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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인형 (2/3)

레무이 2017. 1. 16. 19:25

“열차에 타고 가는데, 처음에는 4명자리가 비어있지 않아서 2인 좌석에 나랑 레이코가 앉았어. 계속 수다를 떨었는데, 1시간 정도 있다가 가져오겠다고 한 책의 이야기가 되었어. 레이코가 가방 안을 뒤지더니, 아, 잘못 가져왔다, 라고 하는거야. 뭐야~? 다른 책 가져온 거야~?라고 물으니까 말야.”

침을 삼킨 후 말한다.

“스윽하고 가방에서 그 인형을 꺼내며 '책이랑 헷갈렸다'라고 하는거야……”

나는 그것을 듣고 아까 갤러리에서는 느끼지 못한, 소름이 돋는 감각을 느꼈다.

“별로 머리가 이상한 애는 아냐. 그 여행에서는 그거 이외에는 평소와 다를 바 없었거든. 단지, 뭐지, 그거. 인형에는 혼이 머문다고 하잖아.” 

그것에 씌인 것 같은…… 

미캇치씨가 뒤에 말하지 못한 것을 머릿속에서 보완하며, 나는 스승을 보았다.

팔짱을 끼고 진지하게 듣는 것처럼 보인다. 드디어 무거운 입을 연다.

“그 인형을 그린 그림이, 아까 합동전시회에서 일어난 이상한 사건의 원흉이라고 하는건가.”

“그렇겠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미캇치씨는 어쩌지, 라고 중얼거렸다.

“그림을 처분해도 해결되는 건 아니야. 감이지만, 그 인형 자체를 어떻게 않으면 위험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기분이 드는군.”

스승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그 아이 집에 갈 수 있을까?”

“응, 전화해 볼게.”

미캇치씨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돌아와서는 “지금이라도 와도 괜찮대”라고 알려왔다.



그렇게 우리 3명은 그 여성, 레이코씨의 집에 향하기로 하였다. 찻집에서 나올 때, 스승은 내 귀에 속삭였다.

“재미있게 되었군.”

나는 조금 위가 아파왔다.


미캇치씨의 차에 타고, 15분 정도 걸렸다. 중심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주택가에 레이코씨의 집이 있었다. 2층 건물로 넓은 정원이 있는 제법 큰 집이었다. 벨을 울리자, 곧 검은 머리의 여성이 나와 “아, 어서오세요”라고 말했다.

안내된 응접실에 앉자, 준비해놓았는지 홍차가 바로 나왔다. 스콘이라고 하는 과자도 차려져 있었다.

“지금 가족은 모두 나가있으니까, 느긋하게 있어주세요.”

말투도 고상하다. 이런 건 그다지 익숙하지 않다. 

“대학의 친구라고요? 미카가 남자를 데려온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우리가 무엇을 하러온 걸로 되어있는지, 조금 불안했지만 “아, 사진말이지. 지금 가져올게.”라고 말하며 스커트를 펄럭이며 방에서 나가는 것을 보고 안도한다. 

미캇치씨는 조그만 목소리로 “일단, 오래된 사진 매니아 같은 설정으로 해뒀으니까” 라고 했다. 역시 위가 아파졌다.

돌아온 레이코씨는 “죽은 조모의 유품이예요.”라고 말하며 나무 액자에 담긴 사진을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색이 바랜 흑백의 오래된 사진을 기대했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유리 안쪽에 있는 그것은, 묘하게 금속느낌이 나서 종이같이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거기에는 기모노를 입은 3명의 여성이 나란히 찍혀있엇다. 흑백 촬영이라서 그런지 나이는 잘 모르겠지만 젊은 것처럼 보였다. 의자에 앉아, 왠지 모두가 눈을 정면으로 향하고 있지 않았다. 그리고 한가운데 있는 여성이 가슴팍에 안은 인형은 확실히 익숙한 것이었다. 그 그림의 인형이다.



“저희 할머니 집은, 메이지시대부터 대대로 사진사였던 모양예요. 이 사진은 그 때 가족을 찍은 것으로, 아마 이 가운데에 있는 사람이 내 고조 할머니의 할머니이신 모양이예요.”

