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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는 오래된 관보도 놓여있겠지.”
나는 스승에게 감사를 표하고 집을 나왔다. 물론 도서관을 가기 위해서다.
대학 도서관에 가보았지만, 좀 오래된 관보는 놓여져 있지 않았다. 어쩔 수 없어서 자전거를 타고 공립도서관까지 갔다.
그리고 사서에게 물어보자, 닳은 부분은 조금 있지만 타이쇼 시대에서부터 이 지역의 관보는 보관하고 있다고 한다. 기뻐하며 열람을 희망하였지만, 안내된 서고의 막대한 관보의 수는 곧 나를 진저리 치게하였다.
일단 최근의 관보부터 순서대로 끈을 풀어나갔다.
‘호외’의 ‘광고’, ‘제반 사항’, ‘지방공공단체’, ‘행려사망자 관계’
처음에는 어디에 기재되어있는지 몰라서 고생했지만, 익숙해지니 매호 매호 대체적으로 실려있는 페이지를 알 수 있었다.
팔락팔락하고 넘겨간다.
“본적, 주소, 신원불명, 연령 25~40대의 여성, 신장 155cm, 적당히 살찐 체격, 머리카락은 금발, 소지품은 목걸이 하나. 상기의 사람은 헤이세이○년, ○월, ○일, ○시, ○분 ○○하천에서 발견된 것이다.
사인은 익사. 신원불명이므로 사체는 검시하고 화장을 하여, 유골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분은 당시 복지 사무소로 연락해주세요. 헤이세이 ○년, ○월, ○일, ○○현, ○○시장.“
이런 것이 줄줄이 써져있다.
당연하지만, 전국의 지자체에서 정보가 오는 것이다. 비디오에서 봤던 마에바라는 마에바라동에 있는 것이니까, 막대한 수의 행려사망자정보에서 마에바라 시장의 이름이 실려있는 것을 찾지않으면 안된다.
처음보는 관보의 신기함에 가끔 탈선도 해가며, 뒤져보기를 수시간. 결국 사토 이치로의 것은 고사하고, 마에바라동의 것조차 하나도 찾지 못하였다. 평화로워서 다행이다.
뭔가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조금만 더”라며 포기하지도 않고 나는 다른 관보의 끈을 풀러내었다.
그리고 폐관시간이 아슬아슬해졌을 때, 결국 마에바라동의 문자를 발견했다.
'본적, 주소, 신원불명, 연령 20~40대의 남성, 신장 160cm에서 170cm, 적당히 살찐 체격, 머리카락은 3cm정도의 흑발, 회색 코트, 진갈색의 중절모, 위생용 마스크, 하얀색 장갑, 회색의 바지, 하얀색 브리프, 소지품은 간이 라이터, 손목 시계, ‘사토 이치로’라고 하얀 잉크로 써진 검은 가죽 지갑(현금 450엔).
상기의 사람은 헤이세이○년, ○월, ○일, ○시, ○분 쯤, 마에바라 역 내에서, 특급열차가 통과하는 중에 플랫폼에서 뛰어내려 열차에 치여서 죽음. 유체는 신원불명이므로 화장을 하여, 유골은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분은 당 동사무소 복지과로 연락해주세요. 헤이세이 ○년, ○월, ○일, ○○현, 마에바라 시장.'
이거다.
사토 이치로다.
나는 흥분해서 부들부들 떨면서 메모를 적었다. 정말로 찾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마에바라동. 일시는 5년전이다. 신원불명. 플랫폼에서 뛰어내려, 열차에 치여 사망.
비디오에 찍혀있는 사건이다. 그리고 ‘사토 이치로’라는 문자가 적힌 지갑. 연결된다. 연결이 되버린다.
나는 나도 모르게 움직이려고, 의자가 바닥을 끄는 소리에 심장이 덜컹한다. 주위에 누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상할 정도로 조용하다. 폐관시간이 된 평일의 도서관. 어두운 창 밖에는 마른 나무가 팔처럼 나뭇가지를 뻗고 있다.
쫓기듯이 나갈 준비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왠지 발 밑이 둥실둥실 떠있는 것 같아 현실감이 없는 밤이었다.
다음 날은 한 주의 마지막 평일, 금요일이었지만 나는 대학 강의를 아침부터 빼먹고 도서관으로 향했다.
어젯밤 스승에게 전화로 사토 이치로의 기사가 있었다는 걸 전하기만하고, 집에 돌아가서 금세 자버렸기 때문이다.
한 건으로는 안 된다. 우연의 영역을 벗어날 수 없다. 몇 번이고 죽으니까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괴현상인 것이다.
