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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열쇠가 없어졌다니, 오늘도 가보셨던 거예요?"


"응. 코멘트 시간은 뭔가 오류가 있었다고 해도, 그 방, 절대로 어딘가 숨을 장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어제 돌아갔을 때 원래 있던 곳에 돌려놓았을 터인 화분 밑의 열쇠가 없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문은 잠겨 있어 들어갈 수 없었다. 노크해도 반응은 없었다.


"이제 뭐가 뭔지 모르겠어"


지친 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불평하는 사와타씨에게 "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좀 놔둬보죠" 하고 말해 보았지만, 오컬트 동지라고는 하지만 새빨간 타인에 불과한 나와는 달리 제법 친밀한 교제를 하고 있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쉽게 정리할 수 있는 이야기는 아닌 듯했다.


"뭐 어쩔 수 없지, 여러가지로 미안했어"


하고 전화가 끊겼다.


조용해진 후에 이제까지의 경위를 혼자서 회상해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야마시타씨가 사와타씨를 피하고 있을 뿐인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게시판에 투고하는 코멘트수가 적어졌고, 그 내용도 이상해지기는 했지만, 이상하다고 해도 원래 오컬트 매니아들이 모이는 기묘한 장소인데다, 그 중에는 전생이 어쩌고 저쩌고 하는 엉망진창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니까 그리 소란을 피울 일도 아니다.


그저 사와타씨가 개인적으로 연락이 잘 되지 않는 것뿐인 것이 아닐까.


치정싸움이라면 이제 관여하는 것은 그만두자.


그때는 무책임하게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었다. 


 


"4패턴의 얼굴이라. 그거 재밌네. 말하자면 세상 사람 모두가 네 종류의 가면 중 하나를 쓰고 있는 것 같은 건가"


"그것도 피로가 절정에 달하면 체격이나 복장도 구분이 안 가게 된대요"


"라는 건 온 국민이 인형옷을 입은 상태인 건가"


대학의 선배이기도 한 오컬트길의 스승을 만났을 때 우연히 그 이야기를 하자 쓸데없이 기쁜 듯이 이야기에 달려들었다.


"그 사람 아픈 사람이네"


그야 보통 사람은 아니지만, 당신한테 그 말을 듣고 싶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히죽거리면서 한차례 끄덕인 후 스승은 작게 말했다.



"D는 확연히 이 세상 게 아니네"



그건 나도 생각했다. 나타나는 방식도 그렇지만, 원래 영감이 강한 사람이니까.



"실제로는 3패턴이라고 생각하는 게 나을지도 몰라. 대다수의 A, 그 다음의 B, 소수파가 C. 모든 사람이 그 어느쪽인가로 보여 버리는 마음의 병. 덧붙여, 영감으로 감지한 이 세상 것이 아닌 존재를, 그 세 개에 들어맞지 않는 제 4의 모습으로 인식해버리는 거야. 그렇다고 한다면 그 야마시타씨라는 사람의 영감은 상당히 강하네"


"왜인가요?"


"다른 세 패턴과 질적으로 같은 레벨로 보여 버리니까야. 조금밖에 안 보이는 사람이라도, 대부분은 그건 그거라고 알아차리거든"



확실히 나도 경험상, 인간인지 귀신인지 알 수 없는 것을 봐 버린 적은 있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보통 사람과 똑같이는 지각하지 않는다. 귀신은 귀신이다.



"그런 식으로, 언제나 영을 시각적으로 인간과 같은 레벨로 인식해 버리는 사람이 아주 가끔씩 있다고 해. 그 극한에 달한 것 같은 굉장한 예를 알고 있는데, 그런 사람은 우선 사회에서 제대로 생활하는 건 불가능하지"


"누군데요. 그 사람"


"아키쨩"



모르는 이름이었다. 그때는 아직.



"뭐 어쨌든, 그 야마시타씨에게 보이는 D가 영적인 존재라고 하면, 그게 늘어났다는 게 신경 쓰이네"



그렇다. 처음 그 코멘트가 있은 후부터 그와 아무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적어도 포럼 동료 중에서는.



"단순히 D를 귀신으로 놓고 본다면, 눈에 보이는 귀신이 늘어났다는 걸까"


"영감이 강해졌다는 건가요?"


"아니, 그렇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어. 말 그대로, 실제로 귀신이 늘어난 걸지도"



가볍게 스승은 말한다.



"그 사람 주변에서. 아니면 인파 속 일면식도 없는 사람 중에서. 혹은 TV에 비치는 무수한 사람 중에서......."



