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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후지산

레무이 2017. 1. 16. 19:29

스승과 길을 걷고 있었는데, 초등학생 한 무리와 스쳐지나갔다.


집단 하교인걸까.


모두 란도셀을 매고 있었다.


노래가 들린다.



“1학년이 된다면


1학년이 된다면 


친구 100명 만들 수 있을까


100명이서 먹고 싶구나


후지산 위에서 주먹밥을


우적 우적 우적하고“



나도 모르게 흐뭇한 얼굴이 되었다.


초등학교 1학년일까.


걸어가면서 모두 목소리를 하나로 하여 노래 부르고 있었다.


나랑 똑같이 그 쪽으로 시선이 향하였던 스승이었지만, 왠지 상태가 이상하다.


왜 그러신가요, 라고 묻자



“저 노래, 싫어하거든.”



라는 답변.



기분 탓인지 얼굴도 창백해진 것 같다.



“왜인가요?”



“.... 무섭거든.”



무서워? 저런 귀여운 노래가?


그렇지만 장난이 아니라고 하는 듯, 그 얼굴은 어디까지나 진지하다.



“어릴 적부터의 트라우마라서. 이것만은 아직도 무서워.”



“왜인가요?”



초등학생 무리는 다시 한 번 그 노래를 반복하면서 우리들의 시야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스승은, 후~,하고 긴 숨을 쉬고 쓴웃음 짓듯이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친구 100명 만들 수 있을까, 라는 건 괜찮아.


친구를 잔뜩 만들고 싶다는 희망과 기대에 가득 차있어.


문제는 다음이다. 100명이서 먹고 싶구나.


후지산 위에서 주먹밥을...이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한명이 따돌림 당하잖아.”



“네?”



“나랑, 친구 100명. 합하면 101명일 텐데.”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들어보니 그것도 그렇다.



“단 한 명, 따돌림 당해버린 그 누군가를 생각하면, 무섭거든.”



스승의 눈은, 마지막까지 웃고 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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