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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9th)
저는 영감이 없습니다.
그래서 유령의 모습을 본 적도 없고, 목소리를 들은 적도 없습니다.
하지만 단 한 번, 중학생 때 아주 무서운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14살 때 아버지를 잃은 저는 외갓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외할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 어머니, 저, 여자 셋이서만 살게 된 것이지요.
저는 아버지를 잃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새로운 환경에 조속히 적응해야만 했습니다.
불안한 마음도 있었지만, 전학온 반의 친구들도 저의 처지를 동정했는지 친절하게 대해주었습니다.
특히 S코라는 여자애는 전학 온지 얼마 안 된 나에게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었고, 교과서를 보여 주거나 이야기 상대가 되어 주었습니다.
그녀와 친해진 저는 자연스럽게 주변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어갔고, 2개월이 지날 무렵에는 모두와 함께 장난을 치거나 즐겁게 웃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반에 F미라는 예쁜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끌렸어요.
물론 이상한 의미는 아니고, 여자애들이 봐도 귀엽다고 느낄 수 있는, 작고 가냘픈 느낌의 아이였기 때문에, 동성으로서 호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좀 까무잡잡하고 키도 큰 편이라 지금 생각해보면 약간의 부러움도 있었을 것 같네요.)
호감을 사려고 노력하면 효과가 있는 법. 자리 이동으로 가까워지면서 점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녀가 모자가정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더욱 친하게 지내게 되었습니다.
다만 F미의 경우는 돌아가신 것이 아니라, 아버지가 다른 여자와 도망갔다든지 그런 일이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녀도 여자들끼리만 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이 아이와 친구가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만 그것은 그녀의 집에 놀러 가기 전까지는 짧은 시간일 뿐이었습니다........
그날 제가 어째서 F미의 집을 방문하게 되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오래 전의 일이라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그녀의 집에서 본 것이 너무나도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그런 사소한 것들이 기억에서 희미해진게 아닐까요.
그때는 S코도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도 S코는 F미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제가 그녀와 친하게 지내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눈치였습니다.
그런데도 왜 그녀가 따라왔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떻게든 학교가 끝난 후, 집이 전혀 다른 방향인데도 불구하고 저와 S코는 어떤 용무를 보기 위해서 F미의 집에 들렀습니다.
그녀의 집은 솔직히 눈에띄게 낡은 단층집으로, 목조 벽판은 뒤틀리고 마당도 거의 없고 옆집과의 간격이 50센티미터도 안 될 것 같은 비좁은 곳에 있었습니다.
저는 조금 놀랐지만, 할머니의 집도 상당히 오래되었기도 하고, 집안 형편이 어려운 것은 어쩔 수 없겠구나 싶어서, 순간적으로 그렇게 생각한 스스로가 부끄러웠습니다.
"엄마"
F미가 부르자, 주름이 조금 눈에 띄긴 하지만 웃는 얼굴이 아름다운 아주머니가 안쪽에서 나와서는, 저와 S코에게 저희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깊은 인사를 하셨습니다.
세탁물을 정리하고 있었던 모양으로, 손에 수건과 속옷을 들고 계셨습니다.
"음료수 가져다 줄게"
상당히 즐거워하시는 눈치였던 것은 딸의 친구가 집에 놀러오는 경우가 적기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F미도 "집에 별로 누굴 데려오는 일이 없어서."라고 말했으니까요.
만약 F미의 방이 그다지 여자답지 않더라도 놀라지 말자고 저는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그런 일로 우월감을 갖는 것이 싫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방 문이 열렸을 때 눈에 들어온 것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습니다.
F미가 예쁘다는 것은 말씀드렸지만, 그건 그만큼 꾸미는 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밝은 색의 커튼이 내려져 있고, 책상 위에 인형이 놓여 있는 등 예상보다 더 소녀스러운 방이었습니다.
단 한 가지를 제외하면.
방 한 구석에 서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것.
마네킹.
그것은 틀림없는 남자 마네킹이었습니다.
그 모습은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양손을 구부려서 W자 모양으로 접어놓고 저를 똑바로 쳐다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마네킹답게 얼굴은 굉장히 잘 다듬어져 있었는데, 그만큼 그 눈빛이 유난히 생기가 없고 우울해 보였습니다.
