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에게서 들은 이야기다. 한 번 대체 왜 거미가 싫은지 물은 적이 있다. 카나코 씨는 꼭 듣고 싶으냐며 짐짓 무게를 잡은 후, 아니, 후회할 거라고 말하는 것처럼도 보였던 것 같기도 한데, 여하간에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에어컨도 틀지 않은 밤 중의 아파트 안은 앉아 있기만 해도 끈적하게 땀이 배어나와 어쩐지 괴담을 듣기에 딱 알맞은 분위기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 이야기가 괴담일 것이란 보장은 없기도 했지만…… 「어렸을 적에 말야, 장난아니게 끔찍한 거미 시체를 본 적이 있거든. 그 때부터 진짜 싫어.」 장난아니게 끔찍했다는 것이 좀 신경쓰이긴 하지만 의외로 평범한 이야기다. 괜히 더 더워져 부채를 올려다본다. 「근처에 쓰레기집이라고들 하던 집이 있었는데, 거기에 이상한 사람이라고..
초등학교 때, 해안가에 있는 청소년의 집에서 학교 합숙이 있었다.근처에 있는 신사까지 왕복하는 담력시험을 한 다음에, 이제 자기만 하면 된다는 시간대가 되었다. 무서운 경험을 하고 난 직후의 묘하게 들뜬 분위기 때문인지, 우리들은 남녀 합쳐 8명이서 그룹을 만들어 건물 1층 안쪽에 있는 휴게실에 모였다. 소등은 방금 전이었으므로 또 선생님이 순찰을 돌 가능성도 있었지만, 들키면 그 때는 그때다, 라는 심정이 되어있었다.왜냐면 그 중에 한명, 괴담 이야기를 잘하는 녀석이 있었던 것이다. 평소에는 눈에 띄지 않는 데 의외의 재능을 가졌다고 해야 할까, 여하간 그가 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더듬더듬 말하는 그의 말투와 어울려 이상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이었다.우리들은 열중해서 그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아니, 그..
대학교 1학년때의 여름이었다. 오전중의 강의가 끝나고, 대학 구내의 찻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을 때, 나는 오컬트쪽의 스승이 혼자서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어쩐지 언짢은 듯한 얼굴을 하고 있는 걸 보았다.「뭘 보고 있어요.」가까이서 말을 거니, 손에 있는 종이조각을 천장의 형광등에 대서 올려다보는 행동을 한다.「어떻게 할까하고 생각중이었어.」혹해서 나도 자세를 숙이고, 아래로부터 들여다봤더니, 아무래도 무엇인가의 티켓같았다. 옆을 향한 해골의 마크가 전면에 그려져있다.「M.C.D...?」해골 안에 그런 글자가 보였다. 스승이 입을 열었다.「 『모터 사이클 다이아리즈』 이란다. 아마추어 밴드야.」지방 밴드의 라이브 티켓인가. 스승이 그런 것을 가지고 있다니 뜻밖이란 생각이 들었다.「받았다.」그렇게 말하고 티..
“그래서 들어가는 거야?”평소와 다름없는 목소리에 오히려 긴장되어온다. 청바지 주머니에 꽂아 넣어 상당히 구겨진 ‘추적’을 펼치고 “들어갑니다.”라고 말한다.“그렇지만”이라고 말하는 나를 잡아당기듯 그녀는 안쪽으로 들어간다.나는 이 시추에이션에 심장이 두근거리면서도 따라간다. “205호실”이라고 나에게 말하게 하고 그녀는 손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에게서 뭔가 카드를 받아들었다.터벅터벅 복도를 걸어 방 번호의 불이 들어온 문을 열었다.들어가자마자 털썩하고 그녀는 침대위에 엎어지듯 쓰러졌다. 다리가 피곤해, 같은 걸 말하면서 한숨을 쉬고 있다.나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어서 장난칠 생각으로 스승의 이름을 부르며 옷장이나 서랍을 열어보았다.베갯맡의 작은 상자는 열어보고 싶지 않다.욕탕의 문을 열었을 때, 순간, ..
대학 1학년의 겨울.아침부터 동아리 부실에 있는 코타츠에 들어간 채로 움직이기가 싫어져, 나는 빨리도 오늘 강의를 땡땡이 칠 것을 결심하였다.몇 명이 번갈아 들려서 편의점의 비닐봉지를 손에 들고 나타나 코타츠에서 몸을 데운 뒤에 나가버렸다. 곧 나 혼자가 되어 나도 역시 강의에 나갈까하고 생각하였지만 창밖을 보고, 겨울 하늘에 목을 움츠리며 다시 한 번 코타츠에 깊숙이 잠겨드는 것이었다.졸음이 몰려오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며 그대로 뒤로 누워버렸다. 그 자세인 채로 손을 뻗어 머리 위쪽에 있는 선반을 뒤져서, 옛날 동아리 노트를 꺼내 읽는데 빠져들었다.문득, 선반 끝에서 노트가 아닌 소책자를 찾아내었다. 천천히 잡아 꺼낸다. ‘추적’이라고 하는 제목이 표지에 붙어있다. 뭔가 꽃을 형..