이 사람은 또 무서운 얘기를 해서 나를 겁먹게 하려고 하고 있다. 반사적으로 마음 속 눈썹에 침을 묻힌다.*



"애초에 이 마을에 사람이 몇 명 있는지 같은 건 아무도 정확한 숫자를 파악하고 있지 않아. 동사무소? 동사무소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형식상 주소를 등록한 사람 수뿐이지. 특히 대학생은 주민등록을 옮기지 않고도 여기 살고 있는 사람의 대표격이야. 주민등록증이 없는 사람도 있고. 정말로 이 마을에 있는 사람 수를 알고 싶다면, 시간을 멈춰서 한 명 두 명 하고 셀 수밖에 없어"



그 결과, 조금 사람 수가 너무 많다고 해서. 하고 스승은 계속했다.



"본래 아무도 눈치채지 못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이 사람은.



"뭐, 그건 제쳐 두고, 그 야마시타씨가 보는 D가 늘어났다는 건, 어디에서인가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닌 듯해"


"왜요?"


"또 D가 왔다, 라고 쓴 코멘트는 방에 방문한 너희들을 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둘 다 전의 오프 모임 시점에서는 A였을 터야"



그렇다. 본인이 그렇게 말했었다.



"그렇다는 것은 A로 보였던 것이 D로 보이게 되었다는 거야"


"잠깐만요. D는 영적인 존재 아니었어요?"


"스스로도 모르는 새 그렇게 되어버린 거 아닐까?"



손가락이 나를 가르키는 것을 보고, 엉겁결에 눈을 돌린다. 하지만 그럴 리는 없다.



"오. 부정하는 것 봐. 자기가 죽은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 전형적인 귀신의 증상입니다"



놀리는 거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다.



"뭐 그렇게 화내지 말고. D가 된 네가 여전히 영적 존재가 아니라고 한다면, 처음부터 D가 인간이었다는 말이 되는 게 아닐까"



D는 인간.


그건 나도 생각해봤다. 현관문으로 들여다보는 얼굴은 화분 밑 열쇠를 사용하면 사람에게도 가능한 일이다.


귀가한 야마시타씨가 안에서 문을 건 것을 가늠해서 화분 밑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연다. 눈치 챈 야마시타씨가 가까이 오기 전에 문을 닫고, 밖에서 꽂아둔 채로 놓아두었던 열쇠를 돌려 문을 잠그고 도망친다. 일층의 가장 끝 방이었으니까, 귀퉁이를 돌아가면 도망쳐서 숨는 것은 쉬울 것이다.


누가 왜 그런 일을 하는가, 하는 의문은 남지만.


단지 욕실에 서 있는 D는 모르겠다. 그 욕실은 직접 확인했는데, 작은 창은 있었지만 사람이 출입할 수 있는 크기는 아니었다. 눈치 채지 못하게 집에 침입해서, 마찬가지로 눈치채지 못하게 나가는 일이 가능할 것인가.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어. 사람은 살아 있는 인간도 아니고, 또 영도 아닌 인간을 볼 때가 있잖아"


"환각이라고요?"



하지만 스승은 야마시타씨의 영감이 강하다고 인정하지 않았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하고 말했었지. D를 영이라고 가정했을 경우의 이야기야. 내 결론은 처음에 말했어"



스승은 또 히죽거리며 말했다.



"그 사람 아픈 사람이네"



그렇다면 아까까지의 이야기는 대체 뭐였던 거야. 정말 번거롭네 이 인간.



"처음에는 환각이 보였던 거야. 그래도 살아있는 인간과 환각의 구분은 할 수 있었어. 그게 점점 진짜 인간까지 환각처럼 생각되기 시작했다는 이야기. 말기네"



노골적으로 남의 일이라고 말하는 듯한 어조로, 환청의 경우는 이렇다 저렇다 하는 이야기를 줄줄이 계속했다.



"그다지 관여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야"



마지막에 그렇게 충고해 주었지만, 그것은 결국 나의 결론과 마찬가지였다.





그 후 한참동안은 야마시타씨에 대해서도 D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하지 않고 시간을 보냈다. 새로 시작한 아르바이트나 동아리 활동 때문에 바빠서, 오컬트 포럼 자체에 거의 얼굴을 비추지 않았다.


사와타씨도 전화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 안에서는 끝난 일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날 밤, 자기 전 별 생각 없이 포럼 게시판에 들어가보자, 가장 밑에 [죽이는 방법이라니 뭔데?] 라는 코멘트가 있어서, 무의식중에 뜨끔했다.


안 좋은 예감이 들었다.


그 조금 전의 코멘트에 대한 리레인 듯했다. 투고자는 내가 모르는 닉네임. 신참인 것일까.


긴장하면서 위로 스크롤해 본다.


그러자 지금으로부터 1시간 정도 전에, 야마시타씨 이름으로 코멘트가 있었다.


[그녀석들을 죽이는 방법을 알았다]


그 글을 본 순간, 심장의 고동이 빨라졌다.


