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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휴대전화

레무이 2017. 1. 16. 19:53

대학 2학년의 여름이었다. 나는 흉악한 햇살이 쏘아내리는 곳을 걸어 학교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스팔트가 구두 뒤에 들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집단이 입구 근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흘낏 보며 멈춘다.

매미가 시끄럽다. 밖은 이렇게 더운데, 어째서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라며 신기하게 생각한다.

학교 식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셀프 서비스에서 적당하게 싼 것을 고른 후에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

“덥군요.”

카레를 먹고 있는 그 사람의 맞은편에 앉는다. 대학원생이며, 오컬트 스승이기도 한 그 사람은 대체로 그 창문 옆 자리에 앉아있다. 지정석인 것도 아닌데, 다소 혼잡해도 이상하게 그 자리만은 비어있는 일이 많다.

마치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여기는 에어컨이 틀어져있어.”

덤덤한 대답이 돌아온다.

그리고 또 묵묵히 먹는다.

“휴대전화의 번호 가르쳐주세요.”

“왜.”

PHS를 물에 떨어뜨렸기 때문이었다. 메일주소가 전부 없어졌으므로, 메모장 같은 것에 남아있는 번호는 문제없지만, 그렇지 않은 건 새로 번호를 물어보지 않으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스승의 경우, 집 전화 번호는 메모해두었지만, 휴대전화 쪽은 PHS에 밖에 들어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대 차이로군.”

스승은 휴대전화를 조작하여 자신의 번호를 표시한 후 이 쪽으로 향한다.

“뭡니까.”



“휴대전화세대니까 일어날 수 있는 비극이라는 거야. 나같은 구세대는 꼭 메모 해두고, 자주 거는 번호라면 암기도하고 있어.”

그렇게 말하고, 몇 개의 이름과 번호를 읊어 보인다.

그건 상관없으니까, 디스플레이를 흔들지 말아주세요. 지금 치고 있으니까.

전화를 걸고 바로 끊어주면 금방 될 텐데, 라고 투덜대며 등록을 끝내고 나는 다시 점심을 먹기 시작했다.

해초 샐러드에 손을 대려고 시작할 때 쯤, 그저께 체험한 휴대전화와 관련한 일이 문득 떠올라, 스승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싶어졌다.

“괴담 같은 이야기인데요.”

카레를 다 먹고 나서, 보리차를 한 손에 들고 창밖을 보고 있던 스승이 움찔하고 반응한다.

“들어볼까.”



그 날도 엄청나게 더웠다. 오전 강의 후에, 나는 캠퍼스의 북쪽에 있는 학부동으로 향하였다. 연구실이 좌우로 들어서 있어 낮에도 어두운 복도를 빠져나와, 평소에는 별로 가지 않는 내가 소속되어있는 연구실의 문을 열었다.

안에는 3학년 선배 셋만이 테이블을 둘러싸고 늘어져 있었다.

다음 주에 기획하고 있는 연구실 미팅 회의를 위해 모이게 되었지만, 중심인물인 3학년의 선배가 오지 못하게 된 것인가 때문에 대충 시간을 때우고 있었던 것 같다.

“괜찮잖아, 이제 적당히 해도.” “응. 풀밭으로 괜찮아, 풀밭으로.”

풀밭이라고 하는 건 ‘풀밭 미팅’으로 불리는 대학 전통의 미팅 형식이다. 캠퍼스 안 곳곳에 산재해 있는 풀밭에서 그냥 먹고 마시고 하는 미팅이다.

결정된 것 같아 칠판에 ‘풀밭 미팅’이라고 분필로 썼다. 그 옆에는 ‘늘 하던 곳에서’라고 추가.



이미 할 일은 없어졌지만, 나도 자리에 앉자 테이블 위에 있던 선풍기에 얼굴을 향하며,  왜인지 멍하게 있게 되었다.

“저기, 아까부터 신경 쓰였는데 말야, 요시다말야. 안색이 안 좋지 않아?”

선배 한 명이 그렇게 말해서, 나도 요시다씨의 얼굴을 본다.

그러고보니 아까부터 한마디도 말하지 않고 있다.

요시다씨는 몸을 일으키고 한숨을 쉬여 굳은 표정을 지었다.

“나말야.”

거기서 말이 끊긴다. 자연스럽게 모두가 주목한다.

“이전에 밤에 집에 혼자 있었을 때, 이상한 전화가 왔었어.”

이상한, 이라고 해도 잘 알고 있는 중학교 시절의 친구한테서 온 전화였던 모양이다.

