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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칼 (2/2)

레무이 2017. 1. 16. 19:56

검등이 뒤집혀, 배에 해당하는 부분이 아래를 향해있다. 다른 여섯 자루(방금 전부 열 자루라며)는 전부 반대로 배를 위로 향해 내밀고 있다.


하나만 건 방식이 다른 탓에, 잘못됐다 고 생각한 것 같다.


"저건 타치에요."


작은 목소리로 주의준다.


"에?"


"태도(타치)요. 타도(우치가타나)보다 오래된 형태의 무기죠. 말을 타고 싸우는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물건으로, 칼날을 아래로 한 상태로 허리에 매달아서 사용해요. '허리에 차다'라는 말 들어본 적 있죠? 보통 말하는 카타나는 날을 위로 해서 허리에 꽂아요. 그러니 받침대에 걸 때에도 거기에 맞추는 거죠."


"왜 카타나는 날이 위인데?"


"전투시만이 아니라, 무사가 평소에도 가지고 걸어다니도록 되어있으니까요."


"가지고 걸어다니면 왜 날이 위인데?"


"날을 아래로 하면 도신의 무게로 날이 칼집 안쪽에 닿아서 상하니까요."


헤에. 하는 얼굴을 하고 스승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실은 적당히 말한 거지만, 아마 사리에는 맞을 터이다.


그렇다 쳐도, 하고 나는 조금 몸을 뺐다.


당연히, 그것들은 자루를 뺀 상태, 즉 나신으로 죽 늘어서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감정이라는 단어의 이미지가 그렇게 만든 것이지만, 그야 생각해보면 영능력으로 감정하는 거니까, 자루 안쪽에 숨겨져있는 제작자의 서명같은 걸 확인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쓸데없는 선입견을 갖게해, 감정의 신빙성을 의심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겠지.


이 의뢰인은 상당히 만만치않은 인물이다.


스승이 그 태도에 다가가려고 하던 때 쿠라데라씨가 돌아왔다. 손에 천을 갖고 있다.


그러고보면 오늘은 찜통더위 탓으로 손에도 땀이 차있었다.


라는 건 즉 칼집에서 빼게는 해줄 모양이다.


천을 받아들고, 땀을 닦는다. 스승도 그것을 따라한다.


"뽑아봐도 될까요?" 하고 얼굴을 향하자, 노인은 말없이 끄덕였다.


나는 왼쪽 끝의 검고 차분한 만듦새가 인상적인 한 자루를 손에 들었다.


그리고 칼집을 잡은 왼손을 허리에 대고, 오른손으로 자루를 쥐고는 마루를 칼집 가운데에서 미끄러뜨리면서 똑바로 뽑았다.



도신을 보고, 곧 흰 아지랑이같은 선을 알아차렸다. 칼을 쥔 손으로부터 비스듬히 올라가고 있다.


물그림자다, 라고 생각했다.


다시 제련할 때 생기는 선이다. 두번째 제련은 재인(야끼나오시)이라고 불리며, 그 칼이 갖고 있던 본래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다.


실망할 뻔 했지만, 잘 보면 재인 특유의 하몬의 탁함도 없이 아름다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그림자가 그대로 조화로 연결되어있는 점을 보면, 이것은 역으로 그런 취향인 거라는 걸 깨달았다.


모양새를 보면 호리카와모노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의외로 이것은 가격이 껑충 뛰어오른다.


칼을 잡은 손이 조금 긴장했다.


그 옆에서는 스승이 다른 칼을 손에 들고, 마찬가지로 칼집에서 뽑으려고 하고 있다. 하지만 위태로워보이는 손동작으로, 그것도 가슴 앞에서 칼을 옆으로 뉘어서 좌우로 힘을 주어 뽑으려 하고 있었다.


나는 자기도 모르게 머리를 흔들어 주의를 줬다.


자신의 왼손의 칼집을 다시 한 번 허리에 대고, 좀전의 나와 같이 뽑으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도신을 꺼내고 있을 때는 말을 하지 않는 게 매너라는 것은 분위기로 알아차려준 것 같다.


스승은 말없이 눈대중으로 따라하며 허리에서 칼을 뽑았다.


