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요. 열쇠가 없어졌다니, 오늘도 가보셨던 거예요?" "응. 코멘트 시간은 뭔가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그 방, 절대로 어딘가 숨을 장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제 돌아갔을 때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았을 터인 화분 밑의 열쇠가 없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문은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노크해도 반응은 없었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지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불평하는 사와타씨에게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좀 놔둬보죠" 하고 말해 보았지만, 오컬트 동지라고는 하지만 새빨간 타인에 불과한 나와는 달리 제법 친밀한 교제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여러가지로 미안했어" 하고 전화가 끊겼다. 조용..
그 날 이후, 오프 모임에 야마시타씨가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투고하는 일이 거의 없어졌다. 어느날 밤, 문득 신경 쓰여서 야마시타씨가 마지막으로 투고한 것은 언제였는지 조사해 보았다. 그것은 5일 정도 전이었다. 타임 스탬프를 봐서 역산해보면, Colo씨 방에서 그 이야기를 들은 밤에서 2주 가까이의 시간이 지난 것이 된다. 내용을 봤을 때, 스크롤하던 마우스가 멈췄다. 어? 오한이 들었다. 이런 코멘트가 있었던가. 기억에 없다. [D가 늘었어] 단지 그 뿐인 한 줄 레스. 전후의 다른 멤버들의 이야기와 맥락이 맞지 않는다. 섞여 들어와 있다, 는 표현이 딱 들어맞았다. 그보다 전의 레스를 봐봤지만, 그로부터 4일 전에 멤버들의 대화에 무난한 맞장구를 치고 있을 뿐이었다. 더 전을 ..
대학 1년째의 겨울이었다. 그 즈음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 시작한 인터넷에 꽂혀 있었는데, 특히 로컬 오컬트계 포럼에 빠져 있었다. 꽤 활발하게 코멘트가 투고되고, 오프 모임도 빈번하게 주최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이자카야에서 소문 이야기나 괴담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즐기는 정도로, 일단 '흑마술에 대해 논하자'는 테마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 취지를 실행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멤버뿐이라는 양상이었다. 나도 아직 흑마술 같은 정체 모를 것을 공부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특유의 오컬트틱한 분위기를 적당히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와 같이 이자카야에서 오프 모임을 마친 뒤 Colo씨라고 하는 포럼의 중심 멤버의 집에 유지들만이 모여서 2차를 하게 되었다. 그 전의 이자카야에서 처..
스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대학 1학년의 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아웃도어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데리고 돌아다닌 사람이, 집에서 얌전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다름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에는 자주 들어갔다. 싫증날 정도로 들어갔다. 내가 오컬트에 관해서 스승으로 따르고있는 그 사람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닥치는대로 산에 헤집고 들어가서는 짐승길에 파묻힌 낡은 무덤을 발견하고는 합장을 하는 일을 라이프 워크로 하고 있었다. '천불공양千仏供養'이라고 본인은 부르고 있었지만, 처음 들었을 때에는 그 단어의 울림에 왠지 안절부절 못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는 색기도 뭣도 없이, 영림소 사람같은 작업복을 입고, 목에 두른 타올로 땀을 닦으면서, 그녀는 담당하게 허물..
검등이 뒤집혀, 배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래를 향해있다. 다른 여섯 자루(방금 전부 열 자루라며)는 전부 반대로 배를 위로 향해 내밀고 있다. 하나만 건 방식이 다른 탓에, 잘못됐다 고 생각한 것 같다. "저건 타치에요." 작은 목소리로 주의준다. "에?" "태도(타치)요. 타도(우치가타나)보다 오래된 형태의 무기죠. 말을 타고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칼날을 아래로 한 상태로 허리에 매달아서 사용해요. '허리에 차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죠? 보통 말하는 카타나는 날을 위로 해서 허리에 꽂아요. 그러니 받침대에 걸 때에도 거기에 맞추는 거죠." "왜 카타나는 날이 위인데?" "전투시만이 아니라, 무사가 평소에도 가지고 걸어다니도록 되어있으니까요." "가지고 걸어다니면 왜 날이 위인데?" "..
스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대학교 2학년의 봄의 끝물이었다.나는 스승의 아파트의 문을 노크했다. 오컬트도의 스승이다.기다렸지만 대답이 없었다.잠겨있지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여성의 방. 역시 평소라면 주저해버릴 테지만, 방금 전 이 방을 막 나왔던 참이다.망설임없이 문을 열어젖힌다.방의 한가운데에서 스승은 자고 있었다.그 날은, 아침무렵은 아직 그렇게까지 덥지 않았지만 낮즈음부터 갑자기 기온이 올라가, 어제 내린 비 탓도 있어 맹렬한 찜통더위였다.그 방은 빈말로라도 그리 좋은 물건이라고는 할 수 없어서 이런 기온 변화는 그대로 영향을 미친다.스승은 방바닥 위, 엎드린 채로 축 늘어져서 방석에 얼굴을 묻고 있다.나는 신발을 벗고 올라가서 그 쪽에 다가가 말을 걸었다."……"뭔가 대답은 있었지..
