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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생각이 뇌리를 스친 순간이었다.
부와앙이라고 하는 부풀어오르는 듯한 소리가 들렸나 싶더니 카메라 앵글의 구석, 플랫폼 화면 구석에서 탄환같은 덩어리가 달려 들어왔다.
열차다.
열차가 지난다. 플랫폼 가운데를.
그 회색 상자는 잔상을 남기며, 화면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달려간다. 나는 눈을 커다랗게 뜬 채로 텔레비전 앞에서, 몸을 경직시킨 채 숨을 멈췄다.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다. 몇 번이고 반복하며 재생했는데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던 비디오가, 갑자기 손바닥 뒤집듯 불길한 모습으로 변모해버린 느낌이었다.
나도 모르게 목을 움츠리듯 주위를 둘러본다. 스승의 낡은 아파트 방안이, 콩알 전구의 빛 아래에서 어둡고 조용히 침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무서운 것이 일어날 듯한 전조는 없다. 귀울림도 없다.
빨라진 고동을 의식하며, 다시 한 번 화면을 본다.
통과한 열차가 흩뿌린 소리가 줄어든 뒤에, 하얀 가면의 남자가 곤란한듯한 움직임을 취하며 카메라를 향해 ‘컷, 컷’이라고 말한다. 열차의 소리에 묻혀, 대사가 안들리기 때문이겠지.
그 말이 너무나도 사람다워서, 아슬아슬한 곳에서 내 마음은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뒤에 들려온 비명소리에도 견딜 수 있었겠지.
그렇다, 비명은 화면 안에서 들려왔다. 가면의 남자가 카메라를 향해 컷 제스처를 하고 있던 때, 플랫폼 반대측에서 큰 봉투를 앉은 여자가 갑자기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움찔하고 가면의 남자가 돌아보며 거기를 향한다. 카메라도 크게 흔들린 뒤에 각도를 바꿔 그쪽으로 향했다.
반대편 플랫폼에는 몇 명이 달려와서 여성이 비명을 지르며 가리키고 있는 선로 부근에 몸을 내밀어서 아래를 보고 있었다.
뭐지. 플랫폼 옆에서 촬영하고 있는 카메라로는 렌즈각 때문에 아래쪽 선로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직전에 통과한 전차를 생각하면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카메라가 플랫폼 안쪽으로 움직여 가까이 가려고 하던 때, “잠깐”이라는 난폭한 목소리가 나며 무엇인가가 렌즈를 막았다. 순간 보인 제복의 소매를 봐서는, 아무래도 역무원이 촬영을 멈추게 한 것 같다고 추측된다.
어두워진 화면 저편에서 화난 목소리와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목소리가 섞여 들려온다. 그리고 드디어 픽하고 재생이 끝나고, 노이즈가 시작되었다.
나는 지금 눈앞에서 일어난 것을 냉정하게 정리하려고 했다.
비디오의 내용이 변했다.
그것도 크게.
어째서 이런 것이 얼어났는지 생각했다. 무서워하는 건 그 다음이다.
아무 말 않고 화면을 보고 있는 내 앞에서 노이즈는 계속된다. 어두운 방안에서 노이즈를 계속 보고 있으니, 기분이 이상해진다. 방사형의 빛에 얼굴을 비추고 있으면, 왠지 그 아래있는 신체의 존재가 희박해져가는 것 같았다. 암흑 속에 내 얼굴만이 떠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뭔가 해보자는 의도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거의 무의식 중에 검지가 비디오 플레이어로 향하였을 때, 나는 알아챘다.
되감기다. 되감기를 누른 적은 없다. 아까 재생이 끝나고 노이즈가 시작해서 정지 버튼을 눌렀다. 그 뒤에, 나는 되감기하는 것을 잊은 채로 재생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노이즈 뒤부터 시작된 비디오는, 또 하얀 가면의 남자의 일인극이 시작되어, 아까 전차가 지나간 뒤의 장면으로 끝나는 것이다.
다른 영상이었다고 하는 건가.
나는 흥분해서 바로 되감기 버튼을 눌렀다. 재생 중에 되감기를 하면 화면이 비치고 있는 채로 빙글빙글 정신없이 움직인다. 노이즈가 끝나고, 열차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고, 가면의 남자가 플랫폼을 향해 중얼중얼 뭔가 이야기하는 다음에, 노이즈로 돌아온다.
