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이야기. 나는 좀 부담스러운 지병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장기 휴가 중에는 검사를 위해 항상 입원해야만 했다. 모처럼의 여름 방학을 보름 가까이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지만 의외로 또래 녀석들도 많아서 친구도 생기고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오랜 입원 생활을 만끽하고 있던 어느 날의 일, 나는 한밤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당시 그 병원은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테리어도 깨끗했지만, 역시 밤의 병원은 무서웠다. 조금 쫄아서 화장실로 가봤지만, 화장실 앞은 모퉁이가 있었다. 내가 그 모퉁이의 앞까지 왔을 때, 갑자기 모퉁이 너머로 스윽하고 손가락이 나왔다. 모퉁이를 잡는 느낌으로 손가락만 먼저 나와버렸다. "! ! ! ? ?"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하지만 저번에도 ..
짐을 정리하기 위해서 더운 여름날에 오래간만에 외할아버지 댁을 찾았다. 외할아버지 댁이라고는 해도 그 집은 이미 아무도 살고있지 않았기에 나 홀로 하는 작업이며, 쓸데 없을 정도로 넓은 집이라서, 좀처럼 진척되지 않고 있었다. 특히 이 집에서 가장 넓은 방에는 큰 불단이 놓여 있었다. 오랫동안 청소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먼지 투성이였던 그 불단을 이동시켜야 했지만, 지나치게 더러워진 상태를 보고는 별로 사용하지 않은 걸레로 주위를 정성스럽게 닦고있던 때 였다. 불단과 벽 사이에 압정이라거나, 잡다한 쓰레기가 일부 끼어 있었는데, 그 어두운 틈새에 한 권의 노트가 끼여있는 것을 알아챘다. 무거운 불단을 혼자 지탱하는건 쉬운 일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손을 넣을 정도의 틈새를 만들어 손을 내밀어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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