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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인 데이같은 걸 생각해낸 바보는 폭발해버리면 좋을 텐데.
발렌타인 데이에 초○렛을 선물하고 떠들며 기뻐하는 커플들도 폭발해리면 좋을 텐데.
초○렛같은게 있을 리가 없는데, 책상 안을 뒤지다 일부러 화장실 같은데 가서, 또 돌아와서 찾는다, 라고 하는 슬픈 학창시절을 보낸 옛 기억 따위 폭발해버리면 좋을 텐데.
2월 14일에 10월 10일을 더하면 12월 24일이니까, 그 날이 생일이라고 크리스마스 선물과 생일 선물을 하나로 받는다, 라고 울부짖던 그 아이는, 그런 거겠지, 같은 걸 생각하며 왠지 흥분했던 그 때의 기억도 폭발해버리면 좋을 텐데.
어쨌든 발렌타인 데이가 폭발해버린다면 좋아.
같은 걸 서클 부실에서 열렬히 말하고 있으니, 웬일로 코타츠에 얌전히 앉아있던 아루쿠씨라고 하는 유령부원 선배가 아무 말도 없이 옆에 있던 가방 안을 뒤지기 시작하더니, 천천히 예쁜 포장이 된 무엇인가를 꺼내어 들었다.
어?
초○렛?
거짓말.
아루쿠씨가 그것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내민다.
나에게다.
나에게 초○렛?
크다.
이런 큰 초○렛을?
받아들면서도 놀라서 바라보자, 아루쿠씨가 스윽 시선을 피하며, 편지같은 것을 나에게 내미는 것이었다.
대학 2학년의 겨울이었다.
매년 그렇지만, 전혀 초○렛과 인연이 없는 나는 그래도 어떤 기대를 가슴에 품고 대학의 연구실과 서클 부실까지 용무도 없는 데 돌아다녔다.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역시나 초○렛의 기운같은 것은 느껴지지도 않았고, 네네, OK, OK, 알고 있었어, 알고 있었어, 기억을 새롭게 갱신한 것에 만족하고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낙담하며, 낙담을 하면서도 솟아오르는 충동에 몸을 맡기고, 코타츠 안에서 말도 안 되는 것을 말하고 있었긴 하였지만……
설마 최후의 최후에 받은 초○렛같은 것의 포장을 받고, 망연자실하게 될 처지가 될 줄은.
“아니, 아니, 아니, 곤란하잖아요 이건.”
제정신으로 돌아와 나는 아루쿠씨에게 말한다.
아루쿠씨에게는 남자친구가 있다. 서클 공통의 선배로, 내 오컬트 스승이기도 한 사람이.
의리같은 것과 차원이 다르다. 이런 큰 초○렛을 받았다는 것이 들켰다가, 나는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 일이다.
몸짓 손짓으로 그렇게 말하는 나에게, 아루쿠씨는 무언으로 편지를 떠넘겼다.
‘to darling’
겉에는 그렇게 써있었다.
음, 이건.
“건네주고 와.”
아, 그런거였군요. 죄송합니다. 분수를 몰랐군요.
“그리고, 이거.”
아루쿠씨가 다른 한 장의 종이를 가방에서 꺼내들었다. 건네 받은 그것을 보니 지도였다. 그것도 손으로 쓴. 이 마을의 지도 같았다.
“뭡니까, 이거.”
“지도.”
그건 알겠는데요.
“거기 있으니까.”
아아, 그런거였군. 이 초○렛의 수취인인 스승이 있는 곳을 나타내는 지도라는 건가.
나한테 맡기지 말고 자기가 건네주면 좋을텐데.
그렇게 생각했지만, 발렌타인 데이에 데이트도 안하고 이렇게 아루쿠씨만이 부실 코타츠에 들어 와있는 것을 생각해보면, 뭔가 물어보면 안될 사정이 있는지도 모른다.
밖은 추운 것 같았지만, 아루쿠씨의 부탁이라고 하면 어쩔 수 없다. 나는 이 사람에게 늘 위험했을 때 도움을 받았으니까, 거절할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난 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지 알 수 없는 작은 체구의 사람이 무서웠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가방을 가져오지 않아서 초○렛 상자를 옆구리에 끼고 부실을 나온다. 코타츠에 들어간 채로 아루쿠씨가 손을 흔들고 있다. 작게 몸을 돌려 문을 닫자, 추위가 얼굴에 들러붙는다.
부실 건물에서 나와, 자전거에 오르며 받은 지도를 확인하며, 상당히 대충 그린 것 같구나, 라고 생각한다.
아니, 잘 보니까 엄청 엉멍진창이잖아!
아루쿠씨라고 생각되는 여자 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장소가 방금 나온 부실이겠지.
거기서부터 화살표가 출발하는 데 그게 다음에 꺾이는 장소는 대학 정문이다. 문처럼 보이는 그림이 있어 거기까지는 알겠다.
그렇지만 그 다음 화살표가 향하는 곳은 신호등이었다.
방향은 남쪽인 것 같은데, 몇 번째 횡단보도의 신호등인지, 전혀 모르겠다.
어쨌든 거기서 왼쪽으로 꺾는 것 같다. 그 뒤에는 귀여운 일러스트가 잔뜩 그려져 있어, 전혀 지도로써의 정밀성이 없다. 목적지라고 생각되는 남자 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장소에서 화살표가 멈춰있을 뿐이고, 다른 표시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커피컵같은 것이 그 옆에 있으니까, 찻집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가게의 이름조차 모르므로, 어쩔 도리가 없다.