"거짓말……이죠?‘나는 눈 앞에 있는 고양이에게 말했다.시야를 덮는 연기에 손을 휘젓는다.고양이는 바닥 위에 그림 물감으로 그려진 마법진 한가운데 놀란 표정으로 앉아있다.내 머리가 이상해진 게 아니다.이상한 건 이 세계다.어째서 쿄스케씨가 고양이가 되지 않으면 안 되는가?애초에 발단은 ‘재미있는 마법진을 찾아내었다’라고 쿄스케씨한테서 전화가 왔기 때문이다.무려 나고야에서 오래된 마법진의 사본 같은 것을 찾았다고 하였다. 거기에 나오는 악마소환의 마법진이 처음 보는 형태를 하고 있어 시험해보고 싶어졌다는 것 같았다.그리고 쿄스케씨의 맨션에서 수상한 의식을 하던 중 갑자기 폭발음이 들리더니, 자색의 연기가 주변에 불어 닥쳐, 정신을 차리자 쿄스케씨의 모습이 없어지고 그 대신에 귀여운 하얀 고양이가 나타나게 ..
대학 2학년의 여름이었다. 나는 흉악한 햇살이 쏘아내리는 곳을 걸어 학교 식당으로 향하고 있었다.아스팔트가 구두 뒤에 들어붙는 느낌이 들었다. 몇몇 집단이 입구 근처에서 노닥거리는 것을 흘낏 보며 멈춘다.매미가 시끄럽다. 밖은 이렇게 더운데, 어째서 그들은 안으로 들어가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라며 신기하게 생각한다.학교 식당이 있는 2층으로 올라가, 셀프 서비스에서 적당하게 싼 것을 고른 후에 두리번 두리번 주위를 둘러보자, 아는 얼굴이 보였다.“덥군요.”카레를 먹고 있는 그 사람의 맞은편에 앉는다. 대학원생이며, 오컬트 스승이기도 한 그 사람은 대체로 그 창문 옆 자리에 앉아있다. 지정석인 것도 아닌데, 다소 혼잡해도 이상하게 그 자리만은 비어있는 일이 많다.마치 그가 자리에 앉는 것을 기다리는 것처럼...
대학교 2학년의 가을 초입의 일. 써클의 선배와 함께 편의점에 먹을 걸 사러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였다.주택가의 큰길에서 옆으로 꺾어지는 좁은 길이 있었다. 그 앞에 다다랐을 때 갑자기 가벼운 귀울림이 일었다.그 직후 눈앞의 도로 위에 희미한 그림자가 보인 기분이 들었다.멈춰서서 안경을 닦았지만 역시 사람정도 크기의 그림자가 흔들리고 있었다.뭔가 현실감이 없다.네다섯개 정도의 그림자가 흔들리면서 좁은 길 쪽으로 휘어져있었다.그림자가 휘어진 방향은 흔해빠진 대낮의 주택가의 광경이였다.선배가 그림자가 휘어진 좁은 길을 들여다 보았다. “저건가” 나도 선배를 따라 목을 길게 뺐다.집들이 늘어선 방향에 장례식에나 쓰일법한 검고 흰 줄무늬의 휘장이 보였다.그리고 몇갠가의 그림자가 불안한 움직임으로 그곳을 향해 이동하..
대학 1학년의 가을이었다.오후의 지루한 강의가 끝나고, 시끌벅적한 가운데 노트를 가방에 집어넣고 있자, 동급생인 친구가 말을 걸어왔다.“저기, 너 말야, 뭔가 괴담같은 게 특기였지.”갑자기 말을 걸어서 놀랐기 때문에, 조건반사적으로 끄덕여버렸다.“아니 다르지, 그게 아니라, 괴담이야기를 하는 게 특기인 게 아니라, 아~, 뭐라고 하면 좋지.”친구는 장난스러운 웃음을 지으려고 하다가 실패한 것 같은, 긴장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무서운 거라든지, 아무렇지도 않지?” 겨우 뭐가 말하고 싶었는지, 알았다. 그의 주변에 뭔가 이상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그렇지만 끄덕이지 않았다. 아무렇지 않을 리가 없지.“밖에서 들을게.”아직 사람이 남아있는 교실에서는, 별로 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다. 나는 그 때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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