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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온 괴담

스승시리즈 - 인형 (3/3)

레무이 2017. 1. 16. 19:26

레이코씨가 겁에 질린 표정으로, 머리를 감쌌다. 미캇치씨도 눈의 초점이 맞지 않다.

“전에 갔던 온천여행, 그 인형이 가방에서 나온 것을 본 것은 그녀 외에는 너 뿐이야. 그것은 정말 그 인형이었나?”

스승의 질문에 미캇치씨는 낭패한 얼굴로 “아, 그렇지만”이라고 우물댔다. 그리고 “어?어?”라며 양손을 자신의 머리에 대고 반복한다.

“인형을 그렸다고 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떻게해서 그렸는지, 지금 설명할 수 있나.”

“어? 거짓말? 어라?”

미캇치씨가 지금도 무너져내릴 것 같이 조그맣게 떨면서, 아무것도 말하지 못했다.

“그 사진 가지고 와.” 라는 스승의 속삭임에 재빠르게 따라, 금세 나는 세 사람 앞에 사진을 가져와 내밀었다.

“나는 그 인형을 그렸다고 하는 그림의 기모노의 옷깃을 보고 이상하다고 여겼어. 그건 여미는 방법이 통상과는 반대로, 왼쪽이 앞에 와있었으니까.”

스승은 양복과는 달리, 일본 옷은 남녀 둘다 오른쪽 깃을 앞에 두는 것이 전통이라고 말했다.

“그것에 반해서, 죽은 자가 입는 옷은 왼쪽을 앞에 여미게 되어있어. 북쪽에 배개를 두는 것과 마찬가지로 장례 중의 행색을 ‘경사’와는 반대로 함으로써 죽음의 불길함을 일상으로부터 떨어뜨려놓았지. 그러니까 아이들의 장난감이며, 바느질의 연습상대이기도 했던, 즉 일상에 속하는 이치마츠 인형이 왼쪽을 앞으로 여미고 있다는 건 이상해.”

그런 것을 설명해줄 필요까지도 없었어, 라고 중얼거리며 스승이 미캇치씨를 향했다.

“모델을 보고 그렸다고 한다면, 그런 실수를 저지를 리가 없어. 그림 기법상 의도적인 것이 아닌 이상, 그녀는 그 인형을 보지 않은 것은 아닌가라고 그 때 조금 이상하게 생각했지.”

그리고 사진을 가리켰다.



"거기서 내밀어 진게 이 은판 사진이다. 은판 사진은 메이지 지사들의 사진같은 것으로 알려진 습판 사진이나 그 뒤에 나온 건판 사진과는 크게 다른 성격을 보이고 있어. 그것은 피사체가 좌우 반대로 나온다는 기술적 성질이지.”

예? 라고 나는 놀라 그 사진을 보았다.

문자 같은 것은 사진에 찍혀있지 않아서 좌우 반대인지 어떤지 순간적으로는 판단하기 힘들다. 그렇다.

기모노의 옷깃이다. 라고 깨닫고 다시 한 번 3명의 옷깃을 잘 보았다. 내가 보았을 때 왼쪽 옷깃이 위로 되어있었다.

“정말이다. 왼쪽이 위로 되어있어요.”라고 말하자 스승은 말을 자르지 말라고 하는 듯 “바보, 왼쪽이 위라는 건 피사체가 보기에는 오른쪽 옷깃이 위로 온다는 이야기야.”라고 한숨을 쉬었다.

어? 그러니까 사진의 여성은 오른쪽이 위니까, 제대로 옷을 입고 있다는 것이다. 좌우 역방향으로 찍혀있지 않은 건가.

스승은 검지를 좌우로 흔들며 이야기했다.

“이게 일본인이 미신을 잘 믿는다는 걸 보여주는거야. 은판 사진을 찍었던 때, 피사체는 무가나 관료와 같은 지배계급의 자식들이었는데, 찍힌 자신의 사진이 죽은 사람이 입는 옷처럼 왼쪽깃이 앞에 있으면 운이 나빠지니까, 일부러 옷을 반대로 입고 찍었던 거야. 애초에 단순히 좋게 보이려고 하기 위한 것도 있겠지만. 무사같은 경우 검까지 오른쪽에 바꿔 차고 찍기도 했어. 당시 은판 사진을 잘 보면, 옷깃이나 칼집같은 것이 이상하게 수습이 잘안된 것처럼 찍혀있는 데, 그걸 통해 그들의 훈훈한 노력의 증거를 잠깐 볼 수 있지.”

그렇다는 건, 즉 기모노를 입은 3명의 여성도 촬영 때는 일부러 왼쪽 깃을 앞으로 해서 카메라 앞에 앉았다는 건가.

나는 감탄하며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몰랐을 100년전의 비밀에 접할 수 있었던 것에, 어떤 의미에선 쾌감을 느꼈다.