그녀석들이라니 무슨 소리야? 죽이는 방법이라니?



더 거슬러 올라가 본다.



[아니, 그런 척하는 게 아냐. 그렇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중간에, 업자의 광고가 몇 개 섞여 있다. 나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천천히 마우스를 움직인다.



[그녀석들은 인간인 척을 하고 있어. 나만 그것을 꿰뚫어 볼 수 있어]



위험해.


나는 일어섰다.


무엇을 하려고 한 것이 아니다. 그저 무의식중에 몸이 움직인 것이다.


야마시타씨의 코멘트는 그 셋뿐. 5분 정도의 간격으로 투고되었고, 그리고 그 후에는 투고가 없다.


몇명인가가 장난처럼 리레를 달고 있지만, 단골의 이름은 없었다.


모두 이 코멘트의 의미를 이해 못하고 있다. 정서불안정 정도가 아니라, 야마시타씨는 정말로 위험한 정신상태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D가 늘어났다. 그의 평온한 생활을 위협하는 D가. 피곤할 때 사람의 얼굴이 4패턴으로 보였던 것처럼, 조금씩 미쳐가고 있던 그의 정신이, 늘어나는 D에 의해 막다른 곳으로 몰려간다.


그리고 그의 안에서 마침내 어둡고 공포스러운 결단이 내려졌다.


그 늘어난 D란. 그녀석들이란. 나이고 사와타씨이고 대다수의 그저 보통 사람일 터인데.


나는 집을 나가서 자전거에 올라타 야마시타씨의 집을 향했다. 질척질척하게 달라붙는 듯한 불길한 예감이 끊임없이 나를 괴롭혔다.


일단 편의점에 도착해, 전에 갔던 길을 그대로 따라간다. 이윽고 본 적이 있는 아파트가 보였다.


문에 황급히 달려가 난폭하게 노크한다. 이름을 부른다. 늦은 밤이지만 주변에 끼칠 폐 같은 걸 신경 쓸 여유가 없다.



"야마시타씨"



움직임을 멈추고 조용히 있어 보았지만, 안에서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다. 뒤로 돌아 베란다 측에서 들여다보려고 해도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불빛은 전혀 새어나오지 않고, 변함없이 사람의 기척은 없었다.


그 다음에 나는 주변 도로를 돌아다녔다. 야마시타씨 같은 사람이 없나 주시해보았지만, 없다.


완전히 지쳐버려서, 아무 수확도 없는 채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3개월이 지났다.


그 후로 결국 야마시타씨의 모습은 보지 못했다. 실종한 것이다. 직장에도 말없이 사라진 것 같다는 이야기를 사와타씨에게서 들었다.


한참동안은 신문이나 TV에서 이 지방 상해사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야마시타씨가 관련된 게 아닐까 하고 무서워 했지만, 모두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아파트의 방은 보증인인 가족이 정리했다고 한다. 지금은 그 방에는 그런 경위도 알지 못하는 새 주민이 들어와 있다.


봄이 되어, 여러모의 이별을 맞이하게 되었다.


간호사를 하고 있던 사와타씨가 본가가 있는 다른 현의 병원으로 옮기게 되어, 오컬트 포럼의 멤버끼리 송별을 위한 오프 모임을 가졌다.


대인관계도 좋고, 오컬트틱한 화제를 다수 제공해주기도 한 공로자에의 대우였다.


사와타씨는 주변에서 계속 술을 권하는 바람에 상당히 취한 듯했고, 말수가 적어졌다 싶을 무렵 바깥 공기를 마시고 싶다는 말에 함께 이자카야 밖으로 나왔다.


주역이 없어도 흥하고 있는 술자리를 곁눈질하며, 사와타씨는 보도에 심어진 느티나무에 기대듯이 서 있다.


"토하실래요?"


물으며 가까이 가려고 한 나에게 그녀는 고개를 젓고, 대신 "전화가 왔어" 하고 말했다.


"누구한테요?"


"야마시타씨"


순간 누구를 말하는 건지 알 수 없었다. 야마시타씨. 야마시타씨?


"잘 있어? 같은 말을 하길래 어디에 있냐고 야단쳤더니 방에 있어, 라고"


야마시타씨란 건, 그 야마시타씨를 말하는 건가.


 


"있을 리가 없잖아. 그 방, 이제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데. 그렇게 말했더니, 그럴 리가 없다고 웃는 거야. 나는 계속 여기에 있다고"


어느 정도 각오하고 있던 광기에 오한이 드는 동시에, 묘한 부합이 마음에 걸린다.


처음에 사와타씨와 그 방을 방문했을 때, 우리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되는 시간에 코멘트가 투고되었던 것. 우리들을 어딘가에서 보고 있었던 듯한 그 내용. 그리고 현관의 구두.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그가 고요히 그곳에 있었던 듯한. 


