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의 이야기.
한살 많은 선배의 집에서 친구와 선배 몇 명이 함께 술을 마시고 있었다.
나는 부끄럽게도 술을 못했기 때문에 극히 도수가 낮은 술(주스나 다름 없는)을 마시면서, 전혀 취하지 않은 채로 그 자리의 분위기를 즐기고 있었다.
다들 맥주라거나 츄하이 등의 칵테일을 마시며 한데뭉쳐 상당히 기분 좋은 분위기였다.
그 중에 하이 페이스로 마셔대던 선배 한 사람이 마침내 쓰러져서 그 자리에 뒹굴하고 누워버렸다.
그것을 보고 모두들 벌써 취한거냐며 키득키득 웃었다.
이변을 알아 차린 것은 그로부터 몇 분 후였다.
만취해서 누운 선배의 몸이 경련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이, 어떻게 된거야···"
실제로 본 적은 없었지만, 직관적으로 이건 급성 알코올 중독이라고 생각했다.
모두 같은 생각을 했는지, 멍한 표정으로 선배를 둘러싸고 있었다.
취기는 이미 한꺼번에 날아가 버린 것 같았다.
"구, 구급차···"
휴대 전화는 아직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내가 선배의 방 수화기를 집어들어 전화하려고 하는데 친구가 갑자기 손을 뻗어 전화를 끊었다.
깜짝놀라서 "뭐야!" 라고 말하자, 친구는 진지한 얼굴로 "잠깐만···"하고 말했다.
"지금 구급차를 불러서 술 마셨다는게 발각되면 어떻게 해?···"
또 하나의 친구의 얼굴이 살짝 불안해졌다.
"정학이 될지도 몰라···"
우리는 평범한 학생이라, 평소에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으며, 과거에 정학을 먹은 사람은 없었다.
"이건 안돼, 왜냐면 나 벌써 추천학교 정해져 있는데··· 지금 정학되면 취소될지도 몰라."
"나도···"
한 사람은 지금이라도 울 것 같았다.
"그, 그렇지만, 그래도 내버려 둘 수는···"
허둥지둥하는 선배, 우는 친구.
결국 입씨름 끝에 구급차는 부르지 않았다.
쓰러진 선배가 의식을 회복했기 때문이다.
선배는 기분이 안좋다고 말했지만 토하기도 하고 물을 마시던 사이에 평소 상태로 돌아온 것 같았고, 잠시 쉬다가 그 날은 해산하게 되었다.
술잔치에 대해서는 부모님이나 학교에 들키지 않고 모두 무사히 졸업했다.
알코올 중독으로 쉽게 사람이 죽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때 선배의 생명보다 자신의 추천이나 평판만을 걱정한 친구들이 살짝 무서워져, 그 녀석들과의 친구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