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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땅속

레무이 2017. 1. 16. 19:58

스승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대학 1학년의 봄. 나는 생각지도 못한 아웃도어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것은 나를 데리고 돌아다닌 사람이, 집에서 얌전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다름아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산에는 자주 들어갔다. 싫증날 정도로 들어갔다.

 내가 오컬트에 관해서 스승으로 따르고있는 그 사람은, 뭐가 그렇게 즐거운 건지, 닥치는대로 산에 헤집고 들어가서는 짐승길에 파묻힌 낡은 무덤을 발견하고는 합장을 하는 일을 라이프 워크로 하고 있었다.

 '천불공양千仏供養'이라고 본인은 부르고 있었지만, 처음 들었을 때에는 그 단어의 울림에 왠지 안절부절 못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실제로는 색기도 뭣도 없이, 영림소 사람같은 작업복을 입고, 목에 두른 타올로 땀을 닦으면서, 

 그녀는 담당하게 허물어진 묘를 탐색해나갔다.

 나는 선향이나 낙안(말린 과자), 붓순나무(독성으로 짐승을 쫓는 특성이 있어 장례식 등에 쓰임) 등을 배낭에 짊어지고, 보기 좋은 짐꾼으로서 동행하고 있었다.

 스승은 최저한의 지도만 가지고, 정말로 직감만으로 길을 선택해나가기 때문에, 몇 번이고 조난당할 뻔 했다.

 

 세번째의 천불공양 투어였다고 생각한다. 약간 멀리 원정을 나가서, 낯선 이름의 산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산의 표면에 버려진 취락의 흔적을 발견하고. 스승은 돌연 활기가 넘치기 시작했다. "틀림없이 무덤이 있을 거야" 라며.

 그 취략의 과거의 주민들의 생활 범위를, 손짓 발짓을 나누며 상상하고, 지형을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이쪽이 수상한데' 같은 말을 중얼거려가며 산길로 접어들어, 어느 못 근처에서 마침내 두 개의 묘비를 발견했다.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이 잠들어있는 무덤에 물을 뿌리고, 선향에 불을 붙이고, 지참한 플라스틱 대롱에 붓순나무를 꽂고, 쌀과 낙안을 올린다.

 "텐포 3년인가. 에도시대 후기로군"

 합장을 한 뒤, 스승은 묘비에 새겨진 문자를 관찰한다.

 이끼가 전면을 덮고 있어, 문자를 읽을 수 있을 때까지 녹색의 그것을 꽤나 긁어내지 않으면 안되었다.

 "봐. 모서리 부분. 떨어져있지"

 확실히, 묘비의 꼭대기의 네 귀퉁이가, 각각 깨어진 것처럼 떨어져있다.

 

 

 "지위나 금전에 유복한 사람의 묘비의 조각을 깨뜨려서 지니면, 내기가 유리해진다고 하지."

 스승은 포셰트에서 작은 망치를 꺼내, 콩콩 하고 깨져있는 모서리를 더 두들기기 시작했다.

 "여기는 토대도 안정적이고, 돌도 고급인 것 같아. 분명 이 지방의 유력자였던 거겠지"

 "하지만, 그래도 되는 건가요?"

 모르는 사람의 묘를 제멋대로 두들기다니.

 "유명세같은 거지.

 저 세상에는 노잣돈밖에 가져갈 수 없으니까, 현세의 것은 현세에,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다."

 아무렇게나 말하면서, 스승은 대담하게도 망치를 크게 휘둘러, 부서져 떨어진 것들 중 유달리 커다란 조각을 "자" 하고 나한테 줬다.

 기분 나쁨보다 호기심쪽이 더 강해, 나는 그것을 지갑 속에 넣었다.

 이윽고 여름을 맞이할 즈음에는, 그런 돌들로 지갑이 빵빵해지리라고는 아직 상상도 못했다.