지갑에 사토 이치로의 이름이 써져있다는 부분이 요시다씨의 회상과 일치하지만 역으로 너무 그럴듯해서 걸리기도 하였다.
몇 번이고 죽는 남자라고 하는 소문은 옛날부터 있었다고해도, 그것이 5년 전의 마에바라역 사건에 나온 '사토 이치로'라는 고유 명사와 합쳐진 것 뿐일지도 모른다. 인간의 기억은 애매하다.
밖은 태양이 눈부셔서, 가로수의 아래를 빠르게 자전거를 달리고 있자니 신체 내측에서부터 상쾌한 기분이 되어간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은 이상한 환상을 보지 않았구나.
그런 것을 생각하며 아침 도서관의 문을 지난다. 어제와 같은 사서가 있어 인사하자, “대학 레포트?”라는 질문을 받았다.
“예에, 뭐.”라고 적당히 답하고 열람실로 향한다. 아침부터 도서관에 붙어있는다고 하니까, 성실한 학생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충분히 성실하긴하지만.
관보를 책상위에 가득 쌓아놓고, 어제에 이어 페이지를 넘긴다.
스미노에구. 시즈오카시.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센다이시 아오바구. 카츠시카구. 고토구. 고베시 키타구……
변함없이 도, 시, 부가 눈에 띈다.
당연하지만 인구가 많을수록 그것에 비례해서 신원불명 시체가 많아지는 거겠지. 아니, 홈리스 발생률을 생각하면 단순한 인구비례 이상으로 많이 질 것이 틀림없다.
그 안에서 도, 시, 부에서 떨어져있는 마에바라역 근처의 지자체명을 찾아내는 것은 제법 어려운 작업이었다. 혹시 몰라 그 주변의 지도를 옆에 놓아놨지만 그것을 확인할 기회조차 좀처럼 오지않았다.
30분 정도 지나 겨우 타카토오동의 이름을 찾아냈다. 마에바라역의 서쪽 옆, 타카토오역이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행려사망자는 여성으로 원인은 의사(縊死)였다. 실망해서 약간 페이지를 넘기는 속도도 늦어졌다.
그렇지만 잘도 이정도로 매일 매일, 신원불명 시체가 실리는구나.
발견까지 시간이 어느정도지나 뼈만 남아버린 것 같은 건 사인도 불명이지만, 막 죽은 것은 의사, 즉 목을 매단 것이 많았다. 그 다음은 익사. 하천에 떠오르는 것이 그런거겠지. 그리고 겨울에는 동사가 눈에 띈다.
열차에 의해 치인 시체, 이것도 플랫폼이면 사건수로써는 더 수가 줄어든다. 가끔 있어도 완전히 마에바라에서 떨어진 장소고 대부분의 경우 유류품이 확실해서 전혀다른 사건이라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초조해하면서도 묵묵히 얇은 종이를 넘긴다. 그래도 오늘은 딴 짓도 안하고 어딜 봐야하는지 감도 잡았으니 생각보다 빨리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곧 이것을 발견했다.
타카토오동의 것이다.
'본적, 주소, 신원불명의 남성, 연령 20~40대 정도, 신장 160cm에서 170cm정도, 적당히 살찐 체격, 머리카락은 3cm정도의 흑발, 회색 코트, 중절모, 하얀색 마스크, 하얀색 장갑, 회색의 바지, 하얀색 브리프, 소지품은 간이 라이터, 손목 시계, 검은 가죽 지갑(현금 450엔).
상기의 사람은 쇼와 ○년, ○월, ○일, ○시, ○분 쯤, 타카토오역 내에서, 특급열차가 통과하는 중에 플랫폼에서 뛰어내려 열차에 치여서 죽음. 유체는 화장을 하여, 유골은 보관하고 있습니다. 짐작가는 분은 당 동사무소 복지과로 연락해주세요.“
……이건 어떨까.
차림새는 거의 똑같다. 코트에 모자에 마스크에 장갑. 그렇지만 중요한 사토 이치로라는 이름이 없다. 지갑의 450엔도 그렇고 틀림없다고는 생각하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짜증난다.
이런 자잘한 숫자도 써놓을 것 같았으면 사토 이치로의 이름을 적어놔, 라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다면 지갑에 그런 문자가 쓰여져있지 않았던걸까.
애매모호한 기분으로 그걸 지참했던 노트에 옮겨적고, 관보 넘기기를 속행한다.
곧 배가 고파져, 점심을 먹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 어느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본적, 주소, 이름 불명(지갑에는 사토 이치로의 이름 있음) 중략. 히가시타카오 촌장.“
이거다.