눈을 뜨자, 그 반전한 시계가 사라진다. 그리고 눈 앞에 있는 도어에 눈이 멈춘다. 정확히는 거기 열린 조그마한 문구멍, 도어스코프다. 무엇인가 움직이는 기척. 순간, 스코프 주위의 금속이 반짝 빛난다. 밖의 통로에서 형광등을 반사한 것일까. 그리고 금세 구멍이 어두워진다. 누군가 있다. 그 동그란 구멍에서 이쪽을 보고 있다. 눈을 깜빡인다. 또, 내가 보인다. 혼선된 시계가 저쪽이 보고 있는 것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처럼, 내가 보고 있는 것이 저쪽에게도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쫓기었다? 매미가 울고 있다. 높은 소리로. 귀 바로 옆에서. 발에 땜질을 한 것처럼 움직이지 못한다. 문 너머의 기척이 강해진다. 통 통하고 노크가 두 번. 그렇지만 그것은, 이상하게 뭉그러진 것 같은 소리였다. 통 통이라고 하..
스승의 집을 나와서 자전거를 타고 한동안 마을 안을 돌아다녔다. 생각이 정리되지 않는다. 정보가 너무 많다. 관보의 무기질한 기사 안에서 무수한 사람들의 다양한 죽음을 간접 체험한 나에게, 사람의 죽음이란 무엇인가, 사람의 존엄이란 무엇인가, 멋대로 떠오르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답들이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았다. 결국, 쿠로타니라고 하는 스승의 아는 사람으로부터 사들인 비디오는 역무원들의 괴담 비슷한 소문 안에서만 존재해야했을, 기과한 죽은 자의 모습을 한구석에 담아낸 것이었다. 그리고 그 비디오는 공양하기 위해 절에 보내졌다. 뭔가 이상하다. 전 역무원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관보까지 조사해서 우리들은 그 죽은 자의 정체, 아니 그 발끝에 도달했다. 그러니까 그 비디오가 무서운 것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도서관에는 오래된 관보도 놓여있겠지.” 나는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고 집을 나왔다. 물론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다. 대학 도서관에 가보았지만, 좀 오래된 관보는 놓여져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공립도서관까지 갔다. 그리고 사서에게 물어보자, 닳은 부분은 조금 있지만 타이쇼 시대에서부터 이 지역의 관보는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기뻐하며 열람을 희망하였지만, 안내된 서고의 막대한 관보의 수는 곧 나를 진저리 치게하였다. 일단 최근의 관보부터 순서대로 끈을 풀어나갔다. ‘호외’의 ‘광고’, ‘제반 사항’, ‘지방공공단체’, ‘행려사망자 관계’ 처음에는 어디에 기재되어있는지 몰라서 고생했지만, 익숙해지니 매호 매호 대체적으로 실려있는 페이지를 알 수 있었다. 팔락팔락하고 넘겨간다. “본적, 주..
다음 날, 오후 지나 잠에 깬 나는 스승의 집에 전화를 했다. 10회 정도 발신음을 들은 후에 수화기를 놓는다. 다음엔 휴대전화로 걸어보았지만, 전원이 끊어져있든가. 전파가 닿지 않는 장소에 있는 것 같다 정도 밖에 알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어제 키타무라씨가 알려준 전 역무원이라고 하는 선배 집에 들러보기로 하였다. 수업에 나간다고 하는 선택지 따위는 이미 없었다. 지갑 안을 확인해본 다음, 사서 들고 갈 일본주 브랜드를 정한다. 예정 외의 소비다. 이 돈이라면 비디오를 몇 개나 빌릴 수 있을 것인데. 집을 나와 자전거를 탄다. 햇빛이 강하다. 최근 며칠간은 시원하였는데 오늘은 제법 덥다. 올해도 또 여름이 오는 구나. 도로변을 달려 이윽고 그 주소에 해당하는 곳에 도착하였다. 주택가에서 있는 흔..
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 순간이었다. 부와앙이라고 하는 부풀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나 싶더니 카메라 앵글의 구석, 플랫폼 화면 구석에서 탄환같은 덩어리가 달려 들어왔다. 열차다. 열차가 지난다. 플랫폼 가운데를. 그 회색 상자는 잔상을 남기며,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간다.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텔레비전 앞에서, 몸을 경직시킨 채 숨을 멈췄다.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다. 몇 번이고 반복하며 재생했는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던 비디오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불길한 모습으로 변모해버린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듯 주위를 둘러본다. 스승의 낡은 아파트 방안이, 콩알 전구의 빛 아래에서 어둡고 조용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무서운 것이 일어날 듯한 전조는 없다. 귀울림도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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