그리고 다시 플랫폼의 장면이 비친다. 하얀 가면의 남자가 비치는 것만으로도 재미없는 영상이 다시 끊기고, 노이즈로 돌아가, 곧 탁하고 부딪히는 소리가 나며 화면에 녹색으로 ‘정지’라는 문자가 뜬다.
정리한다.
이 비디오테이프에는 노이즈 사이에 두 번째 영상이 들어있다. 처음 스승이 빨리 보내기를 했을 때는, 단지 그 시간이 부족했던 것 뿐인 것 같다. 그리고 두 번째 영상은 똑같은 시간, 똑같은 장소에서 촬영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 어떤 영상극이니까, 리테이크를 한 것이겠지.
앞의 것과는 거의 같은 구도지만, 반대편 플랫폼 사람들의 배치 같은 사소한 것이 다르므로 아까 느낀 미묘한 위화감은 그것 때문이었겠지. 그리고 그 테이크2에서 열차가 역 안을 지나버렸기 때문에 등장인물인 가면의 남자가 컷을 요구한 직후, 무엇인가 이변이 일어났다.
아마 인명사고다.
나는 테이크2에서 열차가 화면 끝에서 모습을 나타낸 직후에서 영상을 일시정지 해, 슬로우 재생의 버튼을 눌렀다.
움찔거리며 화면은 끊기듯이 움직이고, 나는 노이즈가 섞인 더러운 영상 속에서 맞은 편 플랫폼 오른쪽 끝에 있는 코트 입은 사람을 응시하였다.
전차가 지나고 난 후의 시끄러움 뒤에는, 반대편 플랫폼에 그런 코트를 입은 사람이 없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침을 삼키고 보고 있자, 눈 앞에서 코트 입은 사람이 흔들거린다고 생각했더니 플랫폼 끝 쪽에서 선로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직후에 달려오는 열차. 지난 뒤의 소음.
역시. 코트 입은 사람이 치인 것이다. 혹은 죽은 것일지도 모른다.
다시 한 번 되감기하여 같은 장면을 일반재생으로 보자, 모든 것이 너무나도 순식간에 일어난 것이라, 한 번 봐서는 놓쳐 버리는게 무리도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가면의 남자도, 카메라를 들고 있던 다른 한 명의 동료도 열차가 지나가고 나서 여성이 비명을 지를때까지, 누군가 선로로 떨어진 것을 알아채지 못했다.
열차 통과 중의 플랫폼 상태를 봐서는 아무도 알아채지 못한 것이 확실한 것 같았다.
자살일까. 영상을 보는 한,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사고나, 누군가가 밀어 떨어뜨린 것은 아니라고 하면, 역시 자살일까, 혹은 현기증이나 발작 때문에 넘어진 것일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생하고 있자니, 확실히 내가 냉정해져있는 것을 느꼈다. 그것도 그렇겠지. 인명사고의 순간이 비친 비디오테이프라고 해도, 인체가 파괴되는 장면을 찍은 것이 아니다. 간접적으로, 사고가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을 뿐이다.
그렇더라도 기분이 나쁜 것은 틀림없었지만, 세상에는 그런 그로테스크한 장면이 확실히 찍힌 악취미적인 비디오도 있다고 들었다. 그런 것에 비하면 부족한 것이 틀림없다.
5만엔.
그런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르며, 더불어 7천엔이라고 하는 단어도 떠올랐다.
별 생각없이 뒤를 돌아봤다.
그 때, 그 날 밤에서 가장 오싹한 순간이 느꼈다.
이불에 들어가있어야했을 스승이 내 등 뒤에 있어, 한 쪽 무릎을 굽힌 자세로 앞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 눈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다. 얼굴에는 슬쩍 미소를 띠고 있었다.
시선은 비디오 화면을 향하고 있어, 신체는 바로 거기 있는데, 동시에 엄청나게 먼 것처럼 느껴져서 말을 거는 것을 주저하게 만들었다.
굳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나에게 이윽고 스승은 힘을 빼듯 웃었다.
“재미있군.”
“재밌지는, 않잖아요.”