어쨌든 신호등를 향해 자전거를 움직이기로 했다.
추위에 몸을 떨어가며 달리고 있자니 신호등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기인가?
지도를 확인하자, 왼쪽으로 꺾인 화살표가 다음으로 향하고 있는 것은 카레의 일러스트다. 아아, 그런가, 카레집인가. 그럼, 그 다음 신호등이다.
어렴풋이 룰은 이해되었다.
어떻게든 될 것 같다.
카레집 다음으로 화살표가 꺾이는 것이 전철 그림의 방향이니까, 아마 건널목을 지나는 거기겠지.
그렇게 나는 손으로 쓴 지도에 의지해 마을을 달렸다.
몇 번이고 헤맬 뻔 했지만, 다음다음 일러스트까지 포함해서 루트를 생각하면 어떻게든 나아갈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도, 눈을 의심할 정도의 일러스트가 나오기 전까지였다.
고양이다.
하품을 하고 있는 고양이다.
펫샵같은 건 이런 곳에 없다. 가장 가까운 곳은 전혀 다른 방향이다.
대체 고양이는 무엇을 상징하고 있는 걸까? 그럴 듯한 간판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길가 멈춰 머뭇거리고 있자니, 내 눈에 고양이의 모습이 들어왔다.
전신주의 뒤에 몸을 둥글게 만 길고양이다.
순간 눈이 마주쳤다.
고양이는 움찔했지만, 그 장소를 움직이지 않는 나에게 경계심을 풀었는지, 커다란 입을 열어 하품을 했다.
하품을 하는 고양이.
설마.
그렇게 생각했지만 머릿속에서는 다른 내가 이거다, 라고 말하고 있었다.
아루쿠씨에게는 예지능력 비슷한 힘이 있다. 감이 날카롭다, 같은 말로는 설명이 되지 않을 정도의.
그녀가 쓴 지도이다.
이건 그런 것이 맞겠지.
나는 화살표대로, 하품하는 고양이가 있는 십자로를 돌았다. 그러자 다음 일러스트인 애꾸눈 개구리가 있는 장소에 도착하였다.
약국 앞에 있는 개구리 인형의 한쪽 눈이 깨져있었다. 틀림없었다.
뭔가 기분이 나빠진다.
지금 내가 이래저래 헤매며 나아가는 이 시간을, 과거에서부터 훔쳐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모든 것이 그녀 손바닥 안에 있는 듯한 기분.
그렇지만 나는 한겨울 바람의 차가움에 견디며 자전거를 달려, 겨우 남자 아이와 커피컵의 그림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틀림없다. 이 찻집이다.
별로 지리에 밝지 않은 길까지 와버려서 조금 불안했지만, 이 주변에 찻집같은 건 여기 밖에 없어 보인다.
처음 들어가 보는 찻집 안은 따듯해서, 안심이 되었다.
스승은 어디인가하고 두리번거렸는데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다. 아루쿠씨가 그런 지도이다. 이 정도까지 온 이상, 만날게 틀림없다. 뜨거운 커피를 주문한다.
곧 웨이트리스가 가져다준 그것을 들이키며, 부탁받은 것을 다시 한번 흘끔흘끔 쳐다본다.
초○렛인가.
스승은 기뻐할까.
기뻐했으면 좋겠는데.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창밖을 내다보자, 눈에 익은 어떤 사람의 옆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스승이다.
역시 만났다.
바로 찻집을 뛰쳐나와, 가게 앞에서 멈춰 세웠다.
스승은 눈을 크게 뜬, 놀란 모습이었다.
놀란 건 이 쪽이었다.
스승은 혼자가 아니었다. 여자를 데리고 있었다.
그건 내가 잘 아는 사람이었다.
스승과 그 사람은 어색하게, 우연히 저기서 만나서…… 따위의 변명을 하기 시작했지만, 내가 “아야씨한테서입니다.”라고 초○렛의 포장과 편지를 내밀자, 표정이 싹 변했다.
그 두 사람의 얼굴은 포기한 것처럼 보였다.
나는 이 길이 어디로 이어져있는지, 어렴풋이 알아챘다.
호텔가가 있는 곳이 아니었던가.
여성은 낭패한 듯한 표정으로 “돌아갈게”라고 말하고 빠른 발걸음으로 왔던 길을 혼자 돌아갔다.
스승은 창백한 얼굴을 하면서도 나에게 “수고했어”라고 말하며 포장과 편지를 건네받았다.
방금 여성도 스승도, 아루쿠씨 즉 아야씨의 무서움을 사무치게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든 것을 환히 들여다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나도 무섭다.
스승은 바로 ‘to darling’이라고 써져있는 봉투를 열었다.
그리고 그 안의 편지를 읽어보자마자, “큰일이다”라고 신음했다.
“무슨 일이신가요”라고 묻자, 침을 삼키며 이렇게 말한다.
“빨리 이 초○렛을 먹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 같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먹은 순간, 결백하다면 맛있대.”
그렇습니까.
“결백하지 않다면……”
결백하지 않다면?
“폭발한다는 것 같다.”
그렇게 말하고 덜덜 떨고 있다. 그건 몸을 에이는 추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해버리면 좋을 텐데. 폭발.
“저 돌아가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편지와 초○렛 포장을 손에 들고 찻집 앞에서 꼼짝도 못하는 스승을 쳐다보지도 않고 떠났다.
바람이 불길한 소리를 내며 귓가를 스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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