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색 선 위에서

중학교 때 자전거로 통학 했다.

어느 여름날, 하교 길에 갑자기 비가 내렸다.

페달를 밟아 가던 와중에 비는 점점 세차게 내려왔고, 빨리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속도를 올렸다.

문득 깨달았는데 이쪽을 향하고 빨간신호에 걸려 즐비하게 나란히 멈춰있는 많은 자동차가 있었다.

신호가 파란색이 되어 일제히 움직이자 빗물을 튀어 올라 교복이 젖어 버려서 초조해져서 그곳을 빨리 지나가고 싶어서 더욱 서둘렀다.

그때 차도와 보도 사이에 그어진 흰색 선에서 뿌옇게 보이는 사람의 손이 꾸물꾸물하며 나타났다.

교육 프로그램 따위를 보면 종종 식물이 성장하는 모습을 찍어 빨리감기 하여 보여주는 것 같이 '느~우' 하고···.

뭐야 이거? 라고 보고 있었더니 그 중 몇 개의 손이 내 자전거의 앞바퀴를 확 잡아왔다. (그렇게 보였다)

빗물에 젖은 흰 선 위에 올라갔던 자전거의 타이어는 바로 미끄러졌다.

스피드가 나온 상태로 그대로 차도로 끌려들어갔다.

'아!' 하고 생각한 순간, 파란색으로 바뀐 신호가 시야에 들어왔다···.

바로 정신을 가다듬어보니, 나는 엎드린 자세로 어두운 곳에 있었다.

택시 바로 아래에 미끄러져 뛰어 들었던 것 같다.

가슴을 강하게 부딪친 것 같아서 호흡이 힘들고 괴로웠지만, 빨리 저리 비키라는 욕설들이 날아들었기 때문에 무리하게 일어나서

부서진 자전거를 끌고 보도로 비틀비틀 이동했다.

호흡이 잘 되지 않는것과, 혹시 택시와 충돌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심하게 욕먹은 충격으로 떨며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안개나 증기같았던 많은 손은 무엇이었을까? 하고 돌이켜보는데,

나처럼 도로에 끌려가고있는 자전거를 탄 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 녀석은 파란불에 차도로 튕겨 나와서, 내 눈 앞에서 어딘가의 영업 차량에 치어버렸다.

마침 되돌아 본 나와 눈이 마주 친 그 학생은

무엇이 일어 났는지 모르는 듯한 표정으로 눈을 크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그 후 구급차가 도착했고 학생은 실려갔지만 사망했다고 다음날 현지의 신문에 실렸다.

그 표정은 몇 년이 지나도 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