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252th] 불간

레무이 2017. 5. 6. 04:37

시골에서 자고 왔던 날의 이야기.



나의 시골은 벼농사를 하는 집인데, 뭐 전형적인 시골이라고 하면 딱 맞으려나?


엄청나게 큰 집이었기에, 사촌들이 모이면 한 가족에 한 방을 할당했습니다.


내가 항상 사용하는 방은 불단이 있는 방의 옆.


맹장지 문으로 나뉘어 있을 뿐입니다. 특별히 무섭지는 않았는데요.



어느 날 밤이었습니다.


객실의 시계는 멈춰 있었기 때문에 시간은 기억하지 않습니다만, 열두시 쯤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문득 깨어나 버렸습니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었습니다만, 잠시동안 눈을 뜨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잠시 후 문득 옆으로 시선을 돌리자, 불간을 나누는 맹장지 문에 뭔가의 실루엣이 보였습니다.


이상하게 두려움은 들지 않았습니다. 호기심이 이기고 있었던 걸까요?


그 실루엣이 몹시 궁금해져서 정체를 확인하려고 생각하여 미닫이 문에 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내 모습이 보일리가 없는 할아버지가 갑자기 "안된다-앗!"라고 외쳤습니다.


(할아버지는 다른 방에 계셨습니다.)



굉장히 큰 소리에 놀랐습니다만, 같은 방에서 자고 있는 부모님은 일어날 기미가 없었습니다.


잠꼬대라고 생각해서 또다시 맹장지 문에 손을 걸었습니다.


그러자 다시 "안된다고 말했잖느냐!" 라고 무섭고 격렬한 어조로 외치는 것입니다.


역시 나도 무서워져서 서둘러 이불을 뒤집어 썼습니다.


할아버지의 목소리가 더이상 들리지 않았습니다만, 실루엣은 잠들 때 까지도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붉게 발광하거나 모습을 다양하게 바꾸거나 하면서.



다음날 할아버지에게 그 이야기를 여쭈어보니 할아버지는 이상한 꿈을 꾸었다며 말씀해주셨습니다.


"무엇을 보았는지는 기억나지 않는구나. 그냥 네가 뭔가에 손을 대고 있었기 때문이야."


"뭔가... 라니요?"


"모르겠다. 어쨌든 만져서는 안되는 것이었어."



정말로 그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고 합니다.


만약 내가 그것을 들여다봤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254th] 작은 돌다리  (0) 2017.05.08
[253th] 대를 잇는 딸의 일  (0) 2017.05.08
[251th] 불러내는 아이의 붓  (0) 2017.05.04
[250th] 아우아우아우~  (0) 2017.05.04
[249th] 고사리 따기  (0) 2017.05.03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