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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256th] 무대과가 만든 연극

레무이 2017. 5. 10. 15:03

긴 글을 쓰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필력은 없지만, 실제 체험을 하나 적어본다.


나는 예술계 대학에 다니고 있는데, 거기서 겪은 이야기이다.



초여름 정도의 시기 였던가?


무대과* 친구와 저녁을 먹으러 간다고 약속을 했는데,


(*무대과, 무대학과: 무대미술, 무대표현 등을 배우는 대학의 학과)


친구가 아직 수업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혼자 나의 학과 건물에서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6시가 지날 때 교내 방송이 흘러 나왔다.


"오늘 여섯시 반부터 C동 이층 · studio-c에서 무대학과에서 주최하는 연극이 진행됩니다. 무료 입장입니다"


상당히 잡음이 섞인 방송이었기 때문에 잘 들리지 않았지만, 대략 그런 내용이었다.



그런 연극이나, 퍼포먼스 같은 것은 언제나 학교 내에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도 뭔가 하는구나 정도 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연극이라면 아마 두 시간도 걸리지 않는 정도겠지, 적당히 심심풀이가 되겠다.


생각보다 긴 것 같으면 중간에 빠지면 된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러가기로 했다.



대개 연극이라고 하면 입구에 접수가 있고, 방명록 및 팜플렛이나 다른 연극의 전단지 등이 놓여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스튜디오까지 갔을 때에는 접수는 있었지만, 접객원이 없고 방명록만 있을 뿐이었다.


벌써 시작해 버린건가? 라고 생각하고, 우선 방명록에 이름만 기입했다.



안에 들어가자 공연은 시작되어 있었고, 좌석은 거의 메워지지 않아서 바깥쪽 구석에 몇몇 흩어져서 앉아있을 뿐이었다.


우선 통로 쪽의 · 뒤쪽 자리에 앉아서 보기 시작했는데, 뭐라 말할 것이 없는 시시한 내용이었다.


무성 영화 같은 무언극이었는데, 끝없이 전쟁 중의 시절의 가족의 하루를 연기하고 있을 뿐.


아, 몸뻬바지를 입고 있었고 일본 국기의 작은 깃발이 있었기 때문에 전쟁 중이라고 생각한건데, 어쩌면 아닐지도 모른다.





나는 서서히 질려서 졸고 말았다. 하지만 일곱시가 넘는 즈음에 친구에게서 온 문자로 휴대폰에 진동이 와서 눈을 떴다.


수업이 끝났다는 것, 그래서 연극은 끝날 기미가 없었기에 도중 퇴장하고 약속 장소로 향하기로 했다.


연극은 가족의 식사 장면이었다.



친구들과 합류해서 조속히 아까 연극에 관한 일을 대화의 화제로 냈는데,


친구 왈, 지금 연극을 하고 있을 리가 없다, 원래부터 방송 같은 건 나오지도 않았다, 라고 해서 놀랐다.


"내일은 우리 학과의 녀석이 그 스튜디오에서 퍼포먼스 할거라서, 지금은 사전 준비로 문이 닫혀 있을거라고."


"그럼 난 리허설에 숨어들어갔던 걸까···?"


"어 글쎄..."



별로 친구는 관심 없어하던 것 같았고, 그 정도에서 화제는 끝났다.


나는 다음날 퍼포먼스라는 걸 보러 갔는데, 댄스 퍼포먼스만이었고 연극은 없었다.


그 방송을 들었다는 사람도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


나는 도대체 누구의 연극을 보러 갔던 것인지 아직까지도 알 수 없다.



비교적 심령 현상이 잘 일어나는 대학이니까, 이것도 그 종류일지도 모른다.


무섭다고 할까 신기하구나 라는 생각했지만, 사람들에게 이야기 할 때마다 무섭다고 말했기 때문에 여기에 써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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