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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476th] 손가락

레무이 2017. 11. 26. 21:23

내가 고등학교 2학년 시절의 이야기.



나는 좀 부담스러운 지병이 있었다.


그것 때문에, 장기 휴가 중에는 검사를 위해 항상 입원해야만 했다.


모처럼의 여름 방학을 보름 가까이 병원에서 보내야만 했지만 의외로 또래 녀석들도 많아서 친구도 생기고 의외로 재미있었다.



그렇게 오랜 입원 생활을 만끽하고 있던 어느 날의 일, 나는 한밤 중에 화장실에 가고 싶어졌다.


당시 그 병원은 지어진지 얼마되지 않아서, 인테리어도 깨끗했지만, 역시 밤의 병원은 무서웠다.


조금 쫄아서 화장실로 가봤지만, 화장실 앞은 모퉁이가 있었다.


내가 그 모퉁이의 앞까지 왔을 때, 갑자기 모퉁이 너머로 스윽하고 손가락이 나왔다.


모퉁이를 잡는 느낌으로 손가락만 먼저 나와버렸다.


"! ! ! ? ?"


솔직히 엄청 무서웠다.


하지만 저번에도 나는 여기에서 꺾자마자 같이 입원해 있던 할아버지와 갑자기 마주쳐버려서, 실례되는 일이라 "흐에엑!?"하고 한심한 비명을 지른 적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누군가가 화장실에서 나오는구나, 라고 생각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태가 이상하다.


화장실까지의 통로는 상당히 좁아서, 링거를 붙인 환자와 마주치는건 서로 곤란하다.


그래서 먼저 지나갈 때 까지 모퉁이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그 손가락의 주인이 나오려는 기미가 없었다.


1분이 지나도 지금까지 미동도 하지않는 손가락을 보고, 혹시 위험한건가? 라고 본능이 경종을 울려댔지만,


만약 여기서 이 손가락에서 눈을 뗀다면, 그 순간, 모퉁이 너머에있는 누군가가 자신을 모퉁이 너머로 끌어 당겨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어쩐지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어쩔 방법 없이 손가락을 몇 분 정도 바라보고 있었을까.


갑자기 전혀 움직일 것 같지 않았던 손가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손가락을 물결과 같이 움직이면서, 어쩌면 지네가 걷는 모양으로 묘하게 기분나쁜 움직임으로 모퉁이를 타고 위로 위로 올라간다.


처음에는 내 어깨 정도 위치에 있던 손가락이 눈 정도로, 머리 정도로··· 드디어 천장 근처까지 올라가 버렸다.



난리났다··· 이건 절대로 인간이 아니다.



솔직히 무례한 이야기지만 조금 전까지는, 여기는 병원이니까 손가락의 주인은 이른바 '정신에 이상이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의미를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도 했지만, 이제 그런 의심은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손가락의 위치는 이제 내 신장의 2배 이상의 높이에 있었다. 분명히 인간이 손이 닿을 높이가 아니다.


저것이 천장까지 올라가면 다음은 어떻게 될까? ···설마 나올 것인가?


나 자신의 상상에 상당한 공포를 느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에, 드디어 손가락은 천장까지 올라가 버렸다.




이전 어떻게 되는거지? 어떻게!??



다시 머릿 속은 패닉 직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손가락은 천장에 닿자마자, 나올때의 시간만큼 당돌하게 모퉁이 너머로 쑥 들어가 버렸다.


손가락이 다시 보이지 않게 된 후에도 한참 동안 그 모퉁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역시 그 앞의 화장실을 사용할 생각은 도저히 나지 않아서, 실례를 무릅 쓰고, 개인 병실인 친구의 방에 간절히 부탁해 화장실을 빌려달라고 했다.




이로써 이야기는 끝.


덧붙여서 아직도 나는 이 병원에 통원하고 있고, 여전히 장기 휴가에는 입원도 하고있다.


하지만, 그런 공포 체험을 한 것은 그때 한 번 뿐이다.


다음에 같은 일이 또 있다면, 이번에는 모서리 너머를 들여다 보려고 한다. 나는 겁쟁이라 무리일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묘하게 인상에 남아있는 것인데,


보통 귀신 같은건 더 극단적으로 색이 하얗거나 피부가 노인 같거나 손톱이 묘하게 노랗던가 하는게 아닌가 싶은데,


그 손가락은 건강함 그 자체였다.


피부도 윤기 있었고, 적당히 불그스름해서 말이야, 나 같은 것보다 상당히 건강해보였다.


그래서 처음에는 사람의 손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고, 그만큼 나의 공포도 몇배 커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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