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4th] 언덕길에서 있었던 무서운 이야기

3년 전 부모님 댁에 귀성했을 때의 이야기.

부모님 댁 인근에 100m 정도의 꽤나 가파른 언덕이있다.

길 옆은 모두 제방이 있었는데 사람이 떨어지지 않도록 1m 정도의 돌담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마침 노을 때문에 주변이 미묘하게 어두운 시간이었다. 그런 시간에 일이 있어서 그 언덕을 오르는 중이었다.

이런 시간이었으니, 시골이라서 나 이외의 통행인은 없었다.

그런데 언덕의 꼭대기에 이쪽에 등을 돌린 머리 긴 여자가 서있는 것이었다.

그저 서 있을 뿐이니까 이상하지 않았는데, 어째선지 시선을 뗄 수 없었다.

여자가 칙칙한 연분홍색 정장을 입고 있다는 것을 인식 할 정도까지 접근했는데도, 나는 여자의 뒷모습만을 보고 있었다.

그런데 여자는 아주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것이다.

머리는 바람에 휘날리고 있었지만.

10m 정도까지 가까워졌을 때, 이제 적당히 쳐다봐야지 생각해서 시선을 돌리려고 했을 때,

갑자기 여자의 목이 툭- 하고 180도 뒤로 꺾어져 왔다.

나는 흠칫 놀라서 한 발 물러났다.

표정은 보이지 않았지만, 보지 못한게 다행이었을지도.

게다가 여자는 등을 보이는 상태 (얼굴은 이쪽 방향이지만) 성큼성큼 이쪽을 향해 오기 시작했다.

나는 등을 돌리고 달리기 시작했다. 내리막이고, 저쪽은 빠른 걸음이었으니까 도망치자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리는 동안, 나는 이대로라면 여자에게 따라잡힐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감 그대로, 여자는 팍팍팍 하는 발소리를 내면서 나를 따라잡았고······

그대로 지나쳐 갔다.

지나쳐 가는 순간, 여자가 지나쳐간 오른쪽 팔과 뺨에 우와아악- 하고 소름이 돋아올랐다.

그래도, '하아 살았다···' 생각을 하며 멈춰서서 숨을 고르려는데······ 턱 하니 숨이 막혔다.

여자가 언덕의 아래에 서있었다.

처음과 마찬가지로 등을 돌린 채.

목은 평범하게 다시 돌아와 있었다.

'설마······.'

그렇게 생각한대로, 또다시 여자의 목이 툭- 하고 꺾어져 이쪽을 향해 걸어왔다.

이거 장난이 아니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나는 뒤로 돌아서 이번에는 언덕을 뛰어 올랐다.

역시 아까보다 느렸고, 이래서야 쉽게 따라 잡혀 버릴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발소리는 들리는데.

그리고 언덕의 꼭대기까지 10m정도까지 와서 '이번에는 괜찮은건가?' 생각이 들자마자, 바로 여자는 나를 지나쳐 갔다.

위쪽을 보니, 당연히 여자는 꼭대기에 돌아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돌아서 비탈을 달려 내려갔다······라는 것을 두번 왕복하여, 이제 녹초가 된 나는 강경 수단에 나섰다.

담으로 세워놓은 제방을 넘어서 내려갔다.

지금 생각하면 처음부터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지도.

기세가 지나쳐서 5m정도 미끄러졌지만 어떻게든 버텨냈다.

언덕까지 다시 돌아와서는 조심스럽게 담을 넘어다 보았지만, 여자는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어쩐지 길로 내려오는 것이 싫어서 둑을 따라 걸어서 돌아왔다.

지금도 조금 비탈길은 싫은 기분이 든다.

언덕길을 전력 질주 한 것은 전에도 후에도 이 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