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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죠?‘

나는 눈 앞에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

시야를 덮는 연기에 손을 휘젓는다.

고양이는 바닥 위에 그림 물감으로 그려진 마법진 한가운데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다.

내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다.

이상한 건 이 세계다.

어째서 쿄스케씨가 고양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

애초에 발단은 ‘재미있는 마법진을 찾아내었다’라고 쿄스케씨한테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

무려 나고야에서 오래된 마법진의 사본 같은 것을 찾았다고 하였다. 거기에 나오는 악마소환의 마법진이 처음 보는 형태를 하고 있어 시험해보고 싶어졌다는 것 같았다.

그리고 쿄스케씨의 맨션에서 수상한 의식을 하던 중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자색의 연기가 주변에 불어 닥쳐, 정신을 차리자 쿄스케씨의 모습이 없어지고 그 대신에 귀여운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게 되었다고 하는 것이다.

그 고양이가 쿄스케씨라고 생각한 것에 확신이 있던 건 아니다. 단지, 한명이 사라지고, 한 마리가 나타났다고 하는 단순한 사칙연산, 그리고 다른 것보다 그 고양이가 쿄스케씨의 탈리스만을 목에 걸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쿄, 쿄스케씨죠?”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나에게 고양이는 큰 하품으로 대답하며, 뒷발을 능숙하게 들어올려 귀 뒤를 긁기 시작했다.

냥이라고도 뭐라고도 말하지않는다.

어느 쪽인거지?



나는 양손을 벌리고 고양이에게 다가가,

“저기. 혹시 그냥 고양이라면 엄청나게 바보같지만, 라기보다 그냥 고양이라면 별로 누구한테 부끄러워 할 일은 없지만, 아아아아, 뭐라고 하는 거지 나는. 어쨌든 그, 마법진 안에서 나옵시다.”

라고하며 고양이를 안아 올리려고 하였다.

“변태.”

고양이가 말했다!

놀란 내 손을 슬쩍 빠져나가, 고양이는 마법진에서 나와, 가볍게 하품했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며, 테이블의 다리에 얼굴을 부비고 나서 이 쪽으로 돌아본다.

“쿄스케씨인거죠? 어……어떻게 된거죠. 아니 어떻, 어떻게 하죠.”

당황한 나에게 아랑곳하지 않고 고양이는 태연하게 머리를 움직여 자신의 등 근처를 핥기 시작했다.

“고양이가 된 건 성공입니까? 실패입니까? 아니, 그 이전에 사람이 고양이가 된다는 걸 믿을 수가 없는데요.”

몸짓 발짓으로 뭔가를 말하는 나에게, 움직임을 전부 멈추고 나서, 고양이는 뭔가를 원하는 듯한 움직임으로 고개를 갸웃거리며 이렇게 말한다.

“밖에 나가고 싶다냐.” 

우왓, 귀여워어어.

생각지도 못한 모에 포인르에 직격한 나는 얼굴이 풀려버렸다.

그러고보니 옛날에, 도라에몽의 영화 ‘마계대모험’에서 미야코씨가 변신한 고양이에게 묘한 감정을 품었던 것을 떠올렸다.

“밖입니까? 아, 그렇다, 이왕이면 스승의 집에 가지않겠습니까. 그 사람이라면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요.”

“……”

쿄스케씨(쿄스케씨라고 믿는)는 뭘 생각했는지 또 자신의 몸을 핥기 시작했다.



“왜 그러십니까.”

물어보는 나에게, 시끄럽다는 듯이 답한다.

“뭐, 기다려봐. 털고르고 있으니까.”

갑자기 뻔뻔해졌다.

쿄스케씨는 그 뒤에 시간을 충분히 들여서 전신의 털이란 털을 정성스럽게 핥았다. 묘한 광택까지 표면에서 나고 있다.

“응, 털고르기 오케이.”

쿄스케씨는 또 하품을 한 번 하고는 현관을 향해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문 앞에 서자, 천천히 몸을 굽히더니 “핫”이라는 고양이답지 않은 소리와 함께 뛰어 올랐다. 