침이 튀면 부식의 원인도 뒤기 때문에 ,도검을 감상할 때에는 대화는 피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때문에 휴대용 종이(카이시. 다석에서 과자를 나누거나 찻종의 가장자리를 닦거나 하는 데 씀)를 물고 칼을 보는 관습까지 있었던 것이다.


날을 위로 해서 뽑는 것도 칼집의 안쪽에 닿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다. 옆으로 해서 좌우로 뽑으면, 날을 칼집에 갖다미는 셈이 되어, 칼집도 상하고 칼날에도 '히케'라는 상처가 생기는 일이 있다.


이렇게까지 생초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근두근하면서 스승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지만, 그 손에 나타난 도신에 저도모르게 눈이 갔다.


너무나도 매끈한 날, 그리고 하몬.


현대도다.


목제의 옻나무대도 두 자루 걸이로, 대소가 모여있다. 남겨진 와키자시의 만듦새도 꼭같은 의장으로, 그것도 날밑에 본 적이 있는 가문이 새겨져있다.


좀전의 방에 있었던 오동나무 옷장에 있었던 것과 같은 가문이다. 쿠라데라가의 가문일테지.


라는 것은 주문제작이 틀림없다.


여기서 내 머리는 회전이 빨라졌다.


곤란한데.



스승은 이 뒤에 어쩔 작정인 걸까.


만약 아무 영감도 발동하지 않았을 경우, 정직하게 그것을 의뢰인에게 고하는 걸까. 의뢰인은 자신의 콜렉션 중에 사람을 벤 검이 있는 것을 바라고 있으니까, 그런 결론에 깨끗하게 납득하는 걸까.


결코 적지 않은 대금을 흥신소에 지불하고, 그 대가로서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부가가치를 찾아내는 것이 쿠라데라씨의 목적일테니까, 역으로 그런 칼은 없다는 감정서를 받는 결과가 되면, 그건 너무한 앙갚음이다.


만약 쿠라데라씨가 그런 일을 상정도 하고 있지 않을 것 같은 단락적인 인물이라면, 귀찮은 상황에 빠질 것 같다.


그러니, 차라리 스승은 영시인 척 하는 핫 리딩으로 보인 프로의식이랄지, 딱부러지는 사고방식을 살려서 '어차피 알 도리도 없을테니' 하고 아무렇게나 말할 가능성이 있다.


이를테면, '이 칼은 과거에 사람의 피를 빨았습니다' 하고.


그 발언이 만약 지금 갖고있는 그 현대도에 대해 나와버리면 실로 곤란하게 된다.


그럴 턱이 없으니까.


하지만 스승은 그것을 모른다. 그 칼이 최근 제작된 물건이라는 것을.


하다못해 가문을 알아차려달라고 기도하면서 스승을 옆눈으로 보고 있으니, 머리를 저으며 어려운 얼굴을 했다.


(아냐)


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손 안의 칼을 한바퀴 감상한 후 칼집에 넣었다. 스승도 따라했다.


"이것들은 전부 혼자서?"


스승의 질문에 쿠라데라씨는 끄덕였다. "네. 젊어서부터의 도락으로, 혼자서 사모은 것들입니다."


기대하는 듯한 시선을 향해온다.


그로부터 우리들은 각자 모든 도검을 뽑았다. 물론 한 자루만 있는 태도도.


어느 것도 비싸보이는 것들 뿐이었다. 하지만 신도, 신신도, 현대도 등, 어느 것도 시대나 양식이 제각각으로, 그다지 수집물에 구애받는 느낌은 없다.


서명이 보고싶었지만, 어쨌든 지금은 스승에게 맡기기로 했다.


"잘 배견했습니다."



방석 위에 자세를 바로잡고, 의뢰인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없습니다."


단호한 어조에 쿠라데라씨의 얼굴이 굳어졌다.


"없습니까."


"네."


유리창 너머로 정원의 흰 모래의 반사광이 쏟아져들어, 스승의 옆얼굴을 비추고 있다.


등을 펴고 앞을 바라보는 그 앞머리가 약간 열린 창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린다.