“야스모토라는 녀석인데, 지금도 고향에 놀러 가면 어울려 노는 데 말야. 그녀석이 갑자기 전화를 해 와서, 용건도 없는데 줄줄이 별거 아닌 이야기를 시작해서 말야……”

처음에는 적당히 어울려주던 요시다씨도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용건이 없으면 이제 끊는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자 상대가 갑자기 입을 다물더니, 곧 떨리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중얼 말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중학교 시절 유행했던 철없는 장난에 대해서였다고 했다.

“기억하고 있지?”

쉰 듯한 목소리로 물어온 상대방에게, 기분이 나빠진 요시다씨는 “그래서 뭐야”라고 말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3일 후에, 야스모토라고 하는 그 친구가 죽었다는 연락이 공통의 친구한테서 왔다.

“며칠 전부터 행방불명이었던 것 같은데, 오토바이 사고로 말야, 산에 있는 가드레일을 뛰어 넘어 벼랑으로 떨어진 게 발견되었다고 하는 거야. 가족한테서 자세하게 들었는데, 야스모토가 나에게 전화해온 날은, 사고가 있었던 다음날이라고 하는 것 같아.”



오싹했다. 여기까지 웃으며 듣고 있었던 다른 두 선배도 기분이 나빠진듯한 얼굴을 하고 있다.

“벼랑에서 떨어져 움직일 수 없는 상태에서 휴대전화로 그런 전화를 걸어왔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빠졌지만, 잘 들어보니까, 야스모토 녀석, 즉사였다는 군.” 

담배를 든 손이 덜덜 떨리고 있었다.

기온이 내려간 것 같은 안좋은 느낌에 반응해서, 다른 선배들이 겁을 주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아직 멀었어.”

“전형적인 이야기야.”

요시다씨가 울컥해서 “정말이라니까. 친구가 죽은 걸 소재로 삼겠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난으로 넘어가려고 했던 두 선배와 요시다씨와의 맞물리지 않는 대화 끝에, 왠지 분위기가 안 좋아지기 시작했다.

“화장실.”

이라고 말하고 요시다씨가 자리를 떴다. 나도 그에 이어, 연구실을 나온다.

긴 복도를 통해, 수리중이라고 있는 팻말이 걸려있는 화장실 앞을 지나, 계단을 두 번 내려 온 층에 있는 화장실에 들어간다.

나란히 서 용무를 보고 있자, 요시다씨가 갑자기 말했다.

“보라색 거울이라는 이야기가 있잖아.”

뜬금없어서 놀랐지만, 확실히 20살이 될 때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죽는다든가 하는 저주의 말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걸로 죽었다고 하는 사람은 들어본 적이 없다.

“야스모토가 ‘기억하고 있지?’라고 물어온 것은 그 보라색 거울 같은 거야. 중학교 시절 엄청나게 유행해서, 21살 생일까지 기억하고 있으면 죽는다고 하는, 뭐 보라색 거울의 다른 버전 같은 소문인데.”

“어, 선배는 아직입니까. 21살.”

“싫은 녀석이군. 일부러 떠오르게 하기는. 그거야 믿는 건 아니지만, 기분 나쁘잖아.”



조명이 켜져있지 않는 화장실의 어두운 벽에 목소리가 반향한다.

학부 건물 안에서도 연구실이 있는 층은 늘 한산해서, 낮이라도 기분 나쁜 분위기이다.

“그, 요시다씨의 생일은 언제입니까.”

조심스럽게 물었다.

요시다씨는 손을 씻은 후에 수도꼭지를 꾹 잠그고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2개월 이상 전.”

나는 그 말을 입 안에서 반복하며, 그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생각한다.

“왜 인걸까”라고 중얼거리며 화장실을 나가는 선배를 따라, 나도 걸어간다.

생각해봐도 모르겠다.

연구실에 돌아가자 선배 두명이 테이블에 기대어 한심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결국 풀밭 미팅, 시간은 어떻게 할래?”

한 쪽 선배가 엎어진 채로 묻는다.

“7시 정도가 괜찮지 않을까.”라고 다른 한명이 되받은 때였다.

실내에 불투명한 전자음이 울려퍼졌다.

“아, 휴대전화. 누구지.”

나도 모르게 내 주머니 안을 뒤지고 있자, 요시다씨가 “내 거 같아”라고 말하며 벽에 기대어 두었던 륙색을 열었다.

소리가 커진다.

바로 전화를 받으려고 하는 듯하더니, 휴대전화의 디스플레이를 본 채로 요시다씨가 굳었다. 

“어?”

놀란 다음에 “야스모토다……”라는 억양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린 후 휴대전화를 귀에 댄다. “여보세요.”라고 평소처럼 반응 한 뒤, 조금 시간을 두고

“누구야, 너.”