하얀 몸체가 가볍게 공중에 떠올라 손잡이에 앞발이 얽혔다.

그렇지만 찰칵이라는 작은 소리가 났을 뿐, 문은 그대로. 쿄스케씨만이 낙하하였다.

“괜찮습니까.”

“음~. 어렸을 때, 무츠고로의 동물왕국에서 이렇게 문을 여는 고양이를 봤는데 말야.”

분하다는 듯이 문을 올려다보고 있다.

결국 내가 대신 문을 열어, 두 사람 같이 밖으로 나왔다.

맨션 통로에서 계단 쪽으로 향한다.

그러자, 앞을 걷던 쿄스케씨가 갑자기 발을 멈췄다.

“왜 그러십니까?”

“역시, 그 쪽이 먼저가.”

“?”



같이 발을 멈추고, 앞으로 나아가려 하지 않는 나에게 짜증난다는 듯이 쿄스케씨가 말했다.

“뒤에서는, 다 보이잖아.”

아아. 그런 거구나.

부끄러우면 그렇게 꼬리를 세우지 않으면 될 텐데.

“그럴 수도 없어.”

왜인지는 잘 모르지만,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물러날 수 없는 부분인 거겠지.

내가 먼저 서서 걷기 시작하자, 쿄스케씨도 뒤에서 따라왔다.

“지금 상황, 위험하지 않나요. 어쨌든, 예의 마법서를 가지고는 왔지만.” 

“글쎄. 그 변태라면 재미있어하면서 어떻게 해주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갈아입을 옷을 가져오지 않아도 되는 겁니까.”

“고양이가 되었을 때 옷이 떨어지지는 않았으니까, 옷 입은 채로 변신했다고 생각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말을 주고 받으며 맨션을 나와, 길을 걷는다.

내가 타고 온 자전거의 바구니에 쿄스케씨를 태울 수 없을까 생각해보았지만, ‘그렇게 멀지도 않고, 걷자.’라고 본인이 말해서 걸어서 가기로 하였다.

길을 걷는 사람들이 우리들을 보고 웃거나, 돌아보거나하였다.

고양이의 목줄에 끌려다녀 억지로 산보를 시키는 아저씨 같은 걸 본 적은 있지만, 목줄도 없는데 주인을 쫓아다니며 걸어 다니는 고양이를 보는 일은 분명 흔치않은 거겠지.

왠지 기분이 좋아져 가벼운 발걸음인 채로 때때로 쿄스케씨를 돌아보며 싱긋 웃어 보인다.

“그러고 보니, 처음에 말했던, 그, 냐, 라고 하는 어미는 어떻게 된 겁니까.”

라고 묻자

“그건, 근성으로 억누르고 있어.”

라는 대답.

아무래도, 냐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의식적으로 멈추고 있는 것 같다. 확실히 쿄스케씨의 성격을 생각하면 견딜 수 없는 걸지도 모른다.



아아, 그렇지만 행복한 시간은 곧 끝난다.

나는 오늘만큼 스승의 집에 도착하는 것이 빠르게, 그리고 아쉽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낡은 아파트 앞에 서서, 실망하여 어깨가 축 처진다.

옆에서는 똑같이 쿄스케씨가 발을 멈추고 앉아있었다.

“왜 그러십니까?”

라고 묻자 “뭐, 기다려 봐.” 라고 말하며 또 털고르기를 시작했다.

주저앉은 모습으로 다리를 들어 털고르기에 심취해 핥는가 싶더니, 털 안에 얼굴을 파묻고 얽힌 털을 이로 풀거나 한다.

그런 쿄스케씨를 “이제 갑시다.”라고 재촉하자, “기다려, 기다려.”라고 하며 핥는 속도를 높여 바쁘게 움직였다.

기다릴 수가 없어졌을 때쯤, 쿄스케씨는 반짝반짝해진 몸을 점검하고는, 

“좋아. 가자.”

라고 말했다.

나는, 스승의 방 문을 노크하며, 견딜 수 없다고 생각하였다.