겨우 그렇게 답한 나는, 화면으로 눈을 돌린다.
노이즈가 나오고 있다.
스승은 손을 뻗어, 재생한 채로 빠르게 보내기를 누른다. 크륵크륵 노이즈가 형태를 바꿨지만, 화면은 계속해서 노이즈인 상태였다. 곧 탁하고 테이프가 멈추고 자동적으로 정지 상태에서 되감기를 시작했다.
그런가, 두 번째가 있었으니까 세 번째 영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죽었다고 생각하나.”
스승이 누구라고 말하지도 않고 묻는다. 그 코트 입은 사람이겠지.
“아마도.”
열차에 차인 시체(轢死体)라고 하는 거다. 만약 카메라를 역무원이 막지 못해서 선로를 촬영하게 되었다면, 이라고 생각하니 오싹해진다.
“그 아저씨가 준 물건이다. 그것만이 아니겠지.”
스승이 씨익 웃으며 “느긋하게 조사해볼 테니까, 일단 이제 자라.”라고 말하고 또 이불에 누웠다.
나는 그것에 큰돈을 지불한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는 듯하는 걸로 들려서, 뭔가 유감스러운 기분이 되었다. 납득가지 않는 얼굴로 텔레비전 앞에서 앉아있는 나에게, 등을 돌린 채 스승이 슬쩍 말을 건넨다.
“비디오가 찍힌 건 여름이다.”
순간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가면 남자의 셔츠나 맞은 편 사람들의 복장을 보는 한, 더운 계절에 찍힌 것은 확실한 것 같았다.
그리고 약간의 타임 래그 뒤에 겨우 스승이 말하려고 했던 것에 도달한다.
코트의 인물은 마치 거기만이 다른 계절인 것 과 같은 복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라 생각하며 전차 통과 전의 장면을 재생하자, 그 인물은 전신을 큰 코트로 감싸고 그 손에는 장갑을 하고 있고, 깊이 둘러쓴 모자와 흰 마스크로 얼굴까지 감싸서 감추고 있다.
비디오의 화질 나쁜 영상에서는 전혀 얼굴이 보이지 않는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단지 모자에 감춰져 보이지 않는 그 눈이, 왠지 카메라의 방향으로 향한 느낌이 들었다.
그 다음 순간에 그 몸이 플랫폼엣 떨어져, 철덩어리가 그것을 뭉개듯이 지나가버린다.
비디오를 본 밤은 결국 스승 집에 묵었다.
다음 날 아침 1교시 강의는 땡땡이치고, 2교시에는 출석한 후 서클 부실에 굴러 들어가 그대로 아무것도 안한 채 시간을 보냈다.
몇 명과 함께 학교 뒤에있는 정식집에서 점심을 먹고, 아무 일도 안하고 해산. 나는 그 이후에 편의점에 들러, 유통기한이 거의 다되어가는 20엔 할인 빵을 사서 내 아파트로 돌아왔다.
다섯 개 천엔으로 1주일간 빌리고 있는 렌탈 비디오에서 적당하게 두 개 빼어들어 빵을 씹으며 먹으며, 실로 평균적인 나의 하루가 끝났다.
하품을 했다. 아아~라고 하는 감탄사를 내며, 그 뒤로 침대에 쓰러졌다.
늘어져있는 전구의 끈을 누운 채로 고생해서 잡아끌자 방 안이 어두워졌다.
그리고 이불을 덮고 눈을 감는다.
기묘한 것이 일어난 것은 그 때다.
감긴 눈 안쪽에서 방금까지 밝았던 전구의 윤곽이 비친다. 그건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는 자기전의 평소 광경이다. 그렇지만 그 전구의 윤곽과는 조금 떨어진 위치에서, 다른 하나의 윤곽이 비치고 있었다. 눈을 감은 채로 그것을 잘 보려고 하는데, 환상처럼 녹아내려버린다.
눈을 뜨자 암흑 너머에는 천장이 있을 뿐이다. 끈을 잡아 전등을 키고나서 다시 한번 눈을 감아본다. 그러자 다시 전구의 윤곽이 팟하고 허공에 떠오르고, 그리고 뢴트겐 사진처럼 음영을 남기며 물들듯이 사라져간다.
