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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1년째의 겨울이었다.


그 즈음 나는 대학에 들어가서 시작한 인터넷에 꽂혀 있었는데, 특히 로컬 오컬트계 포럼에 빠져 있었다.


꽤 활발하게 코멘트가 투고되고, 오프 모임도 빈번하게 주최되었는데, 그 대부분은 이자카야에서 소문 이야기나 괴담 이야기 등을 나누면서 즐기는 정도로, 일단 '흑마술에 대해 논하자'는 테마는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그 취지를 실행하고 있는 것은 극히 일부의 멤버뿐이라는 양상이었다.


나도 아직 흑마술 같은 정체 모를 것을 공부하려는 마음은 전혀 없었고, 특유의 오컬트틱한 분위기를 적당히 즐기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언제나와 같이 이자카야에서 오프 모임을 마친 뒤 Colo씨라고 하는 포럼의 중심 멤버의 집에 유지들만이 모여서 2차를 하게 되었다.


그 전의 이자카야에서 처음 오프에 참여했다고 하는 경박해 보이는 남자가 쿄스케씨라고 하는 닉네임의 여성에게 끈질기게 추근대서, 결국에는 그녀가 열받아서 혼자서 돌아가버리는 소동이 있었던 탓에 흥이 깨진 분위기가 돌아, 언제나의 멤버만 모여서 다시 마시자는 이야기가 되었던 것이었다.


Colo씨의 맨션에서 사온 술을 느긋하게 마시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오컬트 이야기가 나왔다. 나를 포함해 모두 5명.


그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멤버들이 모여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이렇게 몇번이고 모였으면서도 아직 이야기할 만한 소재가 있다는 게 꽤 굉장하다.


특히 사와타씨라고 하는 여성과 야마시타씨라고 하는 남성은 괴담의 보고였다.


사와타씨는 간호부로, 실제 체험담은 별로 없는 반면 병원과 관련된 무서운 이야기를 제법 알고 있었는데, 그 불안정한 어조가 공포심을 필요 이상으로 자극하는 것이었다.


야마시타씨는 30대로 최연장자 축에 속했는데, 영감이 강한 것인지 체험담이 쓸데없이 많아서 다른 멤버들로부터 '절반 이상이 허풍'이라고 놀림은 받았지만, 때로 상퀘를 벗어난 리얼리티가 있을 때가 있어 모두 인정하고 있는 존재였다.


그날밤도 사와타씨의 병원 이야기와 미캇치씨라고 하는 여성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야마시타씨의 이야기가 순서대로 이어졌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이, 야마시타씨가 소근소근 이야기한 '피곤해지면 사람의 얼굴이 네 패턴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된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상당히 졸리던 터라, 미캇치씨가 '자지 마'하고 찌르고 있었는데, 푸슉, 하고 맥주캔이 따이는 소리에 반응해서 머리가 다소 맑아졌다.



"나, 나는 말이야. 피곤해지면 얼굴이 네 개의 패턴으로밖에 보이지 않게 돼"



야마시타씨는 맥주캔에서 입을 떼고, 멈칫멈칫 이야기를 시작했다.



"뭐야 그거. 4 패턴? 그 외의 얼굴은?"



10세 이상 연하일 터이지만, 미캇치씨는 조금이라도 안면을 트게 되면 대체로 반말을 쓴다.



"그러니까, 사람 전부가 4 패턴 중 하나로 보이는 거야"


"뭐어? 그럴 리가 없잖아"


"뭐, 뭐어 나한테 그렇게 보인다는 것뿐이고..."



시비를 걸린 듯한 표정이 되어 입을 다물 것 같았기 때문에, 나는 미캇치씨를 제지하고 다음 이야기를 재촉했다.



"라고, 해도, 아주 지쳐있을 때만 그렇게 되지만 말이야. 뭐라고 할까 이렇게, 지쳐서 밖에서 걷고 있으면, 길을 가는 사람들 얼굴이 점점 같은 모양으로 보이게 되어서, 구, 구분이 안 가게 돼"


"그거 피곤해서 그러는 거라니까"



하고 미캇치씨가 끼어들고는, 스스로도 재미있는 말을 했다고 생각했는지 혼자서 웃기 시작했다.



"시끄럽네, 이제 됐어"



야마시타씨는 화를 내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그에게는 유별난 구석이 있어서, 나는 그를 조금 다루기 어려운 사람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사와타씨가 미캇치씨의 입을 막고, 어떻게든 그 다음 이야기를 듣는 흐름으로 만들어간다. 그렇게 도중에서 그만두면 신경 쓰여서 어쩔 수가 없다.



"와, 완전히 구분이 안 가는 건 아니고, 이 사람하고 이 사람은 같아 보여도, 그 옆의 이 사람은 다른 얼굴이라는 느낌이야. 그게 다, 다 해서 4 패턴. 같은 패턴끼리는 구분이 안 가니까, 그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도 알아보지 못해"



신기한 이야기다. 미캇치씨는 아니지만, 그건 확실히 엄청나게 피곤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거, 어떤 얼굴이에요?"