“스승님, 들어가겠습니다.”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문을 연다.

내 발 밑을 빠져나가 쿄스케씨가 빠르게 안으로 들어간다.

“스승님.”

어라?

절대로 넓다고는 할 수 없는 방에 그 사람의 모습은 없었다.

쓰레기인지 가구인지 잘 모르겠는 쓰레기가 여기저기에 흩어져있었다.

이상하다. 방금 쿄스케씨의 맨션에서 나올 때, PHS로 스승에게 “상담할 게 있으니 지금부터 가겠습니다.”라고 말해뒀는데.



그 때의 대답이 “마침 잘되었네. 재미있는 게 손에 들어왔으니까.” 였다.

으음. 신경쓰이는군.

그렇게 생각하자, 방 안의 냄새를 킁킁 맡으며 돌아다녔던 쿄스케씨가,

“아.”

라고 말하였다.

그 쪽을 보자 방 구석에 작은 쥐가 한 마리, 몸을 움츠리며 떨고 있었다.

갑자기 쿄스케씨의 눈이 반짝반짝 빛나며, 몸을 숙이고, 엉덩이를 흔들며 습격자세에 돌입했다.

그리고 쥐에게 도망칠 여유도 주지 않고, 한순간에 달려들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이로 물었다. 

“찍-!!”

쥐는 그걸 한마디로, 움직이지 않게 되었다.

우와. 먹고있어.

쿄스케씨가 잡은 먹이를 손톱으로 누르며 질걱질걱 이로 씹기 시작했다.

기분이 나빠져서 일단 눈을 돌리고 있자, 순식간에 다 먹은 쿄스케씨가, 할짝할짝 입 근처를 청소하였다.

“그건 그렇다치고 스승은 어디에 간 걸까요.”

쥐가 있던 근처를 향하며 별 생각 없이 말하는데, 벽 근처에 기묘한 형태를 한 목상이 놓여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그것은 기분이 나쁘게 캐리커쳐화 된 쥐를 조악한 터치로 파내어 만든 목조상이었다.



반가사유상처럼 좌대에 앉아, 알카익 스마일을 짓고 있었다.

기분 나쁜 건, 그 양 눈에 뭔가 강한 힘으로 파헤쳐져 들어가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은 검게 변색되어, 마치 장기간에 걸쳐 무수한 사람의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 듯한 흔적으로 보였다.

‘스승이 재미있는 것이 손에 들어왔다고 하더니, 이거였나.’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지려고 하자 쿄스케씨가 갑자기 “후웃!!”하고 외쳤다.

감짝 놀란 나의 시야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비쳐졌다.

어라?

쥐의 조각상 앞에 다른 잡동사니에 섞여 옷이 떨어져있었다.

그것도, 양말에서 청바지, T셔츠 세트로 마치 쓰러진 사람의 내용물만이 녹아서 사라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지면에 떨어져있었다.

스승의 집에는 문은 닫혀있지 않았다. 늘 문을 닫지 않고 휙 외출하는 사람이지만, 만약, 스승이 ‘외출’같은 걸 하지 않았다면…… 

쥐 조각상의 양 눈을 누르면 무언가 일어나는 건가?

남겨진 옷은 뭐지?

쥐의 조각상 옆에 있던 작은 쥐는?

내 머릿속에 ‘철컥철컥철컥’하는 아날로그적인 계산기의 소리가 들리며, 그 뒤에 ‘챙~’이라는 편의점 계산기의 싸구려 음이 크게 울렸다.

“스~승~~님!!!”반가사유상처럼 좌대에 앉아, 알카익 스마일을 짓고 있었다.

기분 나쁜 건, 그 양 눈에 뭔가 강한 힘으로 파헤쳐져 들어가 있는 부분이다. 그 부분은 검게 변색되어, 마치 장기간에 걸쳐 무수한 사람의 손가락으로 꾹꾹 누른 듯한 흔적으로 보였다.

‘스승이 재미있는 것이 손에 들어왔다고 하더니, 이거였나.’