이번에는 다른 하나의 윤곽이 보이지 않았다. 몇 번이고 눈을 깜빡여봤지만, 이상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뭐였을까. 그건.
눈 안쪽으로 윤곽이 비칠 정도로 빛을 발하는, 혹은 반사할 정도의 것은 천장에 달려있는 전구 이외는 없는데 말이다.
눈을 감은 순간에, 애매한 기억을 떠올린다.
침대에 들어오기 전에 그런 것을 봤을 리가 없다. 뭔가 고동이 빨라졌다.
전구 옆으로, 무수한 창문에서 빛을 발하는 빌딩을 보고 있었다니.
숨을 깊게 쉬고, 그 뒤에 가볍게 웃는 듯이 마지막 숨이 흘러나왔다.
오늘 본 렌탈 비디오에 그런 빌딩이 나왔던가하고 생각하며, 지친 눈을 누르며, 전구의 끈을 잡아당겼다.
다음 날도 대학 수업이 있었다. 1교시, 2교시 모두 성실하게 출석한 다음, 점심을 먹기 위해 학교식당으로 움직였다.
쟁반을 들고 시선을 옮겨, 항상 같은 지정석에 있는 스승의 모습을 찾아 낸다.
“카레입니까.”
맞은 편 자리에 앉자, 스승은 스푼을 입에 넣은 채 멍하게 끄덕였다.
학교 식당의 카레는 L사이즈가 300엔에다가 잔돈까지 남는다는 낮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배 고픈 학생들의 위를 그럭저럭 만족시켜줄 볼륨을 자랑한다. 물론 맛은 그렇다치고 말이다.
“뭔가 알았습니까.”
내 질문에 잠시 입을 우물우물 움직이더니 물을 마신다.
“장소는, 알았어.”
“어? 그 비디오가 찍힌 역입니까.”
“화면 구석에, 순간이지만 다음 정차역 이름이 찍혀있어. 타카토오역이다. 근처 노선도를 찾아보자, 해당하는 역이름이 있었어. 틀림없겠지. 그 서쪽 옆에 있는 역이 키타카코우역이고, 동쪽 옆이 마에바라역.”
구체적인 이름이 나왔지만, 여기서 역명이나 그것에 관련한 이름은 가명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난할 것 같다.
“비디오에서는 다음 정차역이 타카토오역이라고 왼쪽 방향 화살표로 표시되어있어. 거기 나온 열차가 향한 방향이지. 그리고 비디오를 보는 한, 반대편 플랫폼에는 개찰구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았어.
아마도 개찰구가 있는 쪽에서 촬영하고 있었던 거야. 키타카코우, 마에바라, 두 역에 전화해서 확인해봤는데 모두 개찰구는 남쪽에 있었어. 그렇다는 건 개찰구 방향을 보고 좌측이라고 하면 서쪽이라는 게 되니까……“
“비디오가 촬영된 역은, 동쪽 옆인 마에바라 역이로군요.”
그런거지. 라고, 스승이 다시 한 번 스푼을 카레 안에 집어넣었다.
마에바라역인가. 잘 모르는 역이다. 현 밖인데다가 특급이나 신칸센은 멈추지 않는 역일 것이다.
“그 외에는 뭔가 알았나요.”
스승은 입을 움직이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덤으로 어제 밤에 있었던 기묘한 체험을 이야기하고 의견을 구하려고 하였지만, 벽의 시계를 슬쩍보고 난 후에 갑자기 카레를 먹는 속도를 높이는 스승을 보며, 아무래도 급한 용무가 있는 것 같다고 판단해, 관두기로 하였다.
빈 컵을 눈 앞에 내밀어서, 아이컨택트도 따로 필요없이 나는 물을 떠오기 위해 자리를 일어났다.
그 날 오후에는 아르바이트가 있었다. 역 지하에 양과자를 파는 가게가 있어, 그 가게에서 굽기 전의 생지를 만드는 작업장이 역 근처에 있었다. 내 직장이다.
늘 행렬이 서있는 인기있는 가게로 점원도 젊고 귀여운 여자애들이 많아서, 뭔가 즐거운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을 품고 아르바이트 모집에 응모했지만, 점포 스탭은 전원 여성이었고 남자인 나는 당연히 제작 스탭으로 배정받았다.