요시다씨는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리고 반응을 기다렸지만, 상대방은 아무말도 하지않는 것 같았다.



“입 다물고 있지만 말고 뭔가 말해봐. 누가 장난치고 있는 거야. 어이.”

요시다씨가 울 것 같은 목소리가 되어 그런 말을 반복했다.

그 목소리만이 연구실 벽에, 천장에 반향 된다.

우리들은 옆에서 침을 삼키며 지켜보는 것 밖에 할 수 없었다.

“어디서 걸고 있는 거야?”

그렇게 말한 후에 요시다씨는 “쉿”하고 검지를 입에 대고, 이쪽을 슬쩍 본다. 자연스럽게 귀에 휴대전화를 대고, 눈을 내리깐 채로 천천히 움직인다.

“……나무 아래에, 있는 건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한 뒤에, 요시다씨는 휴대전화를 향해 “여보세요, 여보세요.”라고 반복하였다.

끊긴 것 같다.

갑자기 조용해진다.

멍하게 서있는 요시다씨에게, 다른 선배가 조심스럽게 말을 건넨다.

“누구였어?”

“……모르겠어.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어.”

그렇게 말한 뒤에, 창백해진 얼굴을 한 요시다씨는 륙색을 매고 “돌아갈래”라고 내뱉고 연구실을 나갔다. 

그를 보낸 후에, 선배 한명이 문득 “저녀석, 괜찮을려나.”라고 말했다.


내 이야기를 조용히 듣고 있던 스승이 “그래서?”라는 눈으로 쳐다보았다. 

나도 쟁반 위의 접시를 전부 비우고, 천천히 미지근한 차를 마시고 있다.

“그걸로, 끝입니다. 그 뒤로 요시다씨는 만나지 않았어요.”

스승은 두 세 번 머리를 저은 후에, 묘한 웃음을 띄었다.

“그래서, 어떻게 생각했어?”

“어떻게라니, ……모르겠습니다."



요시다씨에게 전화를 걸어온 건 정말로 야스모토라고 하는 죽은 친구였을까. 사고사를 알기 전 전화도, 연구실에서 걸려온 전화도, 그 어느 쪽도, 혹은 어느 쪽만이 인가.

어쨌든, 괴담 같아서, 밤에 들으면 더 분위기가 났을지도 모른다.

21살 까지 잊지 않으면 죽는다고 하는 그 저주의 말은 결국 요시다씨한테 듣지 못하였다. 그 자체가 요시다씨가 안고 있는 공포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직 그 때 20살이었으니까.

“나라면, 중학교 시절의 친구 모두에게 전화할거야. ‘야스모토한테서 온 전화는 받지마’라며.”

스승은 웃으며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갑자기, 진지한 얼굴이 되어, 목소리를 죽인다.

“알고 싶은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몸을 내밀더니, 돌아간다.

“알겠습니까.”

“연구실의 건, 말야.”

이런 거야, 라고 하며 스승은 말하기 시작했다.

“힌트는 화장실에 갔다 돌아온 직후에 전화가 걸려온 부분이지.”

“그게 어째단 겁니까.”

“그 당사자인 요시다 선배와, 이야기 하는 네가 둘 다 연구실에 없었어. 그리고 맞은편에 있는 화장실은 그 층 자체가 이전부터 고장으로 못쓰니까, 2개 아래 층까지 가지 않으면 안되었지.

그렇다는 건, 연구실 륙색에 남겨진 휴대전화에 뭔가의 장난을 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할 수 있어.

장난?

어떻게 된거지.



“추측해보자면, 그 요시다선배는 평소에도 륙색에 휴대전화를 넣고 다녔겠지. 그것을 알고 있던 다른 두 사람의 선배가, 너희 두 사람이 연구실을 나간 후에, 바로 그 휴대전화를 꺼낸다. 야스모토라는 죽은 친구에게서 전화가 걸려오게 하기 위한 조작을 하기 위해서지.”

“어떻게?”

“이렇게다.”

스승은 내 PHS를 빼앗아, 멋대로 조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탁상 위에 놓고 이번에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손에 든다.

내 PHS에 착신.

디스플레이에는 ‘야스모토 아무개’라는 문자.

아연했다.

“뭐, 알고 보면 별 거 없는 이야기지만.”

스승은 미안하다는 듯 휴대전화를 집어넣는다.

“우선 요시다 선배의 휴대전화 주소록에서 야스모토의 풀 네임을 확인하지. 그리고 그 주소 중 누군가의 이름을 야스모토로 바꿔. 그 뒤는 륙색에 돌려놓는 것 뿐. 웬만하면 그 누군가는 요시다 선배에게 언제 전화해도 이상하지 않은 친구이면 좋겠지.

