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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그림 속의 관우

레무이 2018. 12. 17. 00:53

동산현(東山縣)은 복건성(福建省)의 최남단에 속한 섬으로 된 현인데 이 곳의 소산촌(小山村)이라는 마을에서는 집집마다 대청(大廳)에 관우의 그림 한 폭을 걸어 놓고 “관우성제(關羽聖帝)”라 부르며 각별히 숭상하고 있다. 그 이유는 어째서 일까? 여기에는 일단의 고사(古事)가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아주 오랜 옛날, 소산촌에 사는 한 쌍의 젊은 남녀가 백년가약을 맺고 첫 날 밤을 치르게 되었다. 그런데 일진 광풍이 신혼 부부 집 대문에 들이치더니 이어 봉두난발(蓬頭亂髮)에 충혈 된 눈을 부릅뜨고 들쭉날쭉한 이빨을 드러낸 데다가 온 몸은 마치 한 겹의 가죽을 둘러 쓴 것과 같은 거대한 귀신이 들어 왔다. 그리고는 신랑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외쳤다.





“너는 어서 라! 오늘 밤 나는 너의 신부와 동침을 하려 한다. 너는 몰래 훔쳐봐서도 안되고 내일 저녁때가 되서야 돌아 와야 한다. 그때부터는 너희 둘은 평안하게 살 수 있으며 나는 더 이상 괴롭히지 않겠다. 그러나 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다면 당장 너의 가죽을 베끼고 너의 살을 씹고 피를 빨아먹겠다.”


신랑은 넋이 나간 신부를 침대로 끌어당기는 귀신을 그저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다.





“당장 꺼지지 않고 무얼 보고 있는 게냐!”





이 말에 놀란 신랑은 황급히 나가 다른 곳에서 숨어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 후부터 이 마을의 청춘 남녀들이 혼인을 하고 첫 날밤을 치를 때면 신방(新房)을 활짝 열어 놓고 신랑은 다른 곳에서 밤을 보냈으며 신부는 귀신을 맞아 그날 밤을 함께 지낼 수밖에 없었다. 마을 사람들은 오직 탄식을 참는 수밖에 없었으며 이런 일은 결국 하나의 습속으로 되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 날 소산촌의 한 총각이 이웃 마을의 처녀에게 반해 청혼을 하여 성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시집가게 되는 날, 처녀의 모친은 그녀에게 한 폭의 그림을 주며 말했다. 





“얘야, 시댁에 도착하면 즉시 이 그림을 신방에 걸어 놓아라.” 





신부는 모친의 분부대로 하였는데 원래 그림에 그려진 것은 관운장으로 밤에 등불을 밝히고 앉아 병서(兵書)를 읽고 있었으며 탁상의 오른 쪽에는 청룡도가 놓여져 있었는데 그 모습은 참으로 실제와 같았다.





시집온 첫날 밤, 싸아― 하고 일진 광풍이 불어오기에 신부가 일어나 보니 그 흉악한 몰골의 귀신은 이미 신방으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귀신이 그림 쪽으로 다가서는 순간 돌연 휙― 하는 소리와 함께 그림에서 한 줄기 섬광(閃光)이 귀신을 향해 찔러 들어갔다. 그러자 악―하는 소리와 함께 귀신은 사라졌는데 그림의 관우상은 의연하게 그대로 있었다.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귀신이 남긴 핏자국을 따라가다가 산 속 동굴에 이르게 되었는데 동굴 안을 보니 한 무더기의 백골이 쌓여 있는 것이 아닌가. 





이 때로부터 다시는 귀신의 장난은 없게 되었으며 신혼 부부들은 모두가 즐겁게 첫 날밤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사람들은 집집마다 관우의 초상을 걸어 놓고 아침마다 참배를 하면서 평안을 빌었다. 때문에 이러한 전설 또한 오늘날까지 전해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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