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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245th] 슈베르트

레무이 2023. 1. 1. 23:12

초등학교 3학년 때 실제로 겪은 기묘한 이야기를 써보겠습니다.

지금으로부터 40년 정도 전, 당시 저는 ○○현의 모시에 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다니던 초등학교는 2차 베이비붐의 영향으로 학생 수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한 반에 40명 가까운 학생이 있었는데, 한 학년에 8반까지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3층짜리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 3개 늘어서 있는데다가, 목조로 2층짜리 건물도 있었습니다.
건물들은 동서 방향으로 평행하게 늘어서 있었고, 건물들은 복도로 모두 연결되어 있었습니다

문제가 발생한 곳은 남쪽에서 두 번째 학교 건물 3층에 있는 음악실입니다
이 교실은 가장 동쪽에 위치해 있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동쪽은 벽이 됩니다.
그리고 그 벽에는 동서고금의 유명한 작곡가들(바흐나 베토벤 등)의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있었습니다.
B4 사이즈 정도 크기의 도화지에 수채화틱하게 그려진 그림이 세로방향이 긴 모양으로 걸려 있었습니다.
적어도 세로로 2열, 가로로 15장 이상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나는 영감 따위는 전혀 없는 체질이었는데, 음악실에 들어갈 때마다 무언가 정체를 알 수 없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과학실이나 양호실 같은 어떤 약품 냄새가 희미하게 풍기는 것과 같은 위화감은 아닙니다.
어쩐지 교실 안의 공기가 무겁고, 뒤에서 누군가가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화창한 날씨에 커튼을 치고 교실에 불을 켜는데도 불구하고 왠지 교실이 어둡게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기분 탓인 줄 알았는데 음악 수업 때마다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조금 무서워져서 반 친구나 다른 반에 있는 친구에게 이야기했더니 저와 똑같은 느낌을 받는다는 아이들이 몇 명인가 있었습니다.
'역시 기분 탓이 아니구나'라고 생각해서 음악을 담당하고 있던 젊은 여선생님께 이 사실을 전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기분 탓이야」라고 웃어넘기는 것입니다.
그렇더라도 여러 아이들이 함께 몇 번이나 말씀을 해봤지만, 전혀 들어주지 않았고 저는 점점 음악시간을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수업은 1교시였기 때문에 아침부터 상당히 우울한 기분이 든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분나쁘면서도 특별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계절은 가을이 되었습니다.
어느날 수업을 위해 평소처럼 음악실에 들어갔습니다.
수업 시작까지 아직 시간이 있어서 그런지 교실에는 아직 몇 명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남쪽 창가에 가까운 앞쪽 자리였기 때문에 언제나 칠판 앞을 지나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교실 뒤쪽에서 몇 명의 여자아이들이 뭐라고 시끌시끌 하고 있었습니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가보니 그녀들은 땅을 가리키며 무언가 겁에 질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물건들을 자기 자리에 놓고 급히 현장을 보러 갔습니다.


바닥 위에는 희끗희끗한 색의 작은 고구마벌레 같은 것이 하나 굴러다니고 있었습니다
그 밖에도 빨간 액체가 보였습니다.

"뭐야 이거?"

라고 생각하며 고구마벌레가 되는 것에 시선을 가져가자, 순간 '인간의 손가락'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비명이 나올 뻔 했지만 '이런 곳에 손가락이 떨어져 있을 리가 없다.'라고 생각해서 다시 한 번 자세히 관찰했습니다.

그러나 어디에서 어떻게 들여다 보아도 인간의 손가락이었습니다.

길이가 짧고 가늘고 밝은 색이었기 때문에 '분명 여자의 새끼 손가락일 거야.'라고 생각했습니다.
좌우 어느 손의 것인지 모르겠지만, 제대로 손톱까지 있었습니다.

단면의 중앙 부분에 하얀 것이 보였기 때문에 "저게 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현실에서 벗어난 것들이 눈앞에 굴러다니기 때문인지 왠지 두려움이란 것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왜 이런 것이 여기에 있지?'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습니다.


음악 수업은 1교시니까, 그보다 일찍 누군가가 이 교실에 와서 두고 간 걸까?
사실 진짜 손가락이 아니라 굉장히 사실적인 가짜?
장난이라고 해도 무슨 이유로 이런 걸?


생각해 봤자 대답이 나올 리가 없었고, 전혀 영문을 모른 채 잠시 멍하니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빨간 액체에 눈이 갔습니다.
절단된 새끼 손가락이 떨어져 있다면 "분명히 그 붉은 액체는 피일 것이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조금 전에 잘렸다고 생각될 정도로, 선명한 빨간 핏빛을 띠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빨간 액체는 손가락 주위에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어디서부터인가 이동된 흔적이 남아 있었습니다.

뭔가 안좋은 예감이 들었지만, 천천히 눈으로 흔적을 더듬어갑니다.

교실 벽에 도달한 붉은 자국은 거기서 끊기지 않았고 벽을 더듬었다는 느낌으로 수직 방향으로도 이어져 있었습니다.


어린 마음에 더이상은 보면 안 된다고 직감적으로 생각했지만 몸은 뜻과는 반대로 그 흔적을 눈으로 쫓고 말았습니다.


벽에 남겨진 붉은 자국의 종착점은 바로 벽에 붙은 초상화였습니다
맨 윗줄 왼쪽에서 세 번째로 장식된 슈베르트 그림입니다.
그 입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보자마자, 마침내 "으악"하고 소리를 지르며 몇 걸음 물러섰습니다.



초상화가 붙어 있던 곳은 꽤 높았고 어른도 사다리나 책상 등에 올라가지 않으면 닿을 수 없는 위치에 붙어 있었습니다.
아직 3학년이고 키가 작은 자신들은 아무리 뛰어봤자 닿을 수조차 없는 것입니다.

즉, 그 새끼 손가락은 슈베르트의 입에서 핏자국을 남기면서 수직으로 벽을 타고 바닥까지 기어온 것입니다.
저의 모습과 초상화를 알아차린 반 친구 몇 명이 급히 음악 선생님에게 향했습니다
그들은 선생님의 손을 잡아당기면서 바로 교실까지 돌아왔습니다.

현장을 본 선생님은 할 말을 잃은 채로 황급히 교실을 뛰쳐나와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당연히 수업은 할 수 없게 되었으며 그날 수업은 중지되었습니다.
그날은 뭔가 학교 전체가 시끌시끌한 분위기였으니, 어쩌면 경찰이 왔었는지도 모릅니다.


사건 다음날 몰래 음악실을 보러 갔더니 초상화는 모두 내려져 있었습니다.

당연히 바닥에 떨어져 있던 손가락 같은 것이나 붉은 액체는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었습니다.
음악 선생님께 "왜 그림을 내린거예요?"라고 몇 번을 물어도 어째서인지 이유는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그 일에 대해 너무 많이 말하고 다니면 안돼요."라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납득이 가지 않았지만, 그 이후로 음악실에서의 기묘한 분위기가 사라진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4학년 이후로는 다른 음악실에서 수업을 했기 때문에 그 음악실에는 들어가보지 않은 채로 졸업했습니다.

지금도 슈베르트를 보면 그 공포가 되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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