 "더 오래된 것도 있을지도"

 스승은 그 두 개의 무덤을 관찰한 결과,

 적어도 그 선대도 그에 못지않은 유력자로, 그 무덤이 근처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재차 탐색에 들어갔다.

 

 그러나, 좌절했다.

 날이 저물어갈 무렵, 못을 향해, 과거에 산사태가 있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흔적을 발견한 것만으로 끝났다.

 거기에 무덤이 있었을지 어떨지는 확실하지 않다.

 스승은 분한 얼굴을 하고, 산사태의 흔적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나와 스승이 서있는 위치의 딱 중간의 지면에 떨어져있던 나뭇잎이 둔중한 소리와 함께 팟 하고 하늘을 날았다.

 놀라서 그 쪽을 보자, 계속해서 자신의 발치에도 같은 현상이 일어났다.

 "아야!"

 스승이 오른쪽 관자놀이 부근을 손으로 누른다.

 돌이다. 돌이 어딘가에서 날아오고 있다. 알아차리고 곧바로 주변을 둘러보니, 과연 범인이 있었다.

 못의 맞은편가의 비탈에, 원숭이가 한 마리 앉아있다. 이 쪽의 시선을 깨닫고, 이빨을 내보이며 으르렁거리고 있다.

 화내고 있다기보단, 비웃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그리고 지면에서 적당한 크기의 돌이나 나뭇가지를 주워서는, 힘껏 이쪽으로 던져온다.

 놀고 있다고 하기에는 지나치게 강렬한 위력이다.

 작은 일본원숭이라고 해도, 나무에서 나무로 양손만으로 이동할 수 있을 정도의 완력이다.

 

 

 나는 몸의 위험을 느끼고 달아나려 했다.

하지만 스승은 한마디, "아프잖아" 하고 말하고는, 다음 순간, 못을 향해 달려나갔다.

"뭐야 넌 임마아!" 하고 외치면서 비탈을 미끄러져내려가,

바지가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않고, 철벅철벅 물을 튀기면서 못을 건너기 시작한다.

막을 틈따위 없었다.

원숭이의 장난에 폭발한 스승이, 상대를 습격하려고 한다는 엄청난 그림이다.

원숭이도 못 건너편의 안전 지대에서, 일방적으로 인간을 공격하려던 것이, 돌변해 몸의 위험을 느낀 것인가,

쥐고 있던 돌을 내던지고, 위협하는 듯한 괴성을 지른 뒤, 비탈을 기어올라가 나무들 사이로 줄행랑쳤다.

스승도 지지 않고 괴성을 지르면서 못을 다 건너, 비탈을 달려올라가서는 나무들 사이로 날아들었다.

나는 저도모르게 그 비탈의 위를 올려다보았지만, 울창하게 자란 나무들이 높드리하게 어디까지고 이어져있다.

원숭이를 뒤쫓아, 짐승길도 없는 산속으로 헤쳐들어가다니, 제정신이 아니다.

막아야 했다고 후회하지만 이미 늦었다.

스승의 이름을 부르면서, 돌아오는 것을 그저 기다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니 원숭이라고. 원숭이. 

그런 걸 아연하게 재확인한다. 맨손의 인간이, 산에서 원숭이를 뒤쫓다니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거기다, 그런 깊은 산의 길아닌 길을 달리다니,

절벽에서 떨어진다든가 날카롭게 솟은 대나무를 잘못 밟아 발을 꿰뚫린다든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무서운 위험이 만재할 터였다.


나도 못을 건너, 안절부절 못하는 기분으로, 어슬렁어슬렁 주변을 걸어다니길 어느덧 한시간 가까이 지난 무렵,

드디어 부스럭부스럭 비탈 맞은 편의 덤불이 움직이더니 스승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신에 나뭇가지나 잎파리가 붙어있다.

균형을 잡으면서 비탈을 미끄러져내려오는 모습을 본 순간, 나는 "괜찮아요?" 하고 말하며 다가갔다.