레이코씨는 넋을 잃은 듯한 표정으로 장식된 나무 액자를 쓸며, “한 가운데 사람이려나"라고 말했다.

스승은, 잡아먹을 듯한 눈으로 얼굴을 가까이대어 보고 있다. 아아 매니아같아서 좋아요, 라고 생각하자 그가 갑자기 눈을 감고,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은판 사진이로군.”

눈을 천천히 뜬 스승의 말에, 레이코씨가 가볍게 고개를 갸웃거렸다.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나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사진의 무척 옛 기술로, 일본에는 에도시대 말기에 들어온 것이지. 은도금 한 동판 위에 빛을 노출시켜 촬영하는거야. 노출에는 길면 20분 정도 시간이 걸렸으니까, 사진이 흔들리지 않게 오랜 시간 같은 자세로 있어야해서 이렇게 의자에 앉아……”

라고 말하며 스승은 기모노의 여성이 머리카락을 묶은 올린 두부를 가리켰다. 머리 위에 무엇인가 봉형태의 기구가 나와있었다.

“ 이런,  머리 누름(首押さえ)이라는 도구로 고정해서 찍는거지. 단, 이 은판 사진도 차세대 기술인 습판 사진이 발명되어 금세 사라져버렸어. 나가사키의 우에노 히코마라고하든가 시모다의 시모오카 렌조였든가가 그 습판 사진을 널리 퍼뜨린 직업사진가의 시초였지. 메이지 시대에 들어가면 건판 사진이 그것을 대신해 일본 내에는 사진 붐이 널리 퍼졌어. 그 와중에 나온 이야기가 사진을 찍으면 혼이 빠져나간다든지, 가운데 찍힌 사람은 빨리 죽는다든가 하는 소문. 그리고 거기에 있지도 않은 사람이 찍힌 ‘심령사진’. 지금 심령사진의 원조는 메이지 초기에 이미 만들어졌지만, 그때부터 그 진위가 논쟁거리가 되었지.”

호오~라고 감탄하는 듯한 소리가 여성들로부터 흘러나왔다.



정말 오래된 사진 매니아였던건가 이 사람은. 아니, 그렇다기보다는 역시 심령사진 취미가 깊다는 게 맞는 거겠지. 

“고로, 은판 사진은 메이지 사진사의 기술은 아닌거야. 그러니까 이건 장사 도구로 찍은 게 아니라, 복고적이나 기술적 흥미를 가지고 찍은 사진이겠지. 피사체도 선명하니까, 노출시간이 단축된 개량은판 사진 기술 같군.”

역시 느낀것대로, 재질은 종이가 아니었다. 동판인건가.

나는 자세하게 3인의 여성을 들여다본다. 100년 전의 사진이라고 생각하니 신기한 기분이다. 정말 사진은 시간을 담는 것이구나, 라고 애매한 감상을 품었다.

“혼이 빠져나간다든지, 들은 적이 있네요. 한 가운데 찍히면 안된다는 것도.”

레이코씨의 말에 스승은 끄덕인다.

“응. 그건 당시 일본인에게 있어 절실한 문제였거든. 거울이 아니라, 마치 몸에서 잘라낸 것 같은 자신을 평면에 담는 다는 미지의 기술을, 어딘가 불길한 것으로 느꼈던 것이겠지. 그 사진의 여성들이 시선을 피하고 있는 것은, 그 당시의 풍습이지. 시선을 찍히면 불길하다고 여겨졌던 것 같아.”

본래 목적을 잊고 스승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자니, 여기서부터 조금 말투가 달라졌다.

“가운데 여성이 안고 있는 이 인형도 그렇지.”

미캇치씨의 어깨도 긴장한 듯이, 살짝 반응했다. 

“가운데 사람의 수명이 준다고 하는 메이지 시대, 일본에서는 퍼져있던 소문때문일까. 지금 말하는 미무, 아니 도시 전설이려나. 그런 소문을 진짜로 받아들여 불안했던 여자 손님들에게, 사진사가 건냈던 것이 이거야.”

스승은 여성의 무릎 위에 있는 인형을 가리켰다.

