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동료였던 T씨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T씨의 딸이 4살 때 이상한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밤에 재우려고 하는데 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손을 댈 수 없을 정도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습니다.
당황한 T씨는 부인과 함께 딸을 달래봤지만 날뛰는 딸은 전혀 얌전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에 지쳐버린 딸은 실이 끊어지듯 쓰러져 그대로 늘어져 잠이 들었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의 딸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어젯밤의 난동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일이 며칠이나 반복되자 난감해진 T씨 부부는 주치의를 비롯해 다양한 전문가와 상담했지만 딸에게는 아무런 이상이 발견되지 않아 유아기 특유의 현상으로 치부되고 말았습니다.

"그렇게 대단했어요?"

"그게 엄청났지. 그러다 죽어버리는건 아닌가 할 정도로 온 힘을 다 해서 날뛰고, 나랑 아내의 말은 전혀 듣지도 않았다니까."

"형수님도 힘드셨겠어요."

"너무 힘들었지. 일단 날뛰기 시작하면 그게 끝이야. 마음에 드는 장난감을 줘도, 좋아하는 호빵맨을 보여줘도, 아이스크림도 무시하고, 웬지 보통의 투정하고는 전혀 차원이 다르더라니까."

"그렇게나 달랐어요?"

"아, 전혀 달랐어. 뭐라고 해야하나, 이쪽의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데다가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는거야. 뭔가 의사소통이 전혀 안 되는 느낌이었지."

"그거 굉장하네요. 그래서 언제까지 그런 느낌이었어요? 지금은 괜찮아졌죠?"

"그렇지 지금은 고등학생이니까. 본인은 그걸 기억도 못하고... 이상했던 건 반년 정도였으니까."

"어, 그럼 저절로 나아진거예요?"

"아니, 아니, 진짜 힘들었어. 야마가타의 절에 한 달에 두세 번씩 다니고 불제를 지내서 겨우 잠잠해진거야."

"아, 그럼 뭔가에 홀린 계열의 이야기였나요?"

"잘은 모르겠어. 딸이 뭐라 하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뭔가 억양이 중국어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험삼아 중국에서 연수 온 R군에게 딸의 동영상을 보여준 적이 있었지."

"정말 중국어였어요?"

"응, R군은 잘은 모르겠다고 했는데 북쪽 억양 같다고 해서, 흑룡강성에서 온 O씨에게 보여준거야. 그랬더니 틀림없이 중국어라고 하더라니까?"

"오, 그래서 따님은 뭐라고 말했던가요?"

"단편적이지만 가장 많았던 말이 '아프다'랑 '그만해', 그리고 '엄마가 보고 싶어', '○○(잘 못 알아들은)가 먹고 싶어', '손가락을 돌려줘' 이런 말을 했대."

"어쩐지 무섭네요."

"O씨가 중간에 눈물이 글썽거려서 미안해서 그만뒀는데, 그때 보통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 거야."

"그래서 어떻게 했어요?"

"그쪽 방면에서 상담할 수 있는 사람을 수소문했지. 뭐, 우연히 아내의 이모가 잘 아는 사람이어서 야마가타의 △△사에 데려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야마가타에 다닌거예요?"

"주지 스님이 대단한 사람이었어. 친척분과 상담을 한 뒤로 5개월이 걸렸는데, 마지막에 이젠 괜찮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던거야."

"그래서 결국 원인은 모르고 끝이에요?"

"뭐, 하지만 혹시 이거 아닐까 하는 기사를 요즘 인터넷에서 보고 나름대로 납득했어. 아내에게도 딸에게도 말해주지 않았는데."

"어, 뭔데요? 알려주세요."

"저기, 옛날에 자주 했던 [인체의 신비전]이라고 알아?"

"아, 저기, 뭔가 해부한 시체를 플라스틱으로 굳혔던 전시회였죠?"

"그래, 그거. 옛날에 말이야? ◇◇현에 출장 갔을 때 우연히 갔었는데, 고객이 협찬을 해줘서 말이야 그런거 보기 싫었지만 어울려주러 갔었어.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딸이 이상해졌던게 그 출장에서 돌아온 날이었어."

"아, 그리고는 '데리고' 돌아왔다는거..."

"아마도. 그런데 뉴스에서는 말이야, 인체의 신비전에 사용된 시체는 중국 정부에 나쁘게 눈에 띈 사람이나 종교 신자로 고발된 사람들이었다는 기사가 났었어."

"우와, 그거 엄청난 얘기네요. 못 믿겠어요~"

"뭐, 단지 그게 사실이라면 O씨가 번역해 준 말과 묘하게 일치하지 않나 싶어서 말이야."

"확실히 그렇네요."

"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니까. 다른 나라에서지만 △△사에서 불제를 받았다는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


이직하고 나서 T씨와는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벌써 4년 정도 전에 들은 이야기입니다.

전문대를 졸업한 T씨의 딸이 신입사원으로 로컬 뉴스에 나온 것을 우연히 봐서 옛날에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나서 써 보았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T씨에게 들었을 뿐이니 진상은 전혀 알 수 없습니다.

그냥 정말 그렇다면, 흔한 말이긴 하지만 영혼 같은 것보다 인간이 훨씬 무섭네요.

'번역 괴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249th] 축시의 저주참배  (0) 2023.01.04
[1248th] Y씨의 왼팔이 긴 이유  (0) 2023.01.03
[1246th] 구관의 창고방  (0) 2023.01.01
[1245th] 슈베르트  (1) 2023.01.01
[1244th] 사람이 살기에는 별로 좋지 않은 곳  (2) 2022.12.29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