마네킹은 새빨간 트레이닝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있었습니다.
눈치없는 이야기인지는 몰라도, 아까 보았던 아줌마가 입고 있던 것보다 훨씬 고급스러워 보였습니다.
"이거..."
S코와 저는 깜짝 놀라며 F미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별다른 표정을 짓지 않고, 마네킹에 다가가서 모자의 각도를 살짝 만져보고 조정할 뿐이었습니다.
그 손놀림을 보면서 나는 소름이 돋았습니다.
"멋지죠?"
F미는 그렇게 말했지만, 왠지 모르게 억양이 없는 말투였습니다.
그다지 기뻐하지 않는 듯한 그 말투가 오히려 더 섬뜩하게 느껴졌어요.
"잘 왔어요."라고 말하면서 트레이에 케이크와 홍차를 담은 아주머니가 들어와서 분위기가 나아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와 마찬가지인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S코가 먼저 손을 뻗어 접시를 탁자 위에 놓았습니다.
저도 도와주려고 했는데, 접시가 총 4개나 되었습니다.
'아, 아주머니도 드시는거구나.'싶어서 손이 멈칫했습니다.
그때 아주머니가 케이크와 홍차 접시를 들고 웃으며 F미의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은 마네킹의 바로 옆이었습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곳에 와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옷의 안쪽에는 확실히 느껴지는 식은땀이 계속 흐르며 멈추지 않았습니다.
F미는 가만히 마네킹 옆에 놓여진 홍차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이쪽에서는 그녀의 머리카락만 보일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이쪽을 향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포크로 케이크를 갈라 먹으며 설탕 단지를 우리에게 돌렸습니다.
저는 마네킹에 대해 물어보려고 했습니다.
F미와 그녀의 엄마는 저것을 사람 취급을 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게다가 케이크를 내어주고 옷을 입혀주는 등 상냥하게 대하는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F미도 아줌마도 마네킹에게 말을 걸지는 않는겁니다.
'그녀들은 저걸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라고 생각했습니다.
마네킹으로 취급하는 것을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라면, '그'라거나 '저 사람'이라고 부르며 우리에게 설명한다던가 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 그런 어정쩡한 느낌이 저를 굉장히 불편하게 했습니다.
제가 마네킹에 대해 묻는다면 F미는 뭐라고 대답할까요.
어떤 대답을 듣게 되더라도 저는 소리를 지를 것 같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이 아닙니다.
뭔가 화제를 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방 한구석에 새장이 있었어요. 마네킹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상관없었습니다.
평범하게 학교에서 봐오던 F미를 본다면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새, 키우는거야?"
"없어졌어."
"그거... 안타깝네."
"필요 없게 되었으니까."
그건 무기질적인 말투였습니다.
키우던 새에 대한 애정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돌아가고 싶다, 돌아가고 싶다. 여기는 위험해. 오래 있으면 미쳐버릴 것 같아.
그때 "화장실은 어디 있어?" S코가 일어섰습니다.
"복도 건너편, 밖으로 나가자마자 있어."라고 F미가 대답하자 S코는 슬그머니 밖으로 나가버렸습니다.
그때 솔직히 저는 그녀를 원망했습니다.
저는 계속 고개를 숙이고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제와서는 무슨 말을 해도 F미와 의사소통을 무리일 것이라고 확신이 들었습니다.
탁탁 발자국 소리가 들릴 때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실제로는 불과 몇 분이었을 것입니다.
S코가 얼굴을 내밀며 "미안한데, 돌아갈게."라고 말했습니다.
S코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려 있었습니다.
F미 쪽으로는 눈을 돌리지 않으려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 잘 왔어."라고 F미가 말했습니다.
그 말이 되지 않는 흐름에 저는 쓰러질 것 같았습니다.
S코가 내 손을 잡아끌어 밖으로 데리고 나가려고 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아직은 형식적으로라도 아주머니께 돌아간다는 인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얼굴을 마주 볼 용기는 없었지만, 안쪽을 향해 말을 걸려고 했습니다.
F미의 방 너머에 있는 장지문이 20센티미터 정도 열려 있었습니다.
"실례합니다만, 저희 이제 돌아갈게요."
겨우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그 때 틈새로 손이 뻗어 나오더니, '팍!'하고 힘차게 장지문이 닫혔습니다.
