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5th] 할머니 댁에서 있었던 일

5년 전 여름, 할머니의 댁에서 있었던 일.

할머니는 좀 완고하셔서 아버지가 우리집에서 같이 살자고 아무리 설득해도 듣지 않았다.

그것에 이유가 있었다는 것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그 할머니는 물건을 잘 못버리는 성격이셔서 집에 물건이 넘쳤고, 수납 할 수 있는 모든 곳에는 뭔가가 담겨 있었다 - 단지 한 곳을 제외하고.

구석 방의 벽장 오른쪽 아래에는 절대로 아무것도 채워놓지 않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런 할머니가 5년 전 여름, 갑자기 쓰러져 그대로 돌아가셨다.

우리 가족과 고모 부부가 장례식을 위해 집을 정리하다가, 이모가 그 벽장의 오른쪽 하단에 물건을 채워 버렸다.

그날 밤, 우리 가족은 할머니의 집에서 자고가기로 했다.

심야에 동생이 방을 나가는 것을 느꼈다.

화장실이겠지, 라고 생각하고는 다시 자려고 했는데 동생이 뛰어서 돌아왔다.

"1층 복도에 이상한게 있어."

"이상해? 벌레같은거?"

"아니야. 근데 어차피 이런 건, 다른 사람이 보러 가면 없단 말이야."

동생의 그 말에서 유령같은 것을 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동생과 함께 방을 나와 계단으로 향했다.

동생이 말없이 내 팔을 끌었다.

그것은 계단에 있었다.

머리가 긴 기모노를 입은 무언가가.

계단을 기어 오르려고 하는 것 같았다.

나의 발이 바닥에 걸려서, 딸깍 소리가 났다.

그러자, 계단에 있던 여자가 얼굴을 들고 긴 머리의 틈새로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동생의 손을 잡고 방으로 달려가서 문을 닫았다.

"아까 그게 복도에 있었어?"

동생이 긍정했다. 우리는 입을 다물고 잠시 우두커니 서있었다.

복도를 기어가는 옷이 끌리는 소리가 났다.

소리는 복도를 몇 번이나 왕복하다가 마침내 사라졌다.

나와 동생은 입을 다문 채 아침까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5시되고 나서 우리는 1층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벽장 문이 열려있는 것을 발견 한 것이다.

문 안쪽에는 손톱으로 긁은 듯한 흔적이 오래된 것부터 새로운 것까지 있었다.

역시 오른쪽 아래에는 물건을 넣어서는 안되는 것인가.

벽장에서 물건을 꺼내놓았기 떼문에, 나와 동생은 꾸중을 들었지만, 그 이유를 밝힐 마음은 들지 않았다.

벽장의 상단에는 오래된 부적이 붙어 있었다.

장례식에 방문한 할머니의 어린시절부터의 친구에게 넌지시 물어보자 가르쳐 주었다.

할머니가 아직 10대 였을 시절에, 병약하여 몸져 누운 언니가 벽장에서 의문사 했다는 것이다.

어째서 할머니의 언니가 벽장에 들어 갔는지는 모른다.

벽장 문을 손톱으로 긁은 것은 발작이나 뭔가로 힘들었기 때문일까.

아마도 나와 동생이 본 여자는 할머니의 언니일 것이다.

장례식에 와준 스님에게 공양을 받았다.

이제 할머니 댁은 동네 아이들에게 도깨비 집이라고 하는 불리우는 모양이다.

괴로운듯한 신음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할머니 댁은 조만간 헐리기로 정해졌다.

그 벽장도 물론 부서지게 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