스승은 "놓쳤어" 하고 얼굴을 찌푸렸다.

몇 번인가 구른 건지 옷은 더러워지고, 얼굴에도 긁힌 상처자국이 있었다.

하지만, 오른팔을 봤을 때에는, 나도모르게 "그러니까 말렸는데!" 하고, 하지도 않은 만류로 비난하면서 달려갔다.

스승은 덥다고 상의의 소매를 걷어올리고 있었는데,

그 드러난 오른팔의 팔꿈치로부터 아래로, 상당한 피가 방울져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새 타올을 배낭에서 꺼내, 곧장 피를 닦아낸다.

스승은 그 피를 알아채지도 못한 기색으로, 갑자기 손을 잡은 나를 험악하게 떨쳐냈다. 



"뭐야 어이. 괜찮아"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어쨌든 상처를 확인하려고, 다시 한 번 억지로 팔을 잡는다.

어라? 상처가......없어.

얼굴에 있는 것과 같은 긁힌 상처 정도밖에.

아연해졌다.

그럼 이 피는?

닦아낸 타올에는 흠뻑 피가 묻어있다. 잘못 본 게 아니다.

"괜찮다고 하잖아"

스승은 난폭하게 팔을 떨쳐내고는, 걷어올리고 있었던 소매를 원래대로 되돌리고, 못을 건너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동안, 타올의 피와 스승의 뒷모습을 번갈아보고 있었지만,

이윽고 "못 본 걸로 하자"고 결론을 내리고, 손안의 타올을 내던졌다.

생각할 수록 무서우니까.

그리고 "기다려주세요" 하고, 그 뒷모습을 뒤쫓는다.


스승은 아직도 의욕만만으로, 그로부터 날이 완전히 저물 때까지, 두 곳 더 무덤을 발견했다.

산행에 익숙한 사람의 뒤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나는 숨이 차서, "이제 돌아가죠" 하고 몇 번이고 부탁했지만,

그런 말은 가볍게 무시하고 "이쪽이다" 하고 길아닌 길을 망설임없이 나아가는 걸 보면,

한숨을 내쉬면서도 쫓아가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이었다.

산길의 옆에서 발견한 최후의 무덤은 묘비명도 없이, 작음직한 돌을 두 개 겹친 것 뿐으로,

무덤이라고 듣지 않았으면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다.

스승은 합장한 채로 중얼거렸다.

"이런 작고 초라한 무덤을 보면 말야, 뭔가 기뻐지네"

"왜죠"

의외라는 느낌이 들었다.

"돈이 없었던 건지, 연고가 없었던 건지......

어쩌면, 이름도 받지 못한 채 죽은 어린아이였을지도 모르지"

"제대로 된 무덤이 세워지지 못한 사람의 일이, 왜 기뻐지는 건데요"

스승은 조용히 얼굴을 들었다. 



"그래도,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로, 이런 작은 무덤이 남아 있어"

이끼가 낀 돌의 대좌에 선향이 두 개. 연기가 천천히 피어오르고 있다. 스승은 팔을 뻗어, 선향에 물을 부었다.

"이렇게 합장하는 사람도, 어쩌다 찾아오지"

자 돌아갈까, 하고 말하며 일어섰다. 나는 서둘러 배낭에서 꺼낸 것을 정리한다.

돌아가는 길은 지독히 어두워, 지참하고 있던 회중전등을 각자 꺼내들었다.

올 때와는 다른 길이다. 스승은 지름길이라고 한다.

발치에도 신경써가며, 스승의 뒷모습을 놓치지 않도록, 전망이 나쁜 내리막길을 신중하게 걷고 있었지만,

마음은 좀 전의 작은 무덤에 멈춰서있었다.

'그런 사람이 있었다는 증거인가......'

죽음은 죽음을 죽게한다, 는 말이 문득 떠올랐다. 누군가가 읊은 노래였던가.