"적어도, 사람을 베어죽인듯한 흔적은 보이지 않습니다. 살해당한 인간의 원념이나 정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아요. 이전 사람을 찌른 식칼을 본 적이 있습니다만, 몇 년이 지나도 거기에 남은 원념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애초 칼 자체는 무척 오랜 물건일 터이므로, 사라져버린 걸지도 모릅니다만. 어느 쪽이든 저로서는 볼 수 없었습니다."


도움이 되지 못해, 유감입니다.


스승은 가볍게 머리를 숙였다.


쿠라데라씨는 뭔가 말하려고 입을 열었다가, 금방 다물었다. 너무나 분명한 부정에, 반론을 해야 하나 망설이는 것처럼도 보였다.


믿고 싶지 않다면 그걸로 좋다. 다른 영능력자를 찾아서 같은 일을 부탁하면 될 뿐이다.


단지, 맹세해도 좋지만, 우선 스스로 영능력자를 자칭하고 나서는 인간이라면, 지금 우리들이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었던 이 칼 중 한 자루를 무책임하게 지목할 게 뻔하다.


그런 것으로 만족한다면 모쪼록 마음대로, 라는 것이다.


"그렇, 습니까. 하지만...... 그런...... 그럼......"


스승의 시선에서 눈을 돌려, 쿠라데라씨는 중얼중얼 미련이 남은 듯한, 방심한 듯한 모습으로 중얼거리고 있다.


보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규정의 대금을 깎아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만큼 다소의 불평은 가만히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라고 각오하고 있었다.


하지만 의뢰인은 묘하게 침착하지 못한 기색을 하고 있나 싶으려니, 그 표정에 불온한 그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낙담하고 있는 건가 생각하며 보고 있었지만, 그 눈빛에 떠오르는 것은 그것과는 조금 다른 듯이 느껴졌다.


뭘까. 스승도 의아한 얼굴로 가만히 눈 앞의 전통복 차림의 노인을 바라보고 있다.



그를 감싸는 그 감정은 낙담은 아니다. 절망? 틀리다. 뭘까. 무척 그리운 느낌. 친숙감 있는 감정.


눈을, 돌리고 싶어지는.


......공포.


공포가 아닌가. 이것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한기가 몰려왔다.


와아아아아아아앙.


몸이 경직한다.


뭐지 지금 그 소리는. 소리? 지금 나는 소리를 들었나?


방을 둘러보지만, 이상한 것은 없다.


그러나, 쿠웅 하고 무거운 것이 아랫배에 내려앉은 듯한 감각.


방 안의 광경은 전혀 변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이 어두워져가는 느낌.


찌릿찌릿하고 내 안의 오랜, 인체에 지금은 더이상 없을 터인 감각기관이 그 기척을 감지해간다.


솜털이 곤두선다.


죽은 자의 영혼이. 얼어붙을 듯한 악의가.


지금, 우리들의 주변에 끓어오르려 하고 있었다.


"움직이지마."


스승이 짧게 말했다.


위험하다.


이건 위험해. 너무 가까워.


전혀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던 나는 패닉에 빠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모르는 새에 넓은 방의 여기저기서, 사람의 머리같은 모습을 한 새카만 뭔가가 몇개나 몇개나 생겨나있다.


앞을 향한 채로 움직이지 못하는 내 머리 뒤에도, 뭔가 있었다. 무수한 기척. 구토감이 치밀어오르는.


바깥보다 어느 정도 나았던 찜통더위도, 그대로 변질된 것처럼 끈적하니 농밀한 차가움이 되어서, 방 안에 충만해있다.


나는 자신의 영감이 이상하리만치 높아져있는 것이 너무나도 두려웠다. 상대의 정체도 알 수가 없다.


쿠라데라씨도 그 기척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얼굴을 경직시킨 채로 부들부들 뺨의 근육을 작게 떨고 있었다.



방금 전까지.


방금 전까지 아무 것도 느끼지 않았는데. 어째서?


방에서 스멀스멀 기어나온 검은 그림자들이, 부유를 시작한다.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다.


시계의 끝을 스친 그것은 목 부분이 거의 떨어져나가, 가죽 한 장으로 이어져있는 듯이 대롱대롱 흔들리는 것처럼 보였다.


검게 칠해 뭉개진 듯 얼굴 형태같은 건 전혀 알 수 없다.