우리는 도망치듯 F미의 집을 나섰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는 미친 듯이 자전거를 타고 달렸습니다.
S코는 시종일관 제 앞을 달려서 1미터라도 더 멀리 가고 싶다는 모양이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우리는 늘 가던 길로 되돌아갔습니다.
겨우 안심할 수 있는 곳에 도착한 우리는 음료수를 사서 한마음 한뜻으로 갈증을 달랬습니다.
"이제 F미는 그만 만나."
S코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것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 집은 위험해, F미도 위험해. 하지만 아주머니가 제일 이상해. 저건 완전히..."
"아주머니가?"
S코는 화장실에 갔을 때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S코가 F미의 방을 나갔을 때, 옆의 장지문이 열려 있었다.
그녀는 무심코 지나치려다가 그 방 안을 보게 되었다.
거기에는 마네킹의 팔, 팔이 다다미 위에 네 개 다섯 개가 뒹굴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서 방석에 앉아있던 아줌마가 그 팔 중 하나를 미친 듯이 핥고 있었다.
S코는 떨면서 용변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겁에 질려서는 장지문 앞을 지나갔다.
힐끗 눈을 돌리자, S코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는 아주머니와 눈이 마주쳤다.
아까까지의 미소는 온데간데 없었고, 눈빛이 완전히 굳어 있다.
마네킹의 팔이 있던 자리에는 접힌 세탁물이 쌓여 있었다. 그 안에 남자 바지가 섞여 있었다.
"마, 마네킹은...?"
S코는 순간적으로 그렇게 말해버렸는데, 아줌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S코를 향해 다시 활짝 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당황해서 저를 데리고 나간 것은 바로 그 직후였습니다.
정도를 넘은 섬뜩함에 우리는 F미가 말을 걸어오지 않는 한 대화를 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점점 소원해져 갔습니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릴까도 생각했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았어요.
F미와 친한 아이에게 이 이야기를 하더라도, 옆에서 보면 우리가 F미를 따돌리려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S코가 F미와 별로 친하지 않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요...
F미의 집에 간 적이 있다는 아이들에게 몰래 이야기를 물어보았습니다.
하지만 한결같이 "이상한 건 못 봤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히려 우리가 더 불리한 상황이었어요.
단 한 명, 이 아이는 남자아이인데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경험을 했다."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F미네 집에 가서 벨을 눌렀는데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
미리 연락을 했어야 하는데...라고 고민했지만, 어쨌든 기다리기로 했다.
혹시 안쪽에 있어서 안 들리는가 싶어 문에 손을 대자 가볍게 열려버렸다.
그래서 그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문이 열려 있어서(S코가 본 방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방의 모습이 보였다.
유카타를 입은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쪽을 향해서 양반다리로 앉아 있다.
음성은 들리지 않지만, TV가 켜져 있는 것 같다.
등에는 브라운관에서 나오는 것 같은 푸른 빛이 가끔씩 깜빡거리고 있다.
하지만 몇 번을 불러봐도 남자는 뒤돌아보지도 않고, 움직이지도 않고........
기분이 이상해져서 그대로 집으로 돌아갔다.
F미의 집에 남자는 없을 것입니다.
설령 친척이나 아줌마의 지인이라고 해도, TV를 등지고 가만히 앉아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니면 그때 본 남자 바지가 그의 바지였을까요?
혹시 마네킹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양반다리로 앉아있는 마네킹 같은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만약 있다면 F미의 방에 있던 것과는 다른 것이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 집에는 더 많은 마네킹이 있는 것일까요...?
저는 더 이상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으니 이제 조금은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저는 가끔 전혀 상관없는 다른 지역에서 이 이야기를 하곤 했습니다.
도대체 그게 뭐였는지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만약 F미가 그 일을 비밀로 하고 싶었다고 하면, 친했던 저에게만 알렸어도 좋았을 텐데, 왜 S코에게까지 보여주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납득할 만한 답이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고 보니 팔을 W자 모양으로 만든 마네킹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 옷을 입힐 수 없잖아요.
하지만 그 빨간 옷은 마네킹의 몸에 딱 맞았습니다.
마치 자기가 직접 입었다는 듯이.........
이것이 제 체험의 전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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