똑같다. 사토 이치로. 또 죽었다. 상황도 열차에 치여 사망. 마스크에 모자, 장갑, 코트. 같은 노선. 틀림없다.
애매모호한 기분 그대로 그걸 지참했던 노트에 옮겨적고, 관보 뒤지기를 속행한다.
곧 배가 고파져, 점심을 먹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쯤, 어느 페이지에서 손이 멈췄다.
‘본적, 주소, 이름 불명(지갑에는 사토 이치로의 이름 있음) 중략. 토타카오 촌장.“
이거다.
똑같다. 사토 이치로. 또 죽었다. 상태도 열차에 치인 죽음. 마스크에 모자, 장갑, 코트. 같은 선. 틀림없다.
나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몇 번이고 죽는다. 사토 이치로는 몇 번이고 죽는다.
쇼와 때부터 이어지는 정체불명의 되살아나는 죽은 자가, 눈앞에 펼쳐진 낡은 종이 안에 확실히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 작은 활자가 되어.
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감정에 떨었다. 있다. 이런 것이 진짜로.
공포인지 달성감인지 알 수 없는 흥분 상태에 빠져 나는 정신없이 관보를 계속 넘겨서, 낮 3시가 되어갈 때쯤에는 사토 이치로의 이름을 4개 발견했다.
어제 것을 합치면 5개. 미묘한 것을 합치면 더 늘어나게 되는 것도 같고, 빼먹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쇼와 30년대 전반까지 와서야, 전혀 그럴 듯한 것이 보이지 않게 되어 작업을 끝내기로 하였다.
최고로 오래된 사토 이치로는 쇼와 37년 12월. 에츠잔역이라고 하는 마에바라역에서 세어, 서쪽으로 6번째 역으로, 지도에서 보는 한, 상당한 촌에 있는 것 같았다. 거기서 밤 8시 쯤에, 특급열차에 치인채로 발견되었다.
코트를 입고, 얼굴에 모자와 마스크를 덮어쓰고, 손에는 장갑 그리고 소지품 안에는 사토 이치로의 이름이 들어간 지갑.
마치 비디오에서 되감기와 재생을 한 것같은, 같은 상황이 반복 되고 있다.
정말 같은 인물인지도 모른다. 그런 기분 나쁜 상상이 솟아오르는 것을 멈출 수 없었다.
나는 도서관을 나와 스승의 집을 향했다. 배가 고팠던 것도 이미 잊어버리고는.
도착해서 문을 노크하자 “열려있어”라는 대답이 들려왔다.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들어간다. 스승은 문을 잠궈두지 않으니까 늘 바보같은 의식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이전에 노크를 하지 않고 문을 열었더니 엄청난 상황인 적이 있어서 그 이후에는 일단 의례적으로 말을 걸기로 하였던 것이다.
애초에 그걸 보였던 본인은 엄청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그래서, 어땠냐.”
나는 오늘의 성과를 펼쳐 보였다. 관보를 옮겨 적은 노트다. 스승은 묵묵히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흠. 과연. 똑같군.”
“어째서 그렇게 침착하게 있을 수 있는 겁니까. 엄청난 일이예요 이건.”
흥분한 나를 막는 듯 손을 펼친다음 스승은, 노트를 들고 머리를 긁었다.
“여기……쇼와 45년의 거. 이거, 사토 이치로라는 문자가 나오지도 않는데, 일부러 메모해놓은 건?”
“아아, 요시다씨가 겪었던 사건이니까 그래요. 연대도 역명도 맞으니까, 틀림없을 거예요. 어째서 이름이 안나와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외에도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그럴 듯한 건 몇 개 있었습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는 건 여기, ‘열차에 치여서’라고만 써 있는데, 요시다씨의 기억에 의하면 그것은 특급 통과 열차였을 텐데.”
뭐가 말하고 싶은지 모르겠지만, 끄덕였다.
흠흠하고 스승은 재차 끄덕이며 노트를 든 채로 일어나, 방 안을 돌기 시작했다.
“어째서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걸까.”
생각하며, 나는 혼잣말처럼 말했다. 같은 인물이 몇 번이고 죽는다는 불가사의한 사건인거다. 경찰도 조사를 했을 텐데.
“사실은 말야, 어제 보고를 들은 이후로 조금 신경쓰여서 조사해봤는데, 마에바라역과 그 양 옆은 경찰 관할이 달라. 으으음, 어느 쪽이었더라, 이게.