그저, 그 검은 것이 웃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이다.


몇 개나 되는 그림자가 방 안을 부유해, 그 어느 것도 신체의 일부가 모자랐다.


심장이 너무 빨리 맥을 쳐서 아예 멈출 것 같다.


분명 집 안에, 이상한 기척이나 소리, 심령 현상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들었는데.


그것을, 콜렉션 중에 사람을 죽였다고 말해지는 칼이 있기를 바라는 심리가 낳은 과잉한 착각일 거라고 우습게 봐버렸다.


어쩌면 좋지. 어쩌면 좋지.


시계가 어두워져간다. 질척질척하게 방째 녹아가는 것 같다.


스승이, 움직였다.


거기에 반응해 쿠라데라씨가 곁에 있던 칼받침대에서 와키자시 한 자루를 잡아, 엉거주춤한 자세 그대로 가슴께에 끌어당긴다.


겁에 질린 표정이다. 주위를 감싼 이상한 공기를 알고 있는 듯 하다.


스승은 상관하지 않고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그리고 쿠라데라씨의 눈을 들여다본다.


"전쟁에, 가셨군요."


그 말에 노인은 눈을 크게 떴다.


"북쪽은 아니야. ......남쪽이군요."


스승은 흘깃 옆눈으로 그림자를 쫓는 모습을 보였다.


보이는 건가, 저 검은 그림자가 더 상세하게.


"당신은 그 곳에서, 사람을 베어죽였군요. 군도로."


입꼬리가 내려가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는 의뢰인에게, 용서없는 말이 쏟아진다.


"벤 상처가 너무 깊어. 전장이 아니야. 무저항의 상대를 향해 휘두른 칼날이군요."


스승의 눈동자가 커져서, 왼눈 아래를 손가락이 더듬었다.



"전시의 일입니다. 지금 그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새로운 생활을 시작해도, 당신은 그 참혹한 기억에 계속 짓눌려있었죠.


밤에는 가위에 눌려왔을 거라고 생각네요. 죽은 자의 한, 원념을 두려워했을 터입니다.


매일 정체모를 소리에, 기척에, 겁에 질려계셨겠죠. 그래서......"


스승은 줄지어있는 도검에 시선을 향했다.


"스터디 모임에서 사람을 베었다는 칼을 보고나서, 당신은 '덮어쓰기'를 생각한 겁니다. 또는 무의식으로. 사람을 베어죽인 칼이 집에 있으면, 그런 기척이나 소리도, 모두 그 칼에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해버릴 수 있으니까요."


그런가.


알았다.


그를 위해 영능력을 고용해와서, 그 검증서를 받고 싶었던 건가.


쿠라데라씨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호흡만이 거칠다. 검집 속의 칼이 달그락달그락 울고 있다.


"오늘 저는 이 집에 방문한 이래, 아무 영적인 기척도 느끼지 않았어요. 그것은 칼을 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영은 칼에 붙어있지 않다는 방금전의 대답과 함께, 어디에도 없었던 터의 이 영기가 불어왔죠.


지금까지 자신을 괴롭혔던 악령이, 자신이 아니라 칼에 붙어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의해 방금전까지는 그 존재가 보류되어있었기 때문입니다. 벤 군도는 여기에 없어도, 사자의 일부는 당신의 마음 속에 남아 있었죠.


그것이 제 말로 인해 존재를 긍정받아, 넘쳐나온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이젠.


하고 스승은 말했다.


"사자의 염인가, 당신의 마음이 낳은 것인가, 구별을 할 수 없어요"


조소가 주위에서 흘러오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기분 나쁜 기척이, 엷어졌다가 짙어졌다가 하며 주변을 떠돌고 있다.


문득 보니 칼집의 소리가 멈춰있었다.


"무슨 말이야. 무슨...... 무슨...... 다 아는 척......"


중얼중얼 입속에서 되풀이하는 쿠라데라씨의 눈에 어두운 색이 감돌고 있다. 그 눈은 스승을 노려보고 있었다. 정상과 이상의 경계에서 뒤엉켜있는 듯한 눈빛이었다.



공기가 긴장한다. 앉은 채, 중심이 조금씩 움직여간다. 슬금슬금 칼집을 허리에 대고 있다.