‘시한폭탄식 사자로부터의 편지’지. 단지, 타이밍 좋게 화장실에 다녀온 직후에 걸려온 것과 아무 말이 없는 전화였던 걸 합쳐서 생각해보면 ‘야스모토 아무개’로 되어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게 해서 장난에 가담하게 한 거라고 생각하는 게 적절하겠지.

그렇다는 건 그 상대는 같은 연구실에 있는 공통의 친구일 가능성이 높아.“

스승은 재미없다는 듯 말했다.

“결국, 디스플레이에 표시된 이름만으로 상대를 확인하니까 그런 장난에 걸리는 거야. 보통 번호도 같이 표시될 거라고 생각하는데, 평소 번호랑 다른 걸 알아채지 못하다니 구세대인 나에게는 이해되지 않아.”

또 말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그게 다인 것 같았다.



나도 완전히 흥이 깨어버려, 그렇게도 기분이 나빴던 일이 엄청나게 바보 같은 것으로 머릿속에서 재생되었다.

요시다씨가 그 때 이미 죽었을 터인 야스모토씨와 전화로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 것도, 왜인지 날짜를 착각했거나 하는 걸로 설명이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학교식당에서 조금 몸을 식히고 갈까라고 생각하여, 영수증에 표시된 총 칼로리량을 멍하게 쳐다보고 있자, 창밖을 보고 있던 스승이 난폭하게 차가 담긴 컵을 테이블에 놓는 소리가 났다.

점점 얼굴이 험악해진다.

“그런……”

갑자기 말하고, 안구가 뭔가 생각하듯이 천천히 움직인다.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혀 모르겠어서, 얌전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상해.”

“뭐가 말입니까.”

“아까 이야기말야.”

덜컹했다. 아직 뭔가 있는 건가. 이미 끝난 이야기일텐데.

“착각을 한 건지도 몰라.”

스승이 탁탁하고 검지의 손톱으로 테이블을 두드리며 얼굴을 찌푸렸다.

“그 요시다 선배는, 연구실에 있을 때 걸려온 ‘야스모토씨’의 말없는 전화에, 어디서 걸었는지 물어본 뒤에, 뭐라고 말했지?”

“어? ……그러니까, ‘나무 아래에 있는 건가’라고.”

“그건 무슨 의미지.”

“글쎄요. 그 뒤에 본인은, 바로 돌아가 버렸으니까.”

스승은 눈을 감고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 요시다 선배는, 상대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고 했지? 그렇다는 건 말 이외의 무언가의 정보로 그렇게 생각했다는 거야.”

눈을 뜨고, 조금 얼굴을 숙인다.



“야스모토씨의 사인은 오토바이사고. 가드레일을 뛰어넘어 절벽에서 떨어져서 죽었다고 하는 이야기였지. 거기서 예를 들어 영혼이 나무 밑에 있다고 하는 연상을 할 수 있는 걸까. 아니, 아무래도 이상해.

그렇다는 건 역시, 그 전화를 하는 중에 뭔가 정보를 얻었다는 거야. 말이 아니면 소리다.“

소리? 스승이 어째서 그런 것에 집착하는 건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렇다. 소리인거야. 등 뒤에서 들리는 소리. 예를 들어 덤프카가 뒤로 움직이는 경고음, 파칭코 가게의 시끄러움, 깨끗한 스테레오의 소리…… 어디서 전화를 하고 있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는 거겠지.”

“뭐, 그런 건 있지요.”

“그렇다면, 나무 아래의 소리라는 건 뭐라고 생각해?”

말을 듣고, 상상해본다. 나무 아래의 소리? 뭐일까.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 그것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걸까.

스승은 웃으며, 입가에 손가락을 대고, 눈을 감는다. 조용히 하고, 귀를 기울여 봐, 라고 어둠에게 말하는 것 같다.

눈을 뜬 채로,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그것들이 점점 저멀리로 멀어져서, 반대로 내 귀는 저멀리 자그마한 소리를 듣기 시작하였다.

……술렁술렁술렁술렁술렁술렁술렁…… 

테이블 반대편에 있는 스승의 모습이 멀리, 작아지는 착각에 휩싸인다.

“매미로군요.”

스승은 눈을 뜨고, 끄덕였다.

“그 소리라면 바로 그거라고 알아챌 수 있어. 이렇게 창문이 닫힌 건물 2층에서도 들리지만, 실제로 나무 아래에 가면, 엄청나게 크거든. 나무 아래에 한정하지 않더라도, 나무 옆이라도 괜찮지만, 그건 단순하게 단어 선택의 문제인거고.”

