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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54th] 작은 돌다리

레무이 2017. 5. 8. 17:33

내가 교토의 히가시야마에 있는 영업소로 이동하게 된 것은 벚꽃이 만개한 초봄이었습니다.


작은 영업소였지만 일은 많았고,


쓴소리를 하지 않고 근무하는 것은 오로지 동료 분들의 인품 때문이었습니다.



그날도 남은 일이 좀처럼 끝나지 않았고 시간도 이미 한밤중이 지난 시각.


K씨라고 하는 저보다 3살 정도 연상의 남성이 아파트까지 바래다주었습니다.


K씨는 성실하고 과묵하면서도, 사람에게 긴장감을 주지 않는 타입인데,


나도 굳이 말하자면 느긋한 성격이었기 때문에, 두 사람이 스스럼없이 밤길을 걸어갔습니다.


벚꽃의 계절, 길은 옅은 분홍색 꽃잎을 깔아 놓은 것처럼,


지금도 두둥실 흰 꽃잎이 눈앞을 춤추듯 떨어집니다.


시간대가 시간대인 만큼, 시끄러운 기색조차 근처에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조용하고 아름다운 풍경에 나는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습니다.



도중에 작은 돌다리를 건너던 때,


뭔가 어찌할바 모르는 이상한 느낌이라고할까요, 정말 뭐라 말하기 어려운 감각을 등 뒤로 느끼고


그만 떨쳐버리면 될 것을 나는 뒤돌아 버렸습니다.



하늘에는 거대한 여자의 얼굴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봄의 얇고 희미한 흰 구름이 달에 비춰져, 연분홍색의 모양은 거대한 여자의 입이 되어있었습니다.


그 무표정한 그것은 지난해 돌아가신 어머니의 얼굴이었습니다.


"엄마···"


내가 무심코 중얼 거리자 조금 앞에서 걷고 있던 K씨가 움찔 어깨를 떨었습니다.


"본거예요?"


"네"


"···여기에서 뒤돌아 보면, 마음 속에 있는 여자의 얼굴이 보인다고 해요. 그렇게 말해지고 있습니다."


"당신은 뒤돌아 본 적이 있나요?"


"네. 단 한 번"


나는 K씨의 부인이 자살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K씨의 부인은 노이로제에 시달린 끝에 집의 대들보에 로프를 걸고 목을 매어 죽어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첫 발견자는 K씨 였습니다···



문득 다리의 옆을 보자, "面影橋"라는 문자를 희미하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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