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조금 이상한 취미가 있었어.
그 취미라는 게 뭐냐면, 한밤중에 집 옥상에 나가서 쌍안경으로 내가 사는 동네를 관찰하는 거지.
평소와는 다른 고요한 도시를 관찰하는 것이 즐겁다.
멀리 보이는 커다란 물탱크 라든가,
술 취한 사람을 태우고 언덕길을 올라가는 택시라든가,
덩그러니 서 있는 눈부신 자판기 등을 보고 있으면 묘하게 설렌다.
우리 집 서쪽에는 긴 언덕길이 있는데, 그것이 곧장 우리 집 쪽으로 내려온다.
그래서 옥상에서 서쪽으로 눈을 돌리면 그 언덕길 전체를 정면으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는 거다.
그 언덕길 옆에 설치된 자판기를 쌍안경으로 보면서 '아, 큰 나방이 날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언덕길 맨 위쪽에서 엄청난 속도로 내려오는 녀석이 있었다.
"뭐지?" 라고 생각하며 쌍안경으로 보니,
알몸에 비쩍 마른 아이 같은 녀석이 활짝 웃으며 이쪽으로 손을 흔들며 빠른 속도로 달려오고 있었다.
녀석은 분명히 이쪽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나와 눈을 마주친 채로 달려온다.
잠시 동안은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었는데,
왠지 굉장히 위험한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서둘러 계단을 내려와 집 안으로 도망쳤다.
문을 닫고, 자물쇠를 잠그고, "우와 어떡해 어떡하지, 뭐야 저거!!!"라고 겁먹고 있는 사이에, 탁탁탁탁 옥상 계단을 올라가는 소리가 났다.
분명히 나를 찾고 있다.
'정말 큰일 났어, 어떡하지, 진짜, 뭐야, 저건 뭐야'라고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면서,
목소리를 숨기고 소리를 내지 않으려 하면서 거실 한가운데서 다리미(무기)를 양손으로 쥐고 자세를 취했다.
잠시 후, 이번에는 계단을 타타타탁 내려오는 소리가 들렸다.
이미 바보같을 정도로 덜덜덜 떨고 있자,
문을 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쾅! 하고 문을 두드려,
현관의 차임벨을 핑퐁핑퐁핑퐁! 핑포포포포퐁! 핑포포포포포퐁! 하고 울려댄다.
"후읏, 으흣! 후읏후, 으흣!" 라는 식으로 녀석의 신음소리도 들린다.
심장이 잠시 멈췄다가 엄청난 속도로 맥박이 뛰기 시작했다.
더 심하게 떨면서 숨을 헐떡이며 숨을 죽이고 있는데,
수십 초 정도 지나자 노크도 차임벨도 신음소리도 사라지고, 원래의 고요한 상태로.......
그래도 당연히 긴장이 풀릴 리가 없었고, 해가 뜰 때까지 다리미를 들고 경직되어 있었다.
저 녀석은 도대체 누구였을까.
다시는 한밤중에 쌍안경 따위는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