“거기서, 다시 한 번 이 가운데 여성이 안고 있는 인형을 봐줬으면 해.”

스승의 말에 시선을 거기로 집중한다.

인형의 옷깃이 다른 여성들과 반대로 되어있다. 왼쪽 깃이 앞이다. 은판 사진은 좌우가 반대로 찍히니까, 즉 촬영시에는 오른쪽이 앞이다.

“이시마츠 인형으로서는 이게 맞아. 단지 다 찍은 다음의 사진이 잘못되어있을 뿐이야. 그러니까……”

라고 말하며 스승은 미캇치씨에게 시선을 돌려, 웃었다.

“너는 그 그림에서, 이 사진대로 왼쪽 깃이 위로 보이는 인형을 그렸던 거야. 너는 인형의 그림을 그렸다고 말하면서, 인형을 보지않았어. 기묘한 기억의 혼란이 있는 것 같군. 왜냐면 그런 인형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으니까.”

꺄아악~!!

이라는 높은 금속음과 같은 비명이 집 안에 울려 퍼진다.

나는 등줄기를 얼릴듯한 충격에 몸을 경직시켰다.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 레이코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이상하다. 마치 집 안의 벽에서 반향한 듯한 목소리였다.

“그 인형이 어떻게 없어졌는지는 몰라. 네 입에서 그걸 들을 수 있을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지만. 전쟁에서 타버렸는지. 처분되었는지…… 단지 당신 안에 눌러 앉아, 거기있는 친구 안에도 감염될 정도로 침입한 그것은, 이 세상에 이상할 정도의 집착을 가지고 있는 것 같군. 자신의 존재를 다시 세계와 섞이게 하려고 하는 의사같은 것이 느껴져. 실제로, 그림이라고 하는  형태로, 한번 없어졌던 것이 현실에 나타났으니까.”

삐걱삐걱 이상한 압박감이 몸안을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머리가 길어진다든가, 눈물을 흘린다든가 하는 인형을 둘러싼 괴담과 유사한 것일까?

아니다, 절대로 그렇지 않다.

나는 끝을 알 수 없는 혐오감에 몸의 떨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 인형. 네 선조의 가업이었던 사진사의, 그것은 장사도구였을 터이다. 그러니까 사실 순간적으로 왼쪽 깃이 앞으로 보인다는 것은 이상해. 의복만이 아니라 칼같은 도구들도 좌우 반대로 하여 찍엇듯이, 무릎에 앉는 인형도 그걸 든 사람과 맞추는 법거든. 이시마츠 인형은 애초에 여성이나 어린애의 옷갈아입히기 인형이니까, 옷깃을 반대로 해서 입히는 것도 쉬울터. 같은 목적으로 계속 사용하는 인형이니까 더욱 그렇게 해야하겠지. 그렇지만, 이 사진에 남겨진 모습은 그렇지 않아. 왜인지 알겠나. 그건”

스승은 냉정함을 띤 목소리였지만, 나에게만은 알 수 있는 환희의 음정이 계속 그 안에 감춰져 있었다.

“한 가운데 찍힌 것이 빨리 죽는다는 소문 때문에 이 인형을 가운데 앉힌다는 것과 같은 목적이다. 사진에 얽힌 더러움을 모두 인형에게 집중시키기 위해, 철저하게 불길함을 덧씌우기 위해 행해졌지. 즉 일부러 사자의 옷처럼 왼쪽 깃을 앞으로 해 사진에 찍히는 것처럼, 이 인형만은 오른쪽 앞으로 여밈이 계속되어있던거다.”

토할 것 같았다.

스승에게 끌려 다니며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다양한 오컬트적인 것. 그것에 접할 때, 때때로 뱃속에서 스며나온 듯한 토기를 느낄 때가 있었다. 그렇지만 그것은 대체로 영적인 것보다는 인간의 악의에 접했을 때였다고 생각한다. 

“부상신이라고 하는 사상이 일본의 풍속에는 있는데, 예부터 인간을 대신해주는 인형의 취급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했지. 그렇지만 이건 심하네. 이 인형에게 축적된 더러움이 갈 곳을 잘못 찾으면, 어떻게 될지 상상도 되지않아.”

괘종시계의 소리만이 들려온다.

조용해진 방 안에서, 다다미를 긁는 듯한 소리를 내며 웅크리고 있는 레이코씨에게 스승은 다가갔다.



“당신이 매혹된 이유는, 사실 명백하지. 없어져야했을 인형이 이 세상에서 영향을 주기 위한 빙의 대상. 그것은 한 가운데 찍혔던 것의 수명이 줄어든다는 소문과 같을 정도로 유명해서, 에도 말기에서부터 메이지에 걸쳐 일본인의 잠재의식에 계속 쌓여왔던 말. ‘사진에 찍힌 것은, 혼이 빠져나간다’라고 하는 예의 그것이다.”