그렇게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손으로 만지려고 하자 쿄스케씨가 갑자기 “후웃!!”하고 외쳤다.

감짝 놀란 나의 시야에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이 비쳐졌다.

어라?

쥐의 조각상 앞에 다른 잡동사니에 섞여 옷이 떨어져있었다.

그것도, 양말에서 청바지, T셔츠 세트로 마치 쓰러진 사람의 내용물만이 녹아서 사라진 것 같은 모습을 하고 지면에 떨어져있었다.

스승의 집에는 문은 닫혀있지 않았다. 늘 문을 닫지 않고 휙 외출하는 사람이지만, 만약, 스승이 ‘외출’같은 걸 하지 않았다면…… 

쥐 조각상의 양 눈을 누르면 무언가 일어나는 건가?

남겨진 옷은 뭐지?

쥐의 조각상 옆에 있던 작은 쥐는?

내 머릿속에 ‘철컥철컥철컥’하는 아날로그적인 계산기의 소리가 들리며, 그 뒤에 ‘챙~’이라는 편의점 계산기의 싸구려 음이 크게 울렸다.

“스~승~~님!!!”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을 보고, 쿄스케씨가 털을 세운다.

남은 쥐의 가죽과 뼈만이 거기 있었다.

머릿속에서 이번에는 종소리가 ‘땡’하고 울렸다.

말이 되지 않는 비명을 지르며, 나는 그 자리에서 무너졌다.

쿄스케씨는 경직해서 바들바들 떨고 있다.

머……먹어버렸다. 스승을. 

목조상의 저주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사람이 쥐가 될 리가 없다고 나도 믿고싶다. 그렇지만, 이미 고양이가 된 사람을 앞에 두고 그런 신념같은 건 가치도 없는 것이 아닌가.

“죽어서 사죄하겠어.”

쿄스케씨가 그렇게 말하는가 싶더니, 부엌으로 뛰어들어, 굴러다니고 있는 양파를 하나 주워 갑자기 씹어먹으려고 했다.

나는 그것을 막으려고 달려간다.

이런 소동 중에, 방문 쪽에서 긴장감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오~? 뭐하고 있는 거야.”

현관에서 스승이 편의점 비닐봉투를 한 손에 들고 서있었다.

“구와ㅇㄱㄹㅅ효ㅗㅕㅓ재;@"

아연해있는 나와 쿄스케 씨 앞에서, 스승은 아무렇지도 않게 신발을 벗고 집 안으로 들어왔다.

“쥐가 된 게 아니었습니까.”

“쥐가 된 게 아니었나.”



스테레오로 묻자, 당황하면서도 스승은 우리들의 질문에 하나하나 답하였다.

“엉? 이 쥐 조각상? 그래그래, 최근 방 안에 쥐가 나와서 곤란해서 말이지. 쥐 막이용으로 영험하다고 하는 목상을 예의 아저씨한테 사온거야.

뭐라더라, 눈의 부분을 누르면 미라클 살서파동이 발생한다던데. 어? 아까 쥐가 있었다고? 그래서, 이 고양이가 잡아준건가. 이것도 살서파동의 효과일까. 그러고 보니 이 고양이. 아까부터 왠지 말하고 있는 데. ……뭐 상관없나.“

“옷은!”

“아아, 바닥 위에 있는 옷? 그, 나, 세탁한 뒤에, 하루치 입을 옷을 모아서 접어놓으니까. 접고 있을 때 갑자기 너희들한테서 온다는 전화가 있어서, 마실 거라도 사러 간거야. 미안, 미안. 그렇게 화내지마. 지금 정리할테니까. 어? 뭐라고?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바보야, 사람이 쥐가 될 리가 없잖아. 하하하하하.”

크게 웃는 스승의 얼굴을 노리고, 쿄스케씨가 뛰어든다.

그 손톱은, 허공을 가르며 날카롭게 빛나고…… 


“↑라는 무서운 꿈을 꿨어.”라며 창백해지는 스승. 

“하아……” 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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