우리들이 비디오에서 본 마에바라역 사건의 바로 전에 일어난 게, 타카토오역의 사건. 이 두 개는 거리상으로는 가깝지만 일어난 날짜도 떨어져있고 관할도 다르거든. 연관성을 알아채기는 힘들겠지. 타카토오역 쪽에는 사토이치로라는 문자가 나와있지않아. 실제로는 지갑에 쓰여있었을지 모르지만 신분을 알리는 것으로 중요시되지 않았던 것이 틀림없어.
경찰로서도 두 사건을 연결해 생각해, 동일인물일 가능성이 있다는 바보같은 것은 생각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그 관보에 기사를 쓰는 건 경찰이 아니예요.”
“아, 아차, 그런가. 지자체였지. 미안.”
스승은 멈춰 선채로 자신의 머리를 쳤다.
그 때 나는 중요한 것을 떠올렸다.
“기다려주세요. 유골은 지자체가 보관한다고 하는 게 형식화되어있지만, 유품은 어떻습니까. 코트는. 마스크는, 모자는. 이름이 적힌 지갑은.”
“음, 적혀있지 않은가. 없군. 그렇지만 확실히, 유품은 지자체가 보관한다고 들은 적이 있어. 처음에 그렇게 말했잖아. 혹시 화장때 같이 태워버릴지도 모르지만. 아니, 그렇지만 본인 확인을 위한 증거품이니까, 관보를 보고 문의가 왔을 때 없으면 곤란하잖아.“
“그럼 그 이름이 적힌 지갑은 지자체의 금고라든가 어디에 남아 있겠네요.”
“그렇겠지.”
만약, 사토 이치로가 동일인물이고, 죽은 뒤 다시 이 세상에 돌아왔다고 한다면, 소지품은 어떻게 되지? 금고 안에 잠들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손에 넣는 걸까. 나와 스승은 일을 나눠, 노트에 나오는 시나 동사무소에 전화를 하였다.
“저, 옛 관보를 보았는데, 거기서 유품을 보관하고 있는 사람이, 혹시 제 가족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짓말을 늘어놓아 정보를 듣고, 이쪽의 연락처를, 이라고 하는 말에 갑자기 전화를 끊는다고 하는 실로 민폐인 수법으로 우리들은 신경쓰이는 부분을 조사하였다.
약 한시간 정도 지나 알게 된 것.
1. 관공서는 인수인계가 엉망.
2. 공무원은 귀찮은 걸 싫어함
이 두 개다.
어쨌든, 전에 있던 담당한테서 행려사망자와 관련한 일을 제대로 인수인계 받지 않았다. 그것이 3대전 4대전, 오래되어 갈수록 무엇이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
“유품입니까. 오래된 창고 어딘가에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뭐니뭐니 해도 오래된 이야기라 ……”라는 답변을 질릴정도로 들었다. 상관없으니까 좀 찾아봐, 라고 말하고 싶어졌지만 “조사해보고 전화해드릴테니 그 쪽의 연락처를……” 철컥.
연락처가 알려지는 건 곤란하다. 무엇보다 가족이라는 건 거짓말이니까. 확인해보니 아니었습니다, 라고하는 것도 문제는 없을 것 같지만, 그런 거짓말로 넘어가는 것은 익숙치 않았다.
그 점에서 스승은 능글맞다고 해야하나, 생이별한 사촌으로 가장해서 유품이 있는 곳을 찾아내는 것까지 성공했다. 그러나.
“있었어요 창고에. 그렇지만 이상하네요. 전부 다 넣어놨을 텐데, 봉투가 비어있어요. 다른 장소로 옮긴걸까나. 그렇지만 유품의 명세는 들어있으니까, 확인 가능해요. 여보세요, 들리나요?. 어라? 여보세요……”
철컥하고 수화기를 놓은 스승이 웃는다.
“텅 비어있다는군.”
결국 제대로 확인할 수 있었던 건 그 한 건 뿐이었지만, 무엇이 일어났는지 이해하기에는 충분했다.
아무래도 유골이 있는 절까지 똑같은지 조사하는 건 무리였지만, 현지에 숨어 들어 납골당을 뒤지면 뼈항아리가 똑같이 비어있을지도 모른다.
조금 싸늘해졌다. 있을리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차례차례 현실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하간 여기까지 알았는데, 어떻게 할래.”
스승이 애매한 말을 한다. 어떻게 하면 좋지. 괴담 이야기수집으로서는, 이제 여기서 관두는게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우리들은 비디오를 보고 말았다. 5년전 마에바라역의 사건을. 그리고 그 비디오테이프의 주인이 절에 공양을 부탁하러왔다. 심령사진 등의 공양으로 물 밑에서 유명한 절에다.
