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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의 이야기. 나에게는 평범하게 귀여운 여친이 있었다.


대학 2학년이었는데, 주위에 여친없는 녀석들도 비교적 많아서 나는 조금 우월감을 느끼고 있었다. (말로 하진 않았지만)


여친에 대해서는 나름대로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집에서 한 시간 정도 걸리는 대학에 다니고 있었는데, 귀찮았기 때문에, 하숙하는 친구네 집에서 자고가는 날이 더 많았다.


여친도 집에서 등교했기 때문에, 여친의 집에 간 적은 없었다.


그런데 10월이었나 11월 정도에 처음으로 여친의 집에 갈 수 있게 됐다.


여친의 집은 어머니와 둘이 생활했는데, 그 때 어머니가 출장을 가셨다고, 자고가도 괜찮다는 것이었다.


여친의 요리가 맛있었고 집안이 깨끗해서 조심스러웠지만, 아무튼 여러가지 하다가 여친의 방에서 잤다.



그리고, 다음날 일어나자 여친이 사라져 있었다.


여자용 싱글침대 였지만, 나도 남자 치고는 꽤 작은 편이었기도 하고, 좁지만 잘 수 없는 것은 아니어서 둘이 잤던건데···


역시 좁아서 어딘가 다른 곳에서 자는건가, 조금 죄책감을 느끼면서도 여친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집이라고는 해도 아파트니까, 방은 3개정도 밖에는 없다.


여친의 어머니의 침실까지도 실례되었지만 찾아보았는데 없어서, 점점 초조해졌고 진심으로 곤란했다.


편의점이나 아침 밥을 사러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다시 기다려봤지만, 12시가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다. (내가 일어난 것은 8시 또는 9시 정도였다)


휴대폰도, 어제 입었던 잠옷도 여친의 방에 있었다.


여친의 어머니가 돌아오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어서, 결국 그대로 돌아갔다.


열쇠가 없었으니 문은 열어 둔 채로.



그리고, 다음날 학교 오는 길에 자주 자고가는데 신세를 지는 친구의 아파트로 갔다.


이후 Y로 해두는데, 이 녀석은 초등학교 저학년때부터 친구였고 녀석은 여친이 없었다.


그런 녀석에게 나는, 여친과의 은밀한 이야기부터 여친의 푸념까지도 술을 가지고 들어와서는 종종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심 싫었을지도 모르지만, Y는 그런 걸 잘 들어주는 좋은 놈이었다.



나는 조금 넉넉하게 술을 사서 항상처럼 어제 일을 말했다.


적당적당하다는 느낌으로- 가벼운 느낌의 뉘앙스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Y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굉장한 기세로


"왜 나에게 말한거야!?"


라고 말하는 것이다.


오히려 내가 주눅들 정도로 말하는데, 그 얼굴이 정말로 심각했다.


뭔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부르르보다 부들부들 하는 느낌이라고 생각)


뭐야? 왜 이 녀석이 이렇게 크게 쫄은거야?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영문을 모를 상태가 되었고, 어쨌든 Y를 진정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금 생각하면 나도 Y 때문에 당황했는지도 모르지만.



그래서,


"뭐야, 어쨌든 진정해봐, 왜 그렇게 겁을 먹은거야?"


라고 가급적 부드럽게 물었는데, Y는


"미안 미안, 진짜, 진짜 미안. 너와는 친구지만 무리 무리 무리 무리 이건 무리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미안하지만 돌아가줘. 미안."


정도로 말하면서 나를 방에서 쫓아냈다.


"어? 뭐라는거야, 장난하지마."


라고, 나도 물론 그렇게 말해봤지만, Y는 어쨌든 미안하다고 계속해서 반복하며, 내 말은 듣지도 않는 것 같았다.


결국 밖까지 밀려갔고, 쾅, 철컥철컥 하고 문을 잠궜다.


소리로 체인을 걸었다고 알 수 있었다. 평소에는 체인까지는 걸지 않는 놈인데.


억지로 쫓겨난 거라서 신발도 제대로 신지 못했고, 밖은 춥고, 나는 잠시 멍 하다가 단번에 화가 났다.


바로 휴대폰을 걸었는데, Y는 받지 않았다.


여러번 걸어봤는데, 도중에 전원을 끈 모양이었다.


점점 화가 나서 Y의 집 문을 실컷 걷어 찬 후, 어쩔 수 없었기 때문에 맥도날드에 들렀다가 돌아갔다.



그 뒤로, 여친에게 메일이나 전화도 물론 여러번 했고, 여친과 친했던 아이들에게도 물어봤지만, 여친은 실종된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내가 여친의 방에 묵었던 날 실종 된 것 같은데, 그건 뭔가 무서워서 경찰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남자친구라서 여러가지 물어왔지만,


내가 모르는 다른 남자 친구가 있다고 해서, (게다가 여친이 어머니에게 소개했다는 쪽 orz)


반대로 의심받는 일은 없었다.


경찰은 진짜 무서웠다.



Y가 무엇에 위축되었는지는 몰라도, 그것이 굉장히 무섭다.


그때부터 Y네 집에 가지 않았다. ···라기보다는 가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학교에서 만나도 반쯤 무시하는 느낌이라서 말도 붙일 수 없었고.


그런데 Y도 그 후에 얼마 지나서 어딘가로 사라졌다.


아무도 행선지를 모른다고 하는데, PC에는 "아무도 찾지 마."라고 데이터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예전에도 가까운 사람이 실종된 적이 몇 번 있어서 솔직히 무섭다.


다음은 나에게 뭔가 일어나는게 아닌가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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