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4 :당신의 뒤에 무명씨가...:03/10/23 22:49
초등학교 때 전학 온 녀석 중에 좀 특이한 녀석이 있었다.
집이 좀 가난해 보였고, 아버지가 없는 것 같았어.
엄마는 두세 번 본 적이 있는데 착해 보이는 사람이었고, 그렇게 불행해 보이지 않고 평범하게 밝은 녀석이었어.
그런데 특이한 점은 그 사람이 어떤 한여름에도 절대로 긴팔만 입고 다녔다는 것이다.
추위를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다. 여름방학 전에도 긴팔 셔츠에 반바지 차림으로 학교에 왔었다.
그리고 수영장 수업에도 절대 나오지 않았다.
'뭔가 몸에 콤플렉스가 있는 걸까?'라고 겨우 생각이 닿았을 때 쯤에,
반의 불량배 녀석들이 그 녀석을 자주 괴롭히기 시작했다.
그 긴팔 셔츠를 벗겨내려고 다들 괴롭히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녀석이 성질이 나서 난동을 부리다가 그 녀석의 손가락이 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눈물이 펑펑 쏟아졌고, 다른 녀석들은 이에 자극을 받아 더 심하게 날뛰어 버렸다.
결국 몇 명이서 본격적으로 그 녀석의 옷을 벗겨버렸어.
그랬더니 그 녀석의 오른팔에 이상한 것이...
'태어나줘서 고마워요(하트마크) 내가 좋아하는 내 아기 ○○군(하트)'
'엄마는 정말 기뻐요 (하트) 좋은 아이라고요 (하트) ○○엄마로 부터 (하트)'
라고 조금 일그러진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엄마가 직접 새긴 것일까.
그 아이는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전학을 갔다.
그 후로 한 번도 만나지 못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있을까?
지금 그 녀석도 나랑 동갑내기인 25살이겠지...
385 :당신의 뒤에 무명씨가... :03/10/23 23:08
>>384
우우우우....
부모님이 바보같아....
387 :당신의 뒤에 무명씨가... :03/10/24 00:12
바보라거나, 사이코잖아.
388 :당신의 뒤에 무명씨가... :03/10/24 00:28
>>385
>>387
그렇겠지요. 어머니는 평범하지만 조금 이상한 사람인가? 라는 느낌이었어.
그리고 그 사람의 체취라고 할까, 옷에서 풍기는 '집 냄새'가,
상당히 싫은, 하지만 어디서도 맡아본 적 없는 냄새였던 것이 인상 깊게 남아있습니다.
389 :384,388 :03/10/24 00:33
문신에 새겨진 문장은 어렴풋이 기억이 나고, 어쨌든 상당히 뒤틀려 있었기 때문에(성장했기때문?) 상당히 적당히 적었습니다.
전부 히라가나와 하트마크만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트마크는 빨간색이었나 검은색이었나...
이 문신을 새길 때 '이 아이는 장차 어른이 되겠구나'라는 당연한 생각을 하지 못했나....
요즘에 그저 귀엽기만 한 이름을 아이에게 지어주는 부모의 마음도 마찬가지일까요?
사이코들은 행동의 기준이라는게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