사람이 죽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마음 속에 남아있는, 과거에 죽었던 가까운 사람들의 기억이,

다시 한 번, 그리고 영원히 휘발되게 해버리는 것이다, 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좀 전의 무덤의 주인도, 분명 이젠 어떤 기록에도, 그리고 누구의 기억에도 남아있지 않을테지.

그럼에도 돌은 남는다.

그 의미를 생각하고 있었다.

멍하니 있으려니, 스승의 목소리가 멀리서 들려왔다.

"어이"

정신을 차리자, 스승이 길 도중에 멈춰서서, 덤불이 끊어진 샛길 쪽으로 회중전등을 향하고 있었다.

"무슨 일이에요"

옆얼굴이, 기분탓인가 긴장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살이다"

"엣"

놀라서 달려간다.

풀이 우거져, 한눈으로 봐서는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을 것같은 장소에, 누군가가 지나간 듯한 흔적이 확실히 있다.

밟혀 쓰러진 풀 너머에, 회중전등을 향한다.

스승과 나의 두 개의 빛이 교차해, 비추어진 곳에는, 공중에 뜬 인영이 있었다.

목을 매달았다.

저도모르게 침을 삼켰다.

움푹한 땅의 나무 아래에, 사람이 매달려 있다.



바스락 하는 소리가 나자, 옆에 있던 스승이 그 쪽을 향해 움직였다. 막을 새도 없었다.

나는 순간 겁먹었다.

인기척 없는 밤의 산속에, 사람의 형태를 한 것이, 인공의 조명에 비추어져 공중에 있다,

는 것이, 이렇게나 무서운 것일 줄이야.

차라리, 어렴풋한 유령을 목격해버렸다, 는 쪽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도, 스승의 뒷모습을 쫓아 발을 내디딘다. 가벼운 내리막이 되어있다.

푸르스름한 폴로 셔츠에 청바지라는 복장이, 거의 동시에 나타난다. 그 모습이, 뒤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안도했다.

더 내려가 다가가보니, 상당히 높은 위치에 발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발돋움을 해도 신발에 손이 닿지 않는다.

사체의 벨트의 위치에, 뻗어나온 가지가 하나.

분명 저곳까지 나무를 타고 올라가, 가지에 발을 디딘 상태에서 낙하한 거겠지.

두려워하고 있던 냄새는 나지 않는다.

봄이라고는 해도 이렇게 높은 기온이니까, 이, 삼일 정도 지나면 부패가 진행되어있을 터이다.

목을 매고 나서, 그렇게 시간이 지나지 않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셔츠에서 뻗어있는 손은 기분 나쁠 정도로 창백해, 피가 통해있는 색이 아니었다.

스승은 앞으로 돌아가, 목 맨 시체의 얼굴 즈음에 회중전등을 향하고 있다.

그러고는 "오오" 하는 짧은 목소리를 내고, 기분 나쁜 듯이 물러섰다.

나는 같은 행동을 할 기분은 되지 않아, 그 모습을 지켜볼 뿐이었다.

이윽고, 한차례 시체를 관찰하고 만족한 것인지, 스승은 묘하게 튕기는 듯한 발걸음으로, 그 주위를 어슬렁어슬렁 맴돌기 시작했다.

"내려주는 편이 나을까요?"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저 높이에서 시체를 내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듯 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높은 나무용 가지치기 가위같은 걸로 로프를 자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잠깐 기다려봐"

스승은 뭔가 안 좋은 일을 꾸미는 듯한 말투로, 자기 허리에 차고 있던 포셰트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본 적도 없는 사람의 작은 무덤 앞에서 합장하고 있었던 인간과 동일인물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태도다.

그 이면성이, 이 사람 답다면 이 사람 다운 거지만.

"오, 장하다, 나. 갖고왔어"

장난감같은 작은 삽이 나왔다. 스승은 그걸 손에 들고, 목 맨 시체의 바로 아래 부근에 쭈그려앉았다.

