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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괴담

[125th] 영감이 있는 여친

레무이 2017. 2. 23. 04:52

학창 시절에 영감이 있는 여친을 사귀었던 때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는 외할머니가 영능력자이기에, 그 혈통을 이어받아 영혼을 볼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제령같은 일은 하지 못했고,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할머니가 준 부적을 머리와 어깨에 펑펑 가볍게 두드려서 잡귀를 떼어내는 정도였습니다.


영감이 전혀 없기에 영혼 따위 못보는 나에게 있어서는 너무 현실성이 없었습니다.



그녀는 영혼에 익숙해 있었습니다.


그녀와 놀 때나 방에 있을 때도 보이는 것 같았고,


"그쪽 가면 안돼."


만나자 마자


"너 검은 고양이 따라오고 있잖아."


(오는 길에 검은 고양이의 시체를 자전거에 걸려 버렸다)


자다가도 문득 천장을 향해서,


"···미안해, 우리는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어."


하기도 했다.



천성이 밝은 아이 였고, 나 자신은 전혀 보이지도 느끼지도 못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다.


그날 밤까지는···



그날 밤도 평소처럼 벽에 붙인 침대에서 여친은 벽쪽에서, 나는 안쪽에서 잠들었다.


그 한밤중 축축한 이불의 감촉에 불쾌하게 잠에서 깼다.


옆에 여친이 온몸에서 진땀을 흘리며 눈을 크게 뜨고는, 손으로 내 소매를 떨리는 손으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리고 한마디


"···무서워어어어어···"



이런 그녀는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놀란 나는 주위를 경계하자 방 전체의 분위기가 이상했다···.


답답하게도 천장이 유난히 낮게 느껴졌고 압박감이 굉장했다.


게다가 지독한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마치 손가락으로 침대에 흘린 침을 닦고 그 손가락의 냄새를 맡는 듯한 시큼하고 강한 침냄새···



그리고 난생 처음 느낀,


"누군가가 어디 선가보고있다···"


찌르는 듯한 시선을 느끼며 찾아봤지만 어디서인지 알 수 없었다.


옆에서 떨고있는 그녀가 언제나 쓰던 부적을 이불 속에서 꺼내어 나에게 건네주었다.



곤란해! 엄청 곤란하다구!!


나는 일반인인데, 그 팍팍 두드리는 작업을 하라고!?


나는 곤란한 눈치로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찾고싶지는 않았다···는 거였을텐데···.



찾아 버렸다···.



바로 옆에··· 손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노인이 코에서부터 위쪽의 얼굴 절반을 침대 가장자리에 내밀고 들여다 보고있었다.



그 얼굴은 보라색으로 까맣고,


눈알이 굴러나올 정도로 크게 치켜 뜬 눈은, 흡사 생선 눈알처럼 생기가 없었으며, 안구의 흰 부분이 누런색으로 핏발이 서 있었다.


침대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입은,


"쿠챱··· 뻬챠압···"


하고 더럽게 뭔가 먹고있는 듯한 소리가 났다.


양 볼에는 손가락을 두개씩 붙이고 나를 원망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부적을 그 머리 위에 내던지는 것만 해도 벅찼고 기절해 버렸다.



어느새 아침이 되어 있었고, 그녀는 옆에서 자고있었다.


꿈이었을까? 하고 침대에서 일어나려 했는데,


발밑에는 찢어진 부적이 있고, 지독한 침냄새가 났다.




후일담이지만, 그 후 여친과는 헤어졌습니다.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출산했는데, 어째서인지 영감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반면에, 오히려 내 쪽이 홀리기 쉬운 체질이 되어버렀습니다.


그리고 그럴때마다 전여친의 할머니께 제령 받게 되어서,


할머니와 단짝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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