무엇이 있었던 걸까. 비디오에 비친 하얀 가면의 인물과 카메라맨에게 무엇이.
스승도 같은 것을 생각했는지, 대충 굴러다니고 있던 그 비디오테이프를 플레이어에 넣으려고 했다.
“기다려주세요. 됐어요. 이제 되었어요.”
그 날밤에 몇 번이고 돌려보았던 그것을, 이제는 다시 한 번 볼 용기가 없다.
“배고프니까, 돌아가겠습니다.”하고 일어나려고 했다. 스승은 “그런가”라고 말하며 노트를 나에게 돌려주려고 했다.
“기다려주세요. 그냥 줄테니까. 뭔가 알아낸 것이 있으면 가르쳐주기만하면……”
내가 손을 내저었던 그때였다. 스승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럼 지금 알아챈 점을 말해주지. 비디오에 찍힌 사고는, 역의 플랫폼에서 치인 것이었어. 노트에 의하면 하행 특급열차가 통과하던 중에, 지. 다음 타카토오역도 특급열차 통과중에 일어난 사고다. 아까 확인했지만 요시다씨 때도 특급이 통과한 후 발견되었어.”
그러고보니 스승이 계속 끄덕이고 있었다.
“그 외 다른 경우도, 특급열차에 치인 것이 대부분이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된 에츠잔역을 포함해서, 특급열차라고 명기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어차피 작은 마을의 작은 역이다. 마치 그런 장소만을 노린 것처럼. 즉, 특급이 멈추지 않는 역뿐이라는 거야. 그렇다는 건 거의 모든 경우가 특급열차에 치였다는 것이 되지.“
스승이 무엇을 말하려는지, 묵묵히 듣고 있자니 가슴이 두근거려왔다. 스승이 흥미를 느낀 부분, 거기에는 대체로, 기분 나쁘고 그로테스크한 것이 숨어있다.
“키타무라씨가 말했잖아. ‘정차역이라고 감속하고 있으니까, 통과 할 때처럼 휙 가지 않아.’라고.”
뭐가 말하고싶은거지? 모르겠어. 뭐가 말하고 싶은거지.
“어째서 특급열차가 통과를 하는데 갈가리 찢긴거지.”
이해되었다. 그런건가. 요시다씨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미묘한 위화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거다. 소문에는 사토 이치로의 시체는 늘 정해진것처럼 갈가리 찢겨있다. 그런데 요시다씨 때도 그렇지만, 통과하는 특급열차에 의해 그렇게 되는 건 이상하지 않은가.
정차 직전의 열차에 휘말려들었다면 알겠다. 그렇지만 특급열차에라면 튕겨나가거나 차륜으로 절단당한다거나해도 키타무라씨가 말한 것처럼, 확 조각나버리는 건 아니지 않은가. 문외한의 생각이지만, 적어도 갈가리라고 말할 정도로 많은 고기조각으로 나눠진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다.
당황해서 노트를 다시 되짚는다.
관보에는 열차에 치여 죽었다고 써있을 뿐, 갈가리 찢겼는지 아닌지는 확실히 알수 없다. 그렇지만, 그 나이, 모습 부분에 시선이 갔다.
마에바라역의 사고에서는 ‘연령20대에서 40대의 남성, 키는 160에서 170cm이다. 타카토오역의 것은 ’연령 20대에서 40대, 신장 165~170cm정도.‘.
다른 걸 봐도 연령이나 키에서 제법 차이가 났다. 최대는 연령 20~50대 정도. 키는 160~175cm정도라고 쓰여 있다. 죽은 뒤 몇 년이 지난 것도 아닌데.
바로 검시했다면, 연령은 그렇다치고, 키는 정확한 수치로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 만약 신체가 두 동강 났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정확치 잴 수 없는 시체의 상태를 은연중에 나타낸다고 한다면……
갈가리.
모두 갈가리 찢긴 것이다. 무수한 고기조각이 되어, 선로에 흩뿌려진 것이다.
그렇게 될 리가 없는 급행열차인데!!
꿀꺽 침을 삼킨다. 앞에 있는 스승의 눈이 묘하게 빛나고 있다.
“그, 코트, 안은, 처음부터……”
스승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인다. 머릿속에, 비디오에서 본 코트 입은 남자의 모습이 재생된다.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오기 직전에, 그 순간의 영상, 나쁜 화질인 채로, 코트 안이 꾸물 꾸물 움직인다. 모자와 마스크에 덮은 얼굴, 그 안은.
관둬. 듣고싶지 않아.
귀를 막는다.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스승의 집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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