사와타씨가 흥미진진하다는 풍으로 몸을 앞으로 내민다.



"그게, 피곤하지 않을 때에는, 며, 명확히 머릿속에 떠오르지를 않아. 뭐라고 할까, 그, ...아아, 서, 설명하기 어렵네"



"그림도 못 그려?"



Colo씨가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못 그려"


"그 4패턴이라는 거, 돼지상이라든지 두부상이라든지 하는 구분 방법하고 관계 있나요? 또, 뭐더라. 강아지상, 고양이상이라는 것도 있었지*"



내 물음에 야마시타씨는 고개를 젓는다.



"과, 관계 없는 것 같아. 원래 얼굴은 관계 없는, 것 같아"



원래 얼굴이 관계 없다고? 그러면 어떻게 4패턴으로 나뉘는 거지?



"네 개란 건, 혈액형이려나"


"아, 그럴지도. A, B, O, AB 해서 4패턴"



아, 그건가, 하고 순간 생각했지만, 생각해보면 지나친 것뿐인 사람의 혈액형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아니나 다를까, 야마시타씨도 고개를 젓는다.



"그럼, 이건 어때. 남녀로 2패턴이지. 나머지는 통통한 거랑 마른 걸로 구분하는 거 아니야? 피곤해지면 뇌가 이것저것 다 귀찮아져서 개인 식별이 적당해지는 거야"



미캇치씨가 혼자서 납득하고 있다.


그러자, 야마시타씨가 놀랄 만한 말을 했다.



"서, 성별은 관계 없다고 생각해. 나, 남녀 구분도 안 가거든"


"뭐어?"



하고 미캇치씨가 이상한 소리를 냈다.



"남녀 구분이 안 간다니, 대체 어떤 얼굴인 거야"


"그, 그러니까, 설명하기가 어려운데, 어쨌든 그런 게 아닌 4패턴인 거야. 아, 그, 그렇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성별은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로 대체로 알 수 있어"



남녀 구분이 안 가는 얼굴이라니 어떤 얼굴인 걸까. 상상해 보아도, 호러 영화에 나올 것 같은, 밋밋한 가면이 머릿속에 떠올라 조금 기분이 나빠졌다.



"하지만 더 피곤해지면, 머리 스타일이라든지 윤곽이라든지 체형 같은 게, 최악의 경우에는 복장까지 똑같아 보이기 시작해서, 완전히 누가 누군지 모르게 돼"



오싹했다.


그런 세계에 혼자 남겨지기라도 한다면 하고 생각하면, 기분 나쁜 한기가 등을 시리게 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4, 4패턴인 거야"



맥주캔이 빈 것을 깨닫고 야마시타씨가 혀를 찬다.



"저는 어느 거예요? 누구랑 같아요?"



사와타씨가 자신을 가리킨다.


그러자 야마시타씨는 Colo씨와 나를 가리키고, 그리고 이 자리에 없는 오컬트 포럼 멤버의 이름을 몇 명 들었다.



"잠깐, 왜 나만 빠진 거야"



미캇치씨가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얼굴로 몸을 앞으로 내민다. 상당히 취한 듯하다.



"저, 절반 이상이 사와타씨 그룹이야"



아무래도, 4개의 패턴에도 세력 차이가 있는 듯했다.


이야기를 알기 쉽게 하기 위해서, 일단 우리들은 그 4패턴을 빈도가 많은 순으로 A, B, C, D 로 이름 붙였다.


야마시타씨 이야기에 따르면, 절반 이상이 A, 그 반절이 B, 또 그 절반이 C, D는 꽤 적다고 했다.



"나는 어느 건데"



미캇치씨가 따지자, 야마시타씨는 답변에 궁한 듯했다.



"지, 지금은 아직 보통으로 보이고, 그렇게 피곤할 때에는 그다지 아는 사람을 만나지 않으니까..."



그렇게 말하고 기억해내려고 노력하다가, 한참 지나서야 "C였어" 하는 대답을 겨우 쥐어짜냈다.


"뭐야 그거" 하고 말하면서도, 가장 적다는 D가 아니라는 사실에 조금 안심한 듯하다.


그 후에는, 어째서 사람의 얼굴이 4패턴으로 보이는지에 대한 수수께끼를 푼다, 기보다는 완전히 흥미본위로 TV에 나오는 유명인의 얼굴을 차례차례로 들고는 그 사람이 어떤 그룹에 속하는지 억지로 답을 얻어내서, 거기에 일희일비하며 놀았다.



"잠깐만, 내가 속한 C 그룹, 다 호박들뿐이잖아. 뭐야"


"우연이겠죠. 잘생긴 배우도 있었잖아요"


"여자는 호박뿐이잖아"


"여배우랑 여 아나운서를 보고  호박 호박이라니, 너무하잖아요. 기준이 뭔데요"


"그러고보면 B는 미인들뿐인 것 같네요"


"A는 다 섞여 있다는 느낌이네. 개성이 없어 개성이"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있었는데, 점점 모두가 눈치 채기 시작했다.