냉정하게 생각하면 알 수 있었을텐데, 라고 자신의 경솔함을 원망했다.
어쨌든 그 때 나는 주 2, 3회 페이스로 밀가루나 버터를 휘젖고 있었다.
그 가게는 JR 관련회사가 경영하고 있어 정사원은 2명 뿐이었다. 다른 사람은 전부 아르바이트. 그 정사원 중 한명이 키타무라씨라고 해서, 이전에 역무원을 했다고 하는 경력의 소유자다.
그 날도 추가 생지의 주문이 잔뜩 들어와, 숨 쉴틈도 없이 계속 일했다. 다른 역에도 지점을 열어서, 냉동한 채로 배달하기 위한 생지도 추가로 만들어야 했기 떄문에, 엄청난 행렬이 선 점포에 지지않을정도로 제작 쪽도 바빴다.
이윽고 가게가 닫을 시간이 되어서 여기도 정리하고 청소를 시작한다. 동료들끼리 웃는 소리가 들려오는 평화로운 시간이다. 나는 옆에서 금속 쟁반을 씻고있는 키타무라씨에게 말을 걸었다.
“역무원을 할 때에, 플랫폼에서 자살한 사람은 있었나요.”
“있었지. 청소도 했었고.”
미끄러져 내려갈 올 듯한 안경을 손가락으로 밀어올리며 키타무라씨는 밝게 말한다. 40대 중후반정도 였지만, 그 성격 때문에 아르바이트생들에게 사랑받고 있었다.
선로에서 일어난 인명사고는 비참하다.
열차 바퀴에 휘말려 원형도 남지 않은 사체. 절단되어 흩어진 살 조각.
그것을 정리하는 것도 역무원의 일이다.
살아있다면 구급대원이 올 때까지 들 것에 눕혀놓고 간호하지만, 전신이 갈가리 찢긴 것 같이 되었을 때는 되도록 몸의 부분들을 모아 하얀 천으로 덮어둬. 그런 즉사상태인 경우에는 나중에 교통감식반의 현장검증이 있을 때까지 구급대가 수습해주거나 그러지 않거든.
그런 사체 옆에 있는 건 정말 기분이 나빠서, 빨리 경찰이 왔으면 좋겠다하고 빌었어.
……그런 이야기를 키타무라씨는 상당히 즐겁다는 듯이 이야기했다.
“특히 정차역에서는 감속을 하니까, 휙 가지 않아. 바퀴에 휘말려 들어가서 엉망진창. 그런 때는 이렇게, 양동이 한가득있는 살점을 집어서, 금 가위로, 자르는거야. 으아, 그것 때문에 고기요리는 못먹었어. 2~3일정도.”
몸짓 손짓이 너무 컸는지, “말하지만 말고, 손을 움직여”라고 뒤에서 혼났다. 점장이 기를 못펴는 아르바이트 아줌마였다.
어쩔 수 없이, 뒤처리를 모두 끝내고 휴게실에서 다시 한번 키타무라씨한테 말을 건다.
“마에바라역? 그 쪽은 잘 모르겠는데.”
나는 스승과 본 비디오에 찍힌 사건을 설명했다. 큰 기대를 하고 있는 건 아니다. 전직 역무원의 입장에서 무엇인가 알고 있는 것이 있지 않을까하는 기분으로 물어본 거다.
그러자 키타무라씨가 무엇인가를 떠올린 얼굴을 하고, 어깨를 움츠리며, 슬쩍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대었다.
“사토 이치로를 치우면 저주받는다,”
소곤소곤 그런 말이 귀에 들어온다. 나는 나도 모르게 몸을 경직시킨다.
“그런 소문이 있었어.”
얼굴을 떼고, 다시 밝은 말투로 돌아와, 안경을 밀어 올린다.
“그 쪽 부근에서, 인명사고가 많았던 것 같아서. 그것도 신원 불명의. 뭔가라고 했던 것 같은데. 무연고자, 가 아닌가, 뭐라고 하는 어려운 표현. 뭐 여하간 그 무연고자의 시체를 치우면,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퍼져있는 것 같아.”
소문이라고 해도, 역 관계자들 사이에서만 몰래 구전되는, 뒷 이야기다.