스승은 내 손에서부터 빼앗아간 사진의 인형 부근을 손바닥으로 덮어 가리고는 말했다.

“당신이 할머니로부터 받았다고 하는 이 사진 자체가 원흉인거야. 인형의 몸뚱이는 사라졌어도, 혼이 빠져나와 여기에 찍혀있어.”

눈물을 흘리고는 있었지만, 그 빛에 담긴 것은 광기가 아닌 것 같았다.

“이건 내가 받아가지. 괜찮겠지?”

레이코씨는 떨면서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스승은 멍하게 있는 미캇치씨에게도 똑같이 말을 걸어 “그 그림은 그대로 두지 않는 것이 좋아. 그것도 내가 가져가지.”라고 선언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나에게 웃으며 “너한테서는 특별히 받을 것이 없네”라며 내 등을 있는 대로 팍하고 쳤다.

갑자기 당해서 숨이 막혔지만, 그 등의 아픔이 내 몸을 경직하게 만들었던 ‘싫은 느낌’을 순간적으로 잊어버리게했다.

철수하자, 스승은 조용히 말했다.


그 후에 레이코씨는 실이 끊긴것처럼 완전히 손님방의 소파에 드러누웠다. 그렇지만 그 얼굴은, 기력과 함께 씌인 것이 떨어져 나간 것처럼 평온하게 보였다. 우리들은 레이코씨에게 아직 신경이 쓰였지만, 그 커다란 집에서는 물러났다.



미캇치씨는 파래진 얼굴로, 그래도 뛰어난 솜씨로 핸들을 움직이며 원래 왔던 길의 반대로 차를 움직였다.

“당신 뭐야.”

작은 교차점에서 일시정지하면서, 갈라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고는 옆의 스승을 쳐다본다. 그녀 안에서는 ‘geko의 남자친구’ 이외의 포지션이 만들어진 것이 틀림 없었다.

그 포지션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그건 나에게 있어서도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어려운 문제였다. 

“글쎄”라고 덤덤한 대답만을 하고 스승은 창 밖을 쳐다보았다.

차는 중심가에 있는 주차장에 도착하여, 우리들은 합동전시회를 하고 있는 갤러리로 다시 돌아왔다.

“잠시 기다려봐”라고 하고 미캇치씨는 갤러리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1분도 지나지 않아서 “그림이 없어”라고 외치며 뛰쳐나왔다. 우리들도 당황해서 안으로 들어간다. “어디에도 없어.”

그렇게 말하고 한산해진 갤러리 벽에 양손을 펼쳐 보았다.

확실히 없다. 안 쪽에 조명이 조금 어두운 곳에 걸려있었던 인형의 그림이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저기, 내 인형 그림은? 어디에 둔거야?”

라고 미캇치씨가 접수대에 있던 두 사람 중 동년배로 보이는 여자에게 말했다.

“인형 그림? 몰라.”라고 두 사람은 마주 보았다.

“있었잖아. 4호 크기의.”

다그치는 미캇치씨의 절실함은 상대에게 전해지지 않았고, 두 사람은 당황하기만 할 뿐이었다.

나도 스승도 그림이 있었어야 할 부근에 서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인형의 그림 옆에는 무슨 그림이었더라. 꽃병과 사과의 그림이었든가, 한 짝의 신발이 그려진 그림이었든가…… 

아무리해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러나 벽에 걸린 작품이 나란히 있는 모습을 본 바로는, 다른 그림이 끼어 들어갈만한 공간은 없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싸늘해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미캇치씨가 옆으로 와 “반입 할 때의 리스트에도 없다니, 어떻게 된거야.”라고 풀죽어서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뭔가 이상해, 나. 그 인형에 얽힌 기억이 전부 애매해. 뭐가 진짠지 전혀 모르게 되었어.”라며 미캇치씨는 다시 친구들한테 말을 걸었지만, “엥, 그게 뭐야 몰라. 너 왜 계속 이상한 이야기만 하는거야”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그 머리카락은 혼자 청소한건가.”

납득이 가지 않는 것 같았지만, 스승의 말에 끄덕인다. 그런 미캇치씨는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들까지 환상을 보고 있었다고 하는 건가.

스승에게 존재를 부정당하고 나서, 그 인형의 흔적이 사라져간다. 나는 눈 앞의 공간가 일그러져가는 것 같은 위화감에 휩싸였다. 마치 이 세상을 침식하려고 했던 이물이 스스로와 관계된 것을 모두 이끌어당기며 어둠으로 사라져가는 것 같았다.

“설마.”

나는 스승이 허리춤에 안은 천을 보았다. 나무 액자에 담겨진 그 사진을 둘둘 말고 있는 천이다.

지금까지 이상해져있었던 것 같다고,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이건, 보지 않는 편이 좋겠군.”

스승은 굳은 표정으로 확실하게 그것을 끌어안았다.

그 뒤에 스승이 그것을 처분했는지 어떤지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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