내가 눈치를 봐서 그 말을 꺼내려고 하는데, 그보다 먼저 사와타씨가 입을 연다.



"...D는?"



D 그룹에 속하는 사람이 아직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상당한 숫자의 유명인과 지인들을 닥치는 대로 들었는데도.


그것을 들은 야마시타씨는 순간, 무엇인가에 겁을 먹은 듯한 표정을 짓고 머뭇거렸다.


모두가 잠자코 보고 있자, 겨우 멈칫멈칫 입밖에 낸다.



"아, 아는 사람 중에는, 없어"



방이 조용해졌다. 기분 나쁜 침묵이다.



"그거, 얼마나 수가 적으면 그렇게 되는 거야. D 사람들 얼마나 따돌림 당하고 있으면"



미캇치씨가 가벼운 어조로 말했지만, 이상한 여운을 남기고 그 어미가 허공에서 사라졌다.



"그럼, D는 어디에서 보나요"



주뼛주뼛 내가 묻자, 야마시타씨는 굳은 얼굴로 안경 너머의 시선을 불안정하게 상하로 움직였다.



"기, 기, 길에서, 나"



어째서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걸까. 확실히 말하면 좋을 텐데. 그러지 않으면, 왠지...


무서워지잖아.


 


"그리고......."



그렇게 말하고는 주저하는 듯한 몸짓을 보였다. 모두 그것을 이상하게 긴장해서 응시한다.


옆에 있던 빈 맥주캔을 거의 무의식적으로 들어올리고는, 순간 그 가벼움에 놀란 듯한 얼굴을 한 후, 야마시타씨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방 안, 이나"



오싹했다.


무슨 소리야, 방 안이라니.


길에서 지나치는 불특정다수 중에 극히 소수지만 D에 속하는 얼굴을 가진 사람이 있다, 는 건 상상이 간다.


하지만.


방 안이라고?


의미불명이다.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모두 야마시타씨의 언동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되어 있었다.



"정말 피곤할 때 이야기인데, 저, 저번에 목욕 하려고 욕실 문을 열었더니, 아직 물을 안 채운 욕조에, 서 있는 거야"



에? 무슨 소리야. 무슨 소리야.


사와타씨가 그런 말을 입속에서 중얼거린다.



"누, 누군지는 몰라. 구분이 안 가는 얼굴. 몇 번 본 적이 있는, 가장 적은 얼굴"



그게, 서 있어서.


하고, 야마시타씨는 반쯤만 웃는 듯한 이상한 얼굴로 계속한다.



"그대로 문을 닫았더니, 계, 계속 조용한 채여서, 한참 있다가 열었더니 아무도 없었어. ...그리고, 밤에 엄청 지쳐서 집에 돌아왔을 때, 혀, 현관문을 닫고 문을 잠그고, 신발 벗고 방 안에 들어가려고 했더니, 왠지 모르게 돌아보고 싶어져서, 도, 돌아봤는데, 현관문이 반쯤 열려 있고, 그, D의 얼굴이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어. ...가까이 가려고 했더니 바로 문이 닫혀서, 손잡이 쪽을 봤더니, 열쇠 잠긴 그대로였어"



모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혼자 살고 계셨죠"



Colo씨가 확인하듯이 말한다.


괴담이다. 어느새인가.


변화구로 시작해서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두근두근한다.



"그거, 살아 있는 인간인 건가요?"



사와타씨가 무서워 하면서도 묻는다.



"글쎄"


 


이 세상의 것은 아닌 듯한 인상은 있지만, 살아 있는 인간이라고 한다면, 그 쪽이 더 무서운 것도 같다.


모습이 확실히 보이는데 그게 누구인지 모른다. 그리고 있을 수 없는 장소에 나타난다--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이렇게 기분이 나쁘니, 그것을 보면서도 정체를 확인 못하는 본인은 정말로 무섭겠지.



야마시타씨는 갑자기 밝은 목소리로 "다음, 다음. 다음 이야기 하자" 고 요란을 떨었다. 별로 깊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렇게 해서 다시 언제나와 같은 뻔한 괴담 이야기로 돌아갔지만, 어딘가 모두 마음 내키지 않아 하는 모양이었던 것은, 4패턴의 얼굴의 이야기가 묘하게 신경 쓰여서였을지도 모른다.


나도 피곤할 때 야마시타씨의 머릿속에서 D라는 공통된 얼굴로 정리되는, 뭔지 알 수 없는 존재가 마음속 어딘가에 계속 달라붙어 있었다.


그 후에는 모두 마시는 페이스가 빨라져서 점점 말이 없어지고, 정신이 들면 미캇치씨가 나를 흔들고 있었다.


자버린 모양이었다.


시계는 열두시가 지났는데, 미캇치씨와 Colo씨는 "거울점을 보러 가자" 면서 나를 흔들었다.


일단 세수 좀 할게요, 하고 일어섰을 때 방을 둘러보았는데 야마시타씨와 사와타씨가 없었다.



"피곤하다고 돌아갔어"



미캇치씨는 바보 취급하는 듯한 어조로 술냄새가 나는 콧김을 방에 내뿜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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