“인형을 넣으면, 모두 4명. 가운데가 없어지지. 그리고 의자에 삐딱하게 앉는 것으로, 인간이 아니라 무릎 위에있는 인형이 정확히 사진의 중심이 되게 배치가 되거든. 즉, 수명이 줄어드는 역을 대신한다는 거야. 그렇게 사진이 가지는 불길함을 인형에게 전부 덧씌웠던 거지.”



오싹오싹해지기 시작했다.

대역 인형인가.

“더러움”을 덧씌우기 위한.

아마도, 사진사는 같은 인형을 계속 썼겠지. 그 때, 사진을 찍을 정도의 손님은 상류계급에 속해있던 사람뿐이었을 거다. 그런 손님에게 쓰고 버리는 만한 싼 인형을 안길 수는 없는 일이다. 즉, 이런, 고급 이시마츠 인형과 같은 것이 계속 그 역할을 짊어졌다는 것이다. 의사를 가지지 못한 것에, 악의를 계속 덧씌운다…… 

그 상상에 나는 오싹해졌다

몇 년 몇십 년 이라고 하는 시간 속에서 더러움은, 악의는 축적되어, 그 인형 안에 오물처럼 쌓여간다. 그리고…… 

조용해진 집 안이, 왠지 더 썰렁하게 느껴진다.

“잠깐, 어째서 그런 말을 하는 거예요.”

레이코씨 입에서 날카로운 말이 내뱉어졌다.

“그 아이는 내 고조 할머니의 할머니의 소중한 인형이예요. 그런 도구같은 것이 아니예요. 왜냐면 계속 소중하게 여겨져 나한테까지 이어져 내려온 것이니까. 보면 알거예요.”

그렇게 벌떡 일어나 레이코씨는 엄청난 기세로 방 문으로 향했다.

놀라서 내보낼수 밖에 없었던 내 옆에서 스승은 외쳤다.

 “그런 게 실존한다면 말이지.”

순간, 레이코씨의 머리가 움찔하고 흔들린 것 같았지만, 그녀는 그대로 방을 나가버렸다.

“무슨 말이야?”

미캇치씨가 의아하다는 듯이 미간을 찌푸렸다.

“뭐, 보고만 있으라고.”



스승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가죽 소파에 깊이 몸을 묻었다. 나도 사진을 다시 한 번 보며, 인형을 잘 관찰한다. 색은 찍혀있지 않지만, 역시 아까 그 인형과 완전 같은 인형같았다.

머리모양이나 표정, 띠나 기모노의 무늬가 똑같은 것으로 보인다. 스승은 그 사진에서 뭔가 느꼈던 것이겠지.

곧 조용해진 집 안에서 여성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모두 일어나 손님방을 나간다. 슬리퍼의 소리가 탁탁 바닥을 쳤다. 미캇치씨가 앞장 서서 1층 안쪽에 있는 방에 들어가자, 넓은 일본식 방 안에 레이코씨의 뒷모습이 보였다.

“없어. 그 아이가.”

웅크려 흐트러진 목소리로 다다미를 손톱으로 긁고 있다.

일본식 붓통과 같은 오래된 생활용품이 놓여있는 가운데, 안쪽에 선반이 있어 그 위에 빈 유리 케이스가 놓여있었다.

유리 케이스 안에는 연자색의 방석같은 좌대만이 홀로 남아있는데 딱 그 인형이 올라가 있을 정도의 크기로 보였다.

“누구야. 어디에 둔거야.”라고 흐느끼듯 반복하는 레이코씨에게 미캇치씨가 달려가 “진정해”라고 등을 쓸어준다.

다음 순간, 쾅하고 하는 큰 소리가 나서 옆을 보자, 스승이 주먹으로 벽을 친 채로 상당히 험한 얼굴을 하며 여자 둘을 노려보았다.

“진정해야할 건, 너도다.”

그렇게 말하며 선반에 다가가 유리 케이스를 들어올린다. 좌대를 쓸어, 그 손가락을 두 사람에게 들이댔다.

“이 먼지는, 최소 몇 년간은 여기에 인형같은 것은 놓여있지 않았다고 하는 증거지. 그 그림을 봤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사진을 보고 확신했어. 인형같은 건 이 집에 없는 것이 아닌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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