 설날 정도는 돌아오렴."이라고 말씀하셔서, 어차피 대청소를 도와야 할 것을 알기에 귀찮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머니의 밤과자와 큰아버지(및 세뱃돈)를 목적으로 오랜만에 고향에 왔다.



큰아버지는 언제나처럼 손님용 방에 머물고 있었는데, 인사하러 가자마자 일단은 깜짝 놀랐다.


내 기억 속의 큰아버지는 몹시 홀쭉한 가난의 신같은 모습의 아버지와 대조적으로, 100킬로는 될법한 세로도 가로도 커다란 사람이었는데,


그게 아버지 이상으로 깡말라있었다.


머리도 푸석푸석하고 무법자 느낌에.


뭐, 그때는 "어떻게 된거야 큰아버지. 굉장히 멋있잖아"라고 말하고 웃었지만.



그날 밤, 밥을 먹은 후, 어쩌다보니 아버지가 목욕하고, 어머니가 부엌일에 바빠서, 


거실에는 나와 큰아버지 뿐이었다.


처음에는 옛날이야기나 "너 삿포로에서 잘하고 있지?"같은 것을 묻거나 평범한 대화였는데,


갑자기 큰아버지가 정색하면서 "지금, 아이 목소리가 들렸지?"라고.


큰아버지는 술을 마시지도 않았고, 특별히 장난을 하거나 나를 겁주려는 것도 아닌 눈치였으므로,


조금 으시시했지만 (물론 집에서 제일 어린 것은 나) "안들렸어요."라고 대답했다.


큰아버지는 "그래, 역시 그런가···"라고 우울한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내가 말이야. 최근 들리더라고. 어디에 있어도 아이의 목소리가 이것저것 명령하는거야."



큰아버지의 직업은 위에 쓴대로 인데,


그 병원이라는 것이 의료 시설이라기 보다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정말로 심각한 놈들의 격리 공간"같은 곳이다.


건물이 세워져 있는 곳은 산속이고, 창문은 모두 철창을 끼고 있는 곳이다.


언젠가 환자가 도망쳤다는 뉴스가 있었으니까, TV에 나온 것을 본 사람도 있을지도.


그래서 그 카운슬러 업무 자체도 그런 사람들과 너무 가까운 생활이기에, 전파(*)가 옮았나?


(*전파계: 소위 말하는 정신이 이상한 사람, '머리속에 누군가의 목소리, 사고, 지시, 방해가 전파로 전달되는 것을 칭하는 사람' - 위키백과)


성실한 사람들은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너무 잘 듣다가, 영향을 받은 나머지 자신에게도 여러가지 지장이 생긴다는 상황도 자주 있다는 모양이다.


큰아버지의 이야기로는, 같은 일을 하는 여자가 혼자서 "음파가 뇌에 박히는 것이 보였어."라고 말하고는, 얼마 안되어 목을 매달아 자살해버렸다던가.


그 밖에도 여러가지 이야기를 들었는데, "음파가 뇌에 박혔다"는 문구가 괜히 인상에 남아있다.


"나도 슬슬 그런가."라는 큰아버지, 허세같지는 않은 느낌으로, 묘하게 즐거운 듯이 웃고 있었다.



그리고, 큰아버지는 조용히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귤을 잡고는, "보여?"라고 말했다.


"뭐가요?"


"들러붙은 벌레말이야. 자, 또 꾸물꾸물 나오고 있잖아. 흰 것들이 꿈틀꿈틀거리고 있잖아··· 뭘 먹으려고 해도 이 녀석들이 나온다니까. 먹으면 몸을 빼앗길거야."


큰아버지가 이렇게 깡마른 이유도 이것 때문이라고 한다. 제대로 밥도 먹을 수가 없다고 한다.


요즘은 잠도 힘들다고 말했다. 자고 있는 큰아버지를 천장에서 누군가가 쳐다본다고.


마지막으로 "미안하다."라고 말하고는, 큰아버지는 거실을 나갔다.


하지만 그러고보니 그때까지는 아직, 나는 큰아버지가 무서운 이야기로 겁주려고 하는거라 생각했다.



다음 날, 가족 모두가 일어나기 전에 큰아버지가 돌아갔다고 한다.


이불도 정리하지 않고 정말로 몸만, 마치 무언가로부터 도망 치듯이.


엄마의 이야기로는, 그 뒤로 전화같은 것도 전혀 받지않게 되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한 달 정도 후, 큰아버지는 사고로 숨졌다.


중앙 분리대로 돌진했다고 하는데, 장례식 때 친척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큰아버지는 자살이었을거라고.


목격한 사람이 증언했다고 하는데,


큰아버지의 차는 땅이 얼어 있었던 것도 아닌 도로에서, 일직선으로 달리고 있었다고,


빠른 속도로 분리대를 들이받았다고 한다.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걸 공부한 전문가라면, 자신이 슬슬 위험하다는 것도 알 수 있는건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큰아버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어머니와 나를 찾아와주고, 폐인이 되기 전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일지도.



뭐, 그렇게 끝났다면 아름다운 이야기겠지만,


아버지가 장례 후 귀가하는 차 안에서 불쑥,


"그러고보니 그게 사고 전날이었구나. 한밤중에 부재중 음성메시지가 들어와있었는데 형이었던거야. 좀 기분나빠서 지워버렸는데, 그 병원에는 어린아이가 있는건가."


아버지의 이야기로는, 큰아버지의 메시지는 취한 듯한 목소리로 한마디가 녹음되어 있었다고.


"나 말야. 명령당했어."


그래서 그 목소리에 가려지듯 앳된 목소리로 몇 명인가가, "죽어라" "죽어라" 라고 하고 있었다고 한다.


형이 죽은 이야기인데 무서운 이야기를 장난할 상황도 아니고, 정말이겠지만···


아버지는 지금도 건강해서, 전파 수신은 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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