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지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조금 전에 나에게 일어난 이야기.
나는 잘 때, 방의 불을 전부 끄고 잔다.
알 전구라도 켜두면 어쩐지 진정되지 않아서 끄는건데, 근본이 어두운거 무서워하는 쫄보라서 한밤중에 깨어나거나 하면 반대로 최악.
그럴 때는 이불을 머리까지 뒤집어 쓰고 다시 잠들기만을 오로지 기다린다.
어느 날 밤, 대여점에서 <○원한>이라는 비디오를 빌려 와서 혼자 보고 잤다.
그런데, 한밤중에 깨어났다.
처음에는 머리가 멍해서 내가 깨어있다는 것을 자각하지 못하는 상태.
그 때는 누워있는 상태라서, 내 방의 천장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점점 의식이 뚜렷해져왔다. 슬슬 무서워져서 견딜 수 없었다.
너무나도 무서워서 움직일 수도 없다.
눈도 감을 수 없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무언가가 온다! 발견당한다! 라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심장은 쿵쿵 울렸고 머리 속에서는 "안돼안돼안돼 위험해위험해위험해"라는 단어가 맴돌고 있었다.
얼마나 그렇게 천장을 노려보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문득 편해지고 눈을 감을 수 있었다.
안심하고 그대로 자려고했다.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깜깜하지 않았다. 그렇다기 보다는 아직 방안이 보인다.
어둠에 눈이 익숙해지면 어두운 나름대로 어느정도는 보이는 그 느낌으로.
하지만 확실히 눈꺼풀은 단단히 감고 있었다.
안구를 데굴데굴 움직여보면 제대로 눈꺼풀의 느낌이 있었다.
하지만 방이 보인다.
온몸이 싸아- 하고 얼어붙었다.
여자가 있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그 어두운 방 안에 여자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머리가 길고 사락사락한 느낌만 기억난다. 복장 같은 건 확실치 않다.
얼굴도 보였다.
'사다코' 라든지 '카야코' 같은 무서운 얼굴이 아니고 보통 사람.
(*사다코: 영화 <링>)
(*카야코: 영화 <주온>)
어쩐지 몹시 곤란한 듯한 얼굴로,
굉장히 천천히, 수십 초나 걸렸나 할 정도로 느린 동작으로 방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목이 완전히 옆을 향하면, 길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스르륵 흘러내려 가슴에 걸린다.
그 머리카락의 움직임만 평범한 속도.
계속 그것만을 반복.
그 슬로우 모션같은 동작을 보고 있으면 소름이 돋았다.
보면 안되는 것을 보고있다는 의식이 머리속에 가득했다.
게다가 보지 않으려고 해도 눈은 처음부터 감고 있으니까. 목을 움직이면 아마도 들킬 것이다.
공포로 굳어 있으니 여자가 이쪽을 향했다.
눈이 마주 쳤다.
여자는 어쩐지 난처한 표정으로 씨익 웃었다.
어느새 아침.
당분간은 부들부들 떨었지만, 너무나도 공포영화같은 패턴이었기 때문에,
"꿈인가. 그러게 <○원한> 너무 무서웠어!"라면서 잊기로 했다.
학교에 나갈 무렵에는 완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되었다.
집에서 역까지 걸어서 10분 정도 걸린다.
도중에 길에 어째서인지 쥐의 시체가 있었다.
애완동물로 흔히 있는 흰색의 그게 (생쥐?) 아니고, 갈색에 수수하고 작은 놈.
이상한 일도 있네, 하면서 지나갔다.
오는 길에는 이미 없어져 있었다.
그 후, 슬로우 모션 여자는 다섯 번 정도 나왔다.
전철 등으로 피곤하거나 졸려서 눈을 감았을 때, 아주 가끔씩 감은 눈꺼풀을 통해 볼 수 있었다.
그 때는, 처음에는 보인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어라? 이상하다고 생각할 무렵에는 반드시 시야의 어딘가에 그 여자를 볼 수 있었다.
여자는 매번 느린 동작으로 고개를 움직여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사라락한 머리카락도, 곤란한 듯한 표정도 매번 같았다.
인파 속에서 평범하게 서있어서 위화감이 없는데도, 복장만은 아무래도 기억나지 않는 (알 수 없는)것도 언제나 똑같이.
그러다가 시선이 마주쳐서 '우왁!' 하고 눈을 뜨면 이미 없었다.
처음과는 달리 눈이 마주칠 때까지는 더 이상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여자가 이쪽을 보고, 난처한 듯한 얼굴로 활짝 웃으면 순간적으로 무섭고도 무서워서 참을 수 없게되어, 눈을 뜨고 만다.
일단 눈꺼풀을 여는 것과 동시에 열차 좌석에서 벌떡 일어서 버려서, 함께 있던 친구가 끌어당겼던 적도 있다.
그래서 그냥 눈을 계속 감고있으면 어떻게 되는지는 모른다.
여자를 본 장소는 매번 다른 곳이었지만, 왠지 점점 집에서 멀어져 갔다.
그리고,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여자를 보면 그 직후에 반드시 동물의 시체를 하나 발견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전철에서 여자를 만났다면, 그 전철을 내린 역에서 비둘기 한 마리 죽어있는걸 본다는 식으로.
처음에는 쥐, 이후 비둘기 → 토끼 → 까마귀 → 고양이 순서대로 점점 커졌고, 차에 치인 것으로 보이는 들개의 시체를 본 뒤로 그런 일은 사라졌다.
동시에 여자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여자가 보였던 것은 대략 한 달 정도.
그 친구(좌석에서 일어난 나를 목격한 녀석)에게 말해봤더니 <○원한>때문에잖아, 라고 말했다.
정말로 뭔가 있는 거 아닌가? 그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