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번역 괴담

[477th] 전쟁물의 연극

레무이 2017. 11. 26. 21:48

내가 고등학교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저희 학교는 연극부가 굉장히 유명했습니다.


얼떨결에 나도 연극부에 들어갔습니다만, 다루는 작품의 수준이 높은만큼 연습량도 보통이 아니라서 상당히 힘든 나날이었습니다.


내가 3학년 때 4년 전에 상연했던 전쟁을 다룬 연극을 다시 상연하게 되었습니다.


이야기의 내용은 히메유리 학도대(*)의 이야기로, 고교생이 처리에 꽤 무거운 작품이므로 훈련량은 더욱 늘어갔습니다.


(*히메유리 학도대: 2차 세계대전 중, 오키나와의 여학생들이 간호요원으로 90여일 간 복무)


학교에 늦게까지 남는 것은 물론, 학교에서 자는 날도 흔했습니다.


전쟁물의 연기를 하는 것 만으로도, 점점 위험한 분위기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하물며 한 밤의 학교는 어둡고 조용하고.


영감이 없는 나라도 이곳은 위험하다고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뭔가가 거기에 있는 것은 확실했습니다.


하지만 연습에 쫓기는 와중에, 귀신에 일일이 위축될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1학년 학생의 모습이 명확히 이상해졌습니다.


가뜩이나 날씬했던 그 아이가 점점 마르고 야위어가는 것입니다.



귀신인가? 큰일이네 생각하면서,


뭐라고 하려고 해도 상연 전에 불필요하게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미 졸업한 영감이 강한 선배에게 상담하기로 했습니다.


그러자 4년 전에 공연한 같은 연극에서도 동일한 증상인 사람이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무려 1학년 학생과 같은 배역인 사람이었는데, 1학년 아이의 언니였습니다.


선배 왈, 언니도 순식간에 여위여서 158센치에 38킬로까지 떨어졌다고 하고, 그 언니의 허리에는 방공 두건을 쓴 아기가 매달려 있었다고 합니다.


상연이 끝나고 당시의 언니쪽에게 그 일을 말하자 왜 말하지 않았냐고 혼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아기는 안구가 없었다고, 무서워서 말할 수 없었다면서 어떻게든 용서받았다고 합니다.



결국 상연이 끝나면 반드시 원래대로 돌아갈테니까 안심하라는 것으로 해결.


수척하고 힘들어했지만, 네번에 걸친 상연이 무사히 성공하자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아서 안심했습니다.



나중에 그 신입생과 그 사건에 대해 말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러자 그 신입생은 영혼의 존재에 대해 인식하고 있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라고 묻자,


"같은 반의 아이가 가르쳐 줬어요. '너 등에 영을 짊어지고있어. 아기 눈이 없어서 무섭네' 라고 들었습니다."


솔직히 오싹했습니다.


4년 전 언니에게 매달려있던 아기가 4년 후 그 여동생에게 매달리다니.


다정한 자매의 허리에 매달려 있었던 아기의 모습을 상상하면, 왠지 무섭다기보다는 안타깝습니다.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479th] 라이브 하우스에서  (0) 2017.11.26
[478th] 나무 위의 아이 그림자  (0) 2017.11.26
[476th] 손가락  (0) 2017.11.26
[475th] 할머니 댁에서 있었던 일  (0) 2017.11.25
[474th] 체육관의 뒷문  (0) 2017.11.24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