그리고, 오른 손에 삽을 쥔 상태로, 휙 목만을 이쪽으로 향한다.

"재밌는 걸 가르쳐주지"



그 말에 오싹 했다. 복부를 쓸어내리는 듯한 감각.

푹 하고, 땅 위에 삽이 꽂힌다.

낙엽채로 지면이 파이고, 연거푸 삽끝이 흙을 파헤쳐간다.

"혼백의 의미는 알고 있지?"

손을 움직이며 스승이 물어왔다.

혼백? 영혼을 말하는 건가.

분명 『혼』쪽이 마음이랄까, 정신의 영혼을 뜻하는 거고,

『백』쪽은, 육체에 깃드는 영혼을 의미하는 것일 터이다.

그런 것을 말하자, 스승은 "뭐 그런 느낌이야"하고 끄덕인다.

"중국의 도교의 사상으로는, 혼백의 『혼』은 음양 중 양의 기운으로, 하늘이 내린 것이지.

그리고 『백』쪽은 음의 기운으로, 땅이 내린 것.

어느 쪽도 사람이 죽은 뒤엔, 육체로부터 떨어져가지. 하지만 향하는 방향에는 각자 차이가 있어."

입을 놀리면서도, 담담히 땅을 파내려가고 있다.

나는 그 모습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회중전등으로 비추면서 가만히 보고 있었다.

스승의 머리 위에는 산골짜기의 깊은 어둠이 있어, 그 어둠의 밑바닥으로부터, 사람의 다리가 기분나쁜 농담처럼 드리워져 뻗어있다.

한기가 드는 광경이다.

"하늘이 내린 『혼』은, 하늘로 돌아간다. 그리고 땅이 내린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고 하고 있어.

현대의 일본인은 다들, 사람이 죽은 뒤에, 영혼이 빠져나가 하늘로 불려간다고 하는,

템플릿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지.

빈곤하단 말야. 실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걸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딱히, 『인간의 사후에는 이렇게 된다』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니야.

단지, 경험으로 말이지. 몇번인가 이런 목 맨 시체를 맞닥뜨린 적이 있어.

그럴 때, 언제나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거야. 그게 무엇일까 생각해서 말이지"

삽을 휘두르는 팔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같은 목을 맨 자살이라도, 실내라든가, 아스팔트나 콘크리트 위면 안되잖아.

하지만 이런...... 땅 위라면, 대체로 나오는 거야. 시체의 바로 아래에서"

휴웃, 하고 숨이 새어나왔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걸, 잠시 뒤에야 깨닫는다.

방금 전까지 땀으로 범벅이었던 것이 거짓말처럼, 지금은 정체 모를 한기가 든다.

"오. 나왔다. 이리 와봐"

스승이 삽을 내던지고, 지면에 얼굴을 들이댔다.



뭐지. 뭐가 땅 속에 있다는 거야.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나에게, 스승은 땅 속에서 끄집어낸 무언가를 오른 손바닥 위에 얹고, 이 쪽을 돌아봄과 동시에 곧장 코끝에 들이대왔다.

갈색 같다. 뭔가 끈적끈적한 것. 손가락 사이로, 그것이 실이 이어지듯이 흘러내려 떨어져간다.

"뭔지 알겠어?"

입도 열지 못하고, 작게 목을 좌우로 흔드는 것밖에 할 수가 없다.

"나도 모르겠어. 하지만, 목 맨 시체의 아래의 땅에는, 대체로 항상 이것이 있어.

이게 장소나 민족, 인종을 초월해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라면,

관찰된 이것에는, 뭔가 의미가 있는 것으로서, 이유가 붙어있겠지.

......이를테면, 『백』은 땅으로 돌아간다, 라든가"

질척질척하게, 그것이 손가락 사이에서 방울져 떨어진다. 마치, 의사를 갖고 손바닥으로부터 도망치는 것처럼.