"뭐하고 있었어 하고 물으니까, 계속 찾아다니고 있다고"


 


무엇을? 말할 필요도 없다. D다.



"그녀석들은 자기를 인간이라고 생각한다고. 어느새인가 본인하고 바뀌어 있다고. 스스로도 눈치 못 채니까 보통 사람처럼 생활하고 있지만, 자기는 안다고. D의 얼굴로 보이니까"



찾아서, 무슨 짓을 한 거야.


사와타씨는 얼굴을 느티나무 줄기 쪽으로 향하고 띄엄띄엄 이야기한다.



"그런 척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까, 가르쳐주면 된다고. 너는 인간이 아니라고. 그러면......."



불길한 말을 삼키는 것처럼 침묵한다.



"무서웠어. 그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어. 전화기 너머로 목소리가 가까워졌다가 멀어졌다가 하는 거야. 미친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미친 건 나일지도 몰라. 그런 전화, 사실은 걸려오지 않았는지도 몰라"



작은 목소리가 희미하게 떨리고 있다.


자기 주변의 인간이 어느새인가 아주 닮은 완전히 다른 존재로 바뀌어 있다는 망상에 집착하게 되는 일은 들어본 적이 있지만, 야마시타씨는 조금 다른 것 같다.


바뀐 것은 그 사람이 아닌가?


아니, 바뀌었다고 표현해도 좋을지 알 수 없다.


객관적으로 보았을 때 그가 있는 공간과 우리가 있는 공간이 교차하지 않는다는, 이 불가사의한 현상에 이쪽의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야마시타씨는 확실히 미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그 광기가, 내부만이 아니라 외부, 즉 현실에까지 서서히 침투해 갔다고 하는 것인가.



"이제 마을에 사람이 거의 없어졌다고. 발견할 때마다 자기가 죽여 줬으니까. 아무도 없는 마을을 매일 걷고 또 걷는데, 그래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아, 라고 울 것 같은 목소리로 말하는 거야. 그리고......."



만나고 싶다고.


사와타씨는 말문이 막혔다.


나는 잠깐만요 하고 작게 비명지른 후 손을 앞으로 뻗었다.


깨진 거울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 사람이 없는 방에 남겨진 단 하나의 살아 있는 흔적. 아니, 그때도 그 사람은 있었는지도 모른다. 방에 침입해온 두 명의 D에 두려워하면서.


거울. 거울. 어디선가 또 한 번 그 말을 들었었다.


그렇다. 그가 처음 그 네 개의 얼굴의 이야기를 했던 밤. 나는 어느새인가 잠들어버려서, 일어났을 때는 그는 이미 없었다. 피곤하니까 돌아가겠다고 말하고.



그때, 거울점을 보러 가자는 이야기가 되었었을 터이다. 거울. 거울.


피곤하니까 돌아간다고?


피곤할 때에는 네 개의 얼굴이 보인다. 거울 너머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나는 A, 사와타씨는 A, Colo씨도 A, 미캇치씨는 C... 그 사람 자신은?


아무도 묻지 않았다. 왜 아무도 묻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아무래도 그 사람이 이야기가 그쪽에 가지 않도록 조절하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사람은 거울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그 날 밤, 먼저 돌아갔다. 그리고 자기 방에 있는 거울을 깨트렸다.


어째서 보고 싶지 않았을까.


나는 상상한다.


거울 앞에 서 있는 나 자신을. 그리고 그 거울에 비추어져 있는 얼굴이, 순간, 어딘가에서 본 것 같은, 어디에서도 보지 않은 것 같은, 알고 있는 누군가와 같은, 모르는 누군가와 같은, 무표정한 인간의 얼굴로 보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깜짝 놀라 정신을 차렸다.


D를 모두 죽이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하는 그 사람이 정말로 두려워 하는 것은.......


자신에게 진실을 고하는 타자의 존재.



"만나고 싶다고 하는데, 나, 오지 말라고"



사와타씨가 입을 가린다.


그래서 본가로 돌아가는 것인가.


갑작스러운 이사의 이유를 알았다.


어라?


그때, 갑자기 데자부를 느꼈다. 이렇게 될 것을 알고 있었던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지. 기분이 나쁘다.



"'알았다'고, 그렇게 말하고 전화가 끊겼어. 이제 연결이 안 돼. 다시 걸어도, 이제 사용되지 않는 번호라고......"



사와타씨는 우는 것 같았다.


한참을 그렇게 둘이서 입을 다물고 밤바람을 맞고 있다가, 이윽고 진정되는 것을 봐서 자리에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자카야의 자동문 앞에 서서, 그것이 열리는 순간, 유리제의 불완전한 거울에 비친 나와 사와타씨의 뒤, 아무도 없을 터인 공간에, 무표정한 사람이 고요히 서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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