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기운도 있었을 것이다. 어느 때보다 말씀이 많으셨다.
그러나 그 내용은 그다지 가벼운 이야기가 아니었다.
예전에 아버지는 "네가 산속에서 만난 여자는 예전에 나랑 놀던 좌부동이 아니냐"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그 좌부동과의 추억이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아무렇지도 않은 어린 시절의 추억담처럼 들렸다.
지금은 그리운 옛날에 같이 놀았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노는 것만큼은 괜찮다는 것이다.
아니, 어쩌면 놀이의 일환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이의 호기심 때문인지, 단순히 장난을 친 것인지, 서로 사랑에 빠진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 후에도 한동안 소녀는 계속 나타나곤 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아버지는 매우 우울해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이 에로 아버지가!'라고 생각하며 듣고 있던 나였지만, 아버지가 이상한 경험을 한 나를 그 소녀와 연결시키고 싶어 하는 것도 알 것 같았다.
아버지에게 있어서는 대체할 수 없는 동시에 후회스러운 추억일 것이다.
나는 생각했다.
아버지 말대로 그 여자가 그 때 그 좌부동이었을까?
잠시 생각해보니 그 설은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만약 정말로 그 여자가 그 여자가 그 좌부동이라면, 싫은 가설과 상상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혼자서 저런 폐허에 있었던 것도, 그 떨어진 팔도 아버지와의 일 때문이 아니었을까?
아버지 말대로 내가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에 그녀가 다가온 것일까.
어쩌면 그저 자신의 자식을 만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내 안에 뭔가 알 수 없는 인연이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무엇보다도 멋쩍은 것은 나는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그랬다면, 그때 도망쳐 버린 나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무너져 내리기 전에 보여줬던,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참는 듯한 괴로워하는 표정.
뒤에서 들려온 "기다려!!"라는 말.
모든 뒤 끝이 몇 배로 좋지 않다. 후회해도 후회할 수 없게 된다.
만나서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은 많지만 그 길도 끊어져 버렸다.
나는 그 여자가 산의 신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