발도술을 하려 하고 있어! 이 노인은.


무수한 바늘이 꽂히는 듯한 살기를 느끼면서, 자신의 땀이 말라붙는 것이 느껴진다.


스승과의 거리는, 한걸음이다.


숨이 짧게, 가빠진다.


왼손의 엄지가 칼집 아가리에 걸친다.


오른손의 손가락이 손잡이 아래로 숨는다.


모든 움직임이 멈춘다.


뽑는다.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나는 기선을 제해 손닿는 곳에 있었던 유리 재떨이를 손가락에 걸치듯 해서 던지고 있었다.


"앗"


하는 목소리를 내며, 동시에 손잡이 앞에 딱딱한 것이 닿는 충격음이 났다.


노인은 왼손을 누르고, 와키자시는 칼집에 꽂힌 채로 마루바닥에 떨어진다. 주위의 술렁술렁하는 그림자들이 한순간 물러가는 기척이 있었다.


"네놈,"


엄청난 형상으로 으르렁거리는 노인을 힐끗 보고, 나는 눈 앞의 스승의 어깨를 안았다.


"도망치죠!"


가타부타 듣지 않고 끌어안듯이 해서 달려나가려 한다.


스승은 거기에 저항하려고는 하지 않았지만, 단 한마디, 노인을 향해 짧게 내뱉었다.


"업이다. 지고 가라. 평생"


그리고 바닥을 차고 방을 나왔다.


나올 때, 끈적, 하는 싫은 감촉이 있었다. 자신을 감싼 공기가 정상으로 돌아온다.


등 뒤로부터 고함소리가 쫓아온다. 제정신인지 의심스러웠다. 위험했다.


복도를 달려, 현관의 신발을 들고, 신을 여유도 없이 태양 아래로 뛰쳐나와 돌바닥의 길을 한달음에 달렸다.


자전거에 올라타, 스승의 무게가 얹히는 것을 확인하자마자 있는 힘껏 페달을 밟았다.


"아."


하고 등 뒤에서 스승의 목소리.


움찔 해서, 그래도 자전거를 밟으면서 "뭡니까" 하고 물었다.



"돈, 받는 거 깜박했다."


지금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그렇게 대꾸하고, 나는 전속력으로 그 훌륭한 집의 대문으로부터 멀어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다음날.


코가와조사사무소의 플로어에서 나와 스승은 기분좋은 소장과 마주했다.


"쿠라데라씨로부터 돈이 들어왔어."


보고를 듣고 포기하고 있었지만, 어제 본인이 찾아와 규정 대금의 열 배가 넘는 돈을 놓고 갔다고 한다.


나와 스승은 얼굴을 마주봤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 죄송했다고. 그 때의 일은 발설하지 말아달라고 말야. 그야 뭐 이쪽에는 비밀 엄수 의무가 있으니까. 물론입니다, 하고 대답해뒀어."


입막음료도 포함되어있다는 건가. 그야 자칫하면 살인미수니까.


떠올리니 새삼 오싹한다.


"맞다, 그리고 이거. 너희들에게 라고."


책상 아래에서 커다란 상자를 꺼내온다. 오동나무 재질의 훌륭한 칼 상자였다.


열어보니 안에는 눈대중 육십센치 정도의 도검이 한 자루 들어있다. 와키자시였다.


"에? 이걸 어떻게 한다고요?"


심박이 빨라졌다.


"그러니까, 준다고."


굉장하다. 이런 비싼 걸.


붙어있던 등록증과 보존감정서를 읽으면서 흥분을 누를 수가 없었다.


스승은 웃으면서 "받아둬"라고 했다. 나한테 양보해주는 것 같다. 값어치를 알고는 있는 걸까.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해달라고. ......"알겠습니다"라고말야. 무슨 말이야?"


스승은 그걸 듣고, 기쁜 얼굴을 했다. 어쩌면 와키자시를 껴안고 있는 나보다도.


그 나는 와키자시의 손잡이에 눈에 띄는 상처가 있는 것을 깨달았다.


그 때의 재떨인가.


철저하시구만.


쿠라데라씨의 엄숙한 얼굴을 떠올리고, 뭔가 웃긴 기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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