어쨌든, 요시다 선배는 그 매미 소리에서 상대방이 지금 어디 있는지 연상했다는 거야. 그런데, 다.“

스승은 갑자기 일어났다.



뭐지? 엄청나게 의미심장 해 보인다.

“그러니까, 거기 나무 아래죠.”

답을 하면서, 왠지 모르지만, 싫은 예감 같은 것이 목을 타고 올라왔다.

흔들고 있던 스승의 손이 내려가더니, 뭔가 물어보는 듯한 포즈로 변한다.

“이 눈으로 확인 해보기 전까지, 왜 몰랐던 거지?”

 PHS가 귓속으로 차가운 목소리를 흘린다.

창 저편에 스승이 다가가고 있는 큰 나무. 이 학교식당에서도 멀리 들리는 매미의 소리는, 분명 거기서도 울리고 있는 거겠지.

겨우, 나는 깨달았다. PHS에서, 그 매미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것을.

“전에 어떤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데, 아무래도 휴대전화는 매미의 소리를 수신하지 않는다더니 사실 같군.”

확실히 들리지 않는다. 단지,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웅성거리는 느낌만이 스승 목소리의 주변에 있을 뿐이다.

“요시다 선배가, 들릴 리가 없는 매미의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면, 그 야스모토씨의 이름으로 착신이 있었던 전화는 이상하군.”

한 낮에 오싹오싹 몸 안에서부터 한기가 솟아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다른 두 선배에게, 내가 아까 추리한 장난을 했는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어. 혹시, 장난이 아니라, 정말로 야스모토씨의 번호에서 전화가 왔다면, 요시다 선배한테, 그 기억하면 죽는다는 단어는, 절대로 듣지마.”

나는, 네, 라고 말했다.

유리 너머에 있는 스승은 끄덕이고, 이쪽을 가리키며 “정리해둬”라고 말하고 휴대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어디론가 가버렸다.

학교식당 안에, 두 개 놓인 쟁반을 앞으로 돌아 온 나는, 팔에 돋은 소름의 흔적만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문지르고 있었다.



요시다씨에게도 확인해보았지만, 정말로 야스모토라고 하는 죽은 친구의 번호였던 것 같다. 그렇지만 그 뒤로 다시는 그 번호로 전화가 온 적은 없다고 하는 것 같다. 있을 리 없는 것이다. 그 휴대전화는 오토바이 사고 때, 본인의 머리와 같이 산산조각이 났다고 하니까.

풀밭 미팅에는 오지 않았지만, 요시다씨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돌아와, 곧 무사하게 21살의 생일을 맞이했다는 것 같다. 

그 중학교 시절에 유행했다고 하는 저주의 말이, 역시 단순한 소문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21회의 생일을 맞이한 날에 우연히 그것을 잊어버리고 있었는지, 확인은 하지 않았다. 

매미 소리에 관해서는 스승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내 나름의 조사를 해보았지만, 종류에 따라서는 주파수가 달라서, 휴대전화라도 수신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다.

내가 도전했을 때는 들리지 않았지만.

단지 어느 날 밤, 연구실에서 같이 있을 기회가 되어 “그 때, 정말로 매미의 소리를 들은 겁니까”라고 물어보자 요시다씨는 “어떻게 아는 거야.”라며 놀란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렇지만 들릴 리가 없어.”라고.

의외로 유명한 이야기인가 싶어, 나는 매미의 소리가 휴대전화에서 들릴 수도 있는 것을 설명했다.

그렇지만 요시다씨는 애초에 주파수가 지나치게 높은 음은 휴대전화에 수신되지 않는다고 하는 이야기 자체를 처음 들어본 것 같아, 내 이야기에 무척 감탄하였다.

“그건 몰랐어.”

“그렇다면 어째서 들릴 리가 없다고 생각했습니까.”

“왜냐면.”이라고 요시다씨가 말을 끊고, 뭔가를 떠올리려고 하는 듯이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렸다.

그리고 귀에 손바닥을 대는 듯한 움직임을 하며, “이거이거.”라고 말했다.

나도 같이 귀를 기울여보았다.

연구실의 창문에서 밤의 농밀한 공기가 흘러들어온다.

그 속에서, 초가을의 슬픈 매미 소리가 들린다. 울고 있는 듯한, 웃고 있는 듯한.

“그런 한낮에 들릴 리가 없잖아?”

요시다씨가 눈에 보이지 않는 무엇인가를 두려워하는 듯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쓰르라미라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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