"일본에도 이 녀석의 이야기는 있어. 『안자이 수필』이었던가, 『갑자야화』였던가......

목 맨 시체의 아래를 파보면, 이런 뭔가 잘 모를 것이 튀어나온다고"

스승은 왼쪽 눈 아래를, 다른 한쪽 손의 손가락으로 긁었다.

기쁜 듯 하다. 평상시의 눈빛이 아니다.

나는 스스로도 기묘한 체험은 몇 번이나 했었고, 괴담류의 이야기는 이래봬도 꽤나 수집해왔다고 자부하는 터였다.

그런데 전혀 들은 적도 없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목 맨 시체의 아래의 지면을 판다니.

어째서 이 사람은, 이런 것을 알고 있는 걸까.

끝을 알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두려움과 외경이 섞인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아아, 벌써 사라진다"

손바닥에 남아있던 갈색의 것은, 모두 도망치듯이 흘러내려 버렸다.

손 아래의 지면을 보아도, 떨어졌을 터인 그 흔적은 남아있지 않다.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지.

"지면에서 파내면, 순식간에 사라져. 벌써 땅 속에 있던 것도 전부 사라진 것 같군"

스승은 다시 한 번 삽을 손에 쥐고, 땅에 생긴 구멍의 같은 장소에 두세번 찍어넣었지만, 이윽고 고개를 저었다.

"봐, 재밌지?"

그렇게 말하며 스승이 얼굴을 든 순간이었다.

강한 바람이 불어와, 낮은 지형의 주변의 나무들을 일제히 솨아 솨아 흔들었다. 저도모르게 목을 움츠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핫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심장에 쐐기가 박힌 듯한 감각.

지면을 향하고 있는 회중전등의 빛에 아스라히 비춰져, 허공에 떠있는 목 맨 시체의 발끝이 보인다.

삭은 듯한 청바지와, 그 아래의 오래 신어 낡은 스니커가 끝을 이쪽을 가리키고 있다.

좀 전까지, 시체는 등을 보이고 있었을 터인데.

회중전등을 서서히 위로 올려가자, 시체의 부자연스럽게 꺾인 목과, 수그리듯 늘어진 머리가 이쪽으로 향하고 있다.

머리카락이 부스스하게 자라있어, 바로 아래에서 들여다보지 않으면 얼굴은 보이지 않는다.

바람인가. 바람으로 뒤집어진 건가.

등줄기에 차가운 것이 달려내려간다.

목이 매인 채인 몸은, 그 손발을 비상히 뻗디딘 상태로, 머리 부위 이외의 모든 것이 똑바로 경직해있다.

바람으로 로프가 돌아간 것이라면, 또 마찬가지로 이번에는 역방향으로 돌아갈 터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숨을 삼키고 보고 있지만, 목 맨 시체는 수직으로 경직된 채로 움직일 기색은 없었다.

그 움직일 기색이 없는 점이 무엇보다 공포스러웠다.

내가 느끼고 있는 공포를 눈치채고 있는 건지 아닌 건지, 스승은 이 쪽을 향한 채로 기쁘게 목소리를 높였다.

"어느 쪽일까"

그렇게 말하고 생긋 웃는다.

어느 쪽이라니, 뭐가 말인가.

하늘을 향하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스승 쪽으로 향해 간다. 목의 뼈 사이의 기름이 다 된 것처럼 삐걱거리며 아프다.

"누군가가 목을 매고 죽었기 때문에, 좀 전의 이상한 것이 땅 속에 나타난 건지. 아니면......"

스승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바로 위를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머리 위에 있는 시체의 얼굴 즈음을, 똑바로 바라본다. 시선을 맞추려고 하는 것처럼.

"그것이 땅 속에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 여기에서 목을 매는 건지"

이봐, 어느 쪽이야.

그렇게 말하며 시체에게 묻는다.

어깨가 손이 닿는 위치에 있으면, 친근하게 껴안고 말을 걸 듯한 목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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