“사토 이치로라는게, 뭡니까.”
“뭐라고 해야하나, 무연고자면, 그, 이름같은 것도 모르잖아. 그러니까 모두 사토 이치로.”
업계 용어라는 건가. 일반인들은 모르는 은어란 거다.
영화계에서는 감독이 촬영 중에 강판했을 경우에, 앨런 스미시라고 하는 가명이 크레딧에 적히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문득 그런 것을 떠올렸다.
“어떤 저주에 걸리는 겁니까,”
키타무라씨는 팔짱을 끼며 필사적으로 떠올리려고 하지만, 최종적으로 씨익 웃으며 “잊어버렸다”라고 말했다.
대신에 그 소문 자체를 잘 알고 있는 선배가 시내에서 살고 있으니까, 알고싶으면 들으러 가보는게 어때, 라며 가르쳐주었다.
“이미 은퇴했으니까, 아마 얘기해줄거라고 생각해. 일본주만 들고간다면.”
나는 그 주소를 듣고 난후, 감사를 표했다. 이미 모두 돌아가버려, 직장에는 우리들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일어서면서 키타무라씨가 말했다.
“귀신 이야기를 좋아하나보네. 여기도 나오는 것 같던데. 전에 여기가 식당이었을 때, 아르바이트하는 아줌마들이 봤다더라.”
나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지만, 이야기에 맞춰 고개를 끄덕였다.
직장을 나와 키타무라씨와 헤어진 뒤에 역 앞에서 라면을 먹고 나서 집으로 돌아갔다. 도중에 100엔 샵에 들러 바나나와 베이비 스타를 샀다.
이런 것과 함께 엎드린 채로 렌탈 비디오를 보는게 엄청나게 행복한 시간이었다.
집에 도착해, 욕탕에 들어갔다 나온 후 바로 비디오를 집어넣었다. 이제 무슨 일이 있어도 움직이지 않을거야, 라는 기분이 되었다.
그 때는 이미 내일 1교시가 시작하는 시간에는 일어날 수 있도록, 따위의 기특한 생각을 그다지 하지 않게 되었다.
결국 남은 세 개를 다 보자 새벽 3시가 되어있었다.
하품을 하면서, 알람을 손에 들고, 몇 시로 맞춰놓을까 생각하다가, 결국 귀찮아져서 운명에 몸을 맡기기로 하고 침대로 향한다.
불을 끈다.
그러자 눈 앞에, 불가사의한 빛이 나타난다.
아니, 빛의 잔재인가.
그건 야경이었다.
극히 적은 빛의 입자가 엷게 좌우로 번져있있다. 마치 먼 장소에서 거리를 보고있는 듯한……
빨리 눈을 떴다. 빛의 환상이 사라져간다. 어제와 완전히 그대로였다. 다시 한 번 눈을 감는다. 흐리게 빛의 흔적이 보인다. 꾹 눈을 감자, 순간 그 윤곽이 강하게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그것도 곧 사라졌다.
나는 어둠 속에 숨을 죽이며 생각한다. 야경같은 건 자기 직전에 보지 않았다. 비디오를 보고 나서, 바로 텔레비전을 껐다. 물론 마지막에 보고있었던 비디오에도 그런 장면은 나와 있지 않았다.
첫 번째 비디오에 순간적으로 야경이 비쳤던 것 같은 기분도 들지만, 굉장히 작은 것이었고, 무엇보다 6시간도 이전에 본 장면이 계속 눈에 남아있다라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다.
뭔가 싫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스승의 방 안에서, 그 비디오를 보고나서다. 이건 우연일까.
(그 비디오, 위험해.)
저주의 비디오? 비디오의 저주?
기억 너머에서, 다시 한 번 야경의 환상을 들여다본다.
먼 장소에서 보는 거리의 빛. 그것은 언제인가 본, 밤 중에 달리는 열차의 창문에 비쳐졌던 광경과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토 이치로를 치우면 저주받는다.)
저주받는다. 저주받는다?
뭐지. 이유를 알 수없이, 그저 공포심만이 강해진다. 밤은 안된다. 지금만은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
침대 위에서 신체를 구부리고 